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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마 1위 타깃' 한동훈 택했다…협치 손 내민 尹, 정호영 선택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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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7일 한동훈 법무부·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을 임명했다. 야당은 한 장관을 두고 “임명은 곧 국민 반쪽과 싸우겠다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대했지만, 윤 대통령은 전날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송부 기한이 지남에 따라 이날 그를 임명했다. "새 정부 법무행정의 공백을 막고, 하루빨리 온전한 새 정부 1기 내각을 완성해 국정을 정상화 궤도에 올려놓아야 한다"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4시 30분쯤 두 장관에 대한 임명을 재가했다. 30분 뒤, 대통령실은 출입기자들에게 “대통령은 한동훈·김현숙 장관을 임명했다”고 공지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한 장관 임명 배경에 대해 “직무 수행에 큰 결격 사유가 없는 한 장관을 계속 보류하는 것도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며 “국정을 이끌어야 하는 대통령 입장에서 야당에 끌려만 갈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인사 문제를 비롯해 임기 초반 국정 운영의 주도권을 쥐고 가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당초 야당은 '낙마 1순위 타깃'으로 한동훈 장관을 정조준했지만, 결과적으로 무위에 그쳤다. 한동훈 청문회에서 적시타를 날리기는커녕 헛발질만 했던 야당이 자초한 측면도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인 지난 4월 13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브리핑룸에서 2차 국무위원 후보 및 대통령 비서실장 인선 발표를 하고 있다. 오른쪽은 법무부 장관에 내정된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 인수위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인 지난 4월 13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브리핑룸에서 2차 국무위원 후보 및 대통령 비서실장 인선 발표를 하고 있다. 오른쪽은 법무부 장관에 내정된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 인수위사진기자단

이날 장관 2명이 추가되면서 전체 18개 부처 중 16곳이 신임 장관 체제를 갖추게 됐다.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자진 사퇴한 상황에서 남은 퍼즐은 '아빠 찬스' 등 숱한 논란을 낳았던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뿐이다. 정 후보자는 지난 9일로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재송부 기한이 끝났기 때문에 윤 대통령은 인사청문회법에 따라 언제든지 임명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정 후보자에 대한 임명 여부를 놓고 대통령이 고심이 깊다”고 전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임명 쪽으로 기우는 듯한 기류 변화도 있다고 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익명을 전제로 “그동안 신중 모드였던 윤 대통령이 지난 16일 오후부터 임명 쪽으로 방향을 트는 분위기”라며 “다만, 시간을 갖고 국회 논의 상황을 조금 더 지켜보자는 참모들 의견도 있어 윤 대통령이 이를 포함해 곧 결단을 내릴 것”이라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청사 출근길에 정 후보자에 대한 임명 여부를 묻자 “계속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별개로 이날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한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임식을 가졌다.

하지만 정호영 후보자까지 임명할 경우 한 장관 임명으로 악화한 야당과의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고, 특히 한덕수 총리 후보자의 인준 거부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점이 고민이다. 한동훈 장관 임명만으로도 민주당은 “야당과의 소통, 협치는 저 멀리 내팽개쳐졌다”(신현영 선대위 대변인)고 반발하고 있다.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할 수 있는 장관과 달리 총리 인준안은 국회 본회의에서 재적 과반 출석에 과반 찬성이 필요해 민주당의 협조 없이는 임명이 불가능하다.
또, 국회 시정연설에서 '협치'의 손을 내민 윤 대통령은 170여석 야당의 동의 없이는 공약 관련 법안 하나 처리할 수 없는 현실도 고려해야 할 처지다. 그래서 여권 내부에선 윤 대통령이 최종적으로는 정 후보자의 임명철회나 자진 사퇴를 택할 것이란 관측이 만만치 않다.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5월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참석해 청문회 시작을 앞두고 물을 마시고 있다. 김성룡 기자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5월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참석해 청문회 시작을 앞두고 물을 마시고 있다. 김성룡 기자

국민의힘은 박형수 원내대변인 명의로 논평을 내고 “한 장관을 임명한 것은 더는 국정 운영의 발목을 잡혀서는 안 된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라며 “긴박한 국내외 정세 속에서 하루속히 새 정부가 정상적으로 출범해 원팀으로 위기에 대처해나가야 한다는 절박함 때문”이라고 말했다. 역대 정부 첫 내각 구성 시기를 보면, 이명박 정부의 경우 취임 17일 만에, 박근혜 정부는 박 전 대통령 취임 51일 만에 초대 내각 구성이 끝났다. 문재인 정부는 야당의 반발에 부딪혀 내각 완성까지 6개월 넘게(195일)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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