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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냉키, 파월 의장에 직격탄…"Fed 뒤늦은 인플레 대응은 실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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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금융위기 당시 양적완화를 실시하며 '헬리콥터 벤'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던 벤 버냉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중앙포토]

세계금융위기 당시 양적완화를 실시하며 '헬리콥터 벤'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던 벤 버냉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중앙포토]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뒤늦은 대응은 실수였다.”

벤 버냉키 전 Fed 의장이 제롬 파월 의장에 직격탄을 날렸다. 16일(현지시간) 미 경제매체 CNBC와의 인터뷰에서다. 버냉키는 ‘Fed가 언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대응한 조치를 해야 했는지’ 묻자 “복잡한 문제”라고 즉답을 피하면서도 “그들(Fed)도 (뒤늦은 대응이) 실수였다는 점에 동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돈줄을 죌 시기를 놓쳐 인플레이션을 부추겼다는 이야기다.

블룸버그 통신은 “앨런 그린스펀 전 의장과 재닛 옐런 전 의장(현 미 재무부 장관)이 (Fed를 향한) 비판을 피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전임 Fed 의장이 후임자를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라고 보도했다.

버냉키는 "파월이 이끄는 Fed가 왜 기다렸는지 이해한다"며 대응 시기를 놓친 이유 중 하나로 ‘긴축 발작 우려’를 꼽았다. Fed가 긴축의 고삐를 당기면 각국 경제와 금융 시장이 흔들릴 것을 걱정했다는 것이다. 2008년 세계금융위기 당시 양적완화(QE)를 본격화하며 ‘헬리콥터 벤’으로 불리던 버냉키가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을 시사하자 전 세계 금융시장은 요동쳤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지난 4일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을 받고 있다. [EPA=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지난 4일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을 받고 있다. [EPA=연합뉴스]

버냉키는 “파월은 2013년 당시 Fed 이사였고, 긴축 발작은 그에게 불쾌한 경험이었을 것”이라며 “파월이 (시장에) 가능한 많은 경고를 미리 주면서 (긴축 발작을) 피하기 원했을 것이고, 점진적인 대응책을 펼친 것이 지난해 중순 인플렐 압력에 더 빨리 대응하지 못한 이유 중 하나였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버냉키의 '작심 비판'으로 Fed의 인플레 대응 ‘실기(失期)’ 논쟁에도 다시 불이 붙었다. 거센 물가 오름세를 잡기 위해 Fed가 지난 3월과 지난 5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각각 0.25%포인트와 0.5%포인트를 인상했지만, 고삐 풀린 물가의 질주를 막기에는 Fed의 대응이 역부족이란 시장의 우려도 이어지고 있다.

파월이 경기 연착륙을 낙관하며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 포인트 인상)에 선을 그었지만, 4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전년동기대비)가 8.3% 뛰며 지난 3월(8.5%)에 이어 두 달 연속 8%대 상승률을 이어가자 시장의 불안감은 더 커지고 있다.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부 장관 [중앙포토]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부 장관 [중앙포토]

특히 Fed의 물가 인식에 경종을 울려온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는 지난 5일 월스트리트저널(WSJ) 콘퍼런스에서 "높은 임금 인상률이 지속해서 인플레이션을 야기할 수 있다"며 “경제가 연착륙하거나 인플레이션이 하락할 가능성은 없다”고 일축했다. Fed가 인플레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우려를 놓지 않고 있는 것이다.

Fed 내부에서도 강도 높은 긴축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이어진다.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는 지난 13일 연설문에서 “오는 9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까지 인플레이션에 대한 월별 수치가 하락하면 금리 인상 속도가 느려질 수 있지만, 인플레이션이 완화되지 않으면 더 빠른 금리 인상 속도가 필요할 수 있다”고 밝혔다.

긴축의 속도를 높이더라도 버냉키는 파월이 폴 볼커 전 의장처럼 강력한 긴축에 나서지는 않기를 기대했다. 버냉키는 신간 『21세기 통화정책』의 출간을 앞두고 1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파월이 볼커처럼 극단적인 수단을 쓰지 않고 물가를 달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시장이 우려를 키워가고 있는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인플레이션)에 대해서는 버냉키는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온건한 시나리오로도 경기 둔화는 불가피하다"며 "앞으로 1~2년간 성장률은 낮고, 실업률은 약간 높고, 물가는 고공행진을 하는 시기가 있을 텐데 이를 스태그플레이션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물가가 정치적 이슈로 비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놨다. 그는 "실업은 일부 사람에게 큰 영향을 미치지만 대부분 개인적으로 실업자가 아니기 때문에 크게 반응하지 않는다"며 "인플레이션은 모든 사람에게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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