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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혜 공약 띄우자 김동연 반대…불붙는 '초등생 아침밥' 논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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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식을 먹는 초등학생들. 중앙포토

급식을 먹는 초등학생들. 중앙포토

‘초등학생 아침밥’이 경기 지역 지방선거판의 빅이슈가 될까. 김은혜 국민의힘 경기지사 후보가 ‘모든 초등학생에게 아침밥 전면 제공’을 공약으로 내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보수·진보 교육감 후보들이 찬·반 의사를 나타내면서 이번 지방선거의 관심사로 떠오르는 형국이다. 진영의 유불리를 떠나 향후 교육과 행정의 방향을 고민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은혜 “아침밥 먹고 공부하는 시스템”

김 후보는 최근 “경기도 내 모든 초등학생에게 아침밥을 전면 제공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수업 전 샌드위치 등 간편식을 제공해 결식아동은 물론, 일반 가정 아이들도 아침밥을 먹고 공부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게 골자다.

간편식이나 학교 급식에 사용하는 식자재는 모두 경기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지원한다는 등의 계획도 설명했다. 김 후보는 “아이들의 영향 균형을 위해 경기도에서 자란 명품 경기미와 경기 과일로 구성된 100% 건강 식단을 배달하겠다”며 “아이의 건강은 물론 도내 농가에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판로를 제공하겠다”고도 했다. 여기에 용인·김포·평택 등 경기지역 국민의힘 기초단체 후보들도 공약으로 채택하면서 공약의 스케일이 커지고 있다.

경기지사 후보인 더불어민주당 김동연 후보(왼쪽)와 국민의힘 김은혜 후보. 연합뉴스

경기지사 후보인 더불어민주당 김동연 후보(왼쪽)와 국민의힘 김은혜 후보. 연합뉴스

김동연 “시군 등 협의 없는 일방적 공약”

앞서 경기도는 지난 2018년 초등생들에게 아침밥을 주기로 하고 국비 반영을 건의하는 등 예산 확보 방안을 마련했으나 최종 무산됐다. 윤석열 대통령도 대선 기간 ‘초등학생 조식 급식 지원과 방학 기간 중식 지원’을 공약으로 내세우기도 했다. 김 후보 측은 “예산에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 국비 지원을 고려하겠다”고 했다.

‘초등생 아침밥’ 공약이 처음 나온 얘기는 아닌 셈이다. 김동연 더불어민주당 경기지사 후보 측은 공약의 허점을 지적하고 있다. 그는 “아침밥 공약은 김은혜 후보가 초보 행정가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어 “아침 급식비는 교육청은 물론 각 시·군과 매칭해야 하는 사업인데 관련 기관과 사전 교감도 없이 일방적인 공약을 제시했다”며 “31개 시·군의 예산과 지역 상황이 각각 다른데 이견을 어떻게 조율할 것이냐. 교육감이나 시장·군수를 들러리라고 생각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경기도 교육감 논쟁으로 번진 ‘아침밥’

아침밥 논쟁은 교육감 후보들로 이어지고 있다. 교육감 선거에서 이슈가 된 ‘9시 등교제 폐지’ 공방과도 맞물리면서다. 중도·보수 진영인 임태희 경기교육감 후보는 환영 의사를 밝히며 “초등학교 아침 급식이 전면 실시되면 초등학생의 건강과 맞벌이 학부모의 걱정을 덜어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초등생 아침 급식 실시를 위해선 9시 등교제의 학교별 자율화(9시 등교제 폐지)가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도·보수 계열인 최계운인천시교육감 후보도 ‘초등생 아침 급식 무상제공’을 공약으로 내건 상태다.

한 초등학교의 급식실 주방. 뉴스1

한 초등학교의 급식실 주방. 뉴스1

진보 진영 교육감 후보들은 반대 입장이다. 경기교육감 진보 단일 후보인 성기선 후보는“초보 행정가 지망생의 얼치기 공약”이라며 김은혜 후보에게 공개 토론회를 제안했다. 그는 “학생들이 건강한 하루를 시작할 수 있도록 먹거리가 제공돼야 한다는 점은 동의한다”면서도 “간편식이라도 학교나 공공기관을 통해 제공되는 급식은 식자재에 대한 검수·조리·유통·배식·사후 보건 책임까지 져야 하는데 이를 위한 필요 인력이나 재원 확보 방안은 있느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어 “학교 급식의 실시·운영 주체는 교육청과 각 학교인데 정책 협의가 선행되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교육 관련) 공약을 제시하려면 교육전문가와 학교에 먼저 물어라”고 비난했다.

학부모·교육계도 찬·반 엇갈려

학부모와 교육계의 의견 역시 엇갈리고 있다. 초등학교 5학년 아들을 키우는 김지현(43, 안양시)씨는“아침밥을 차려놓고 출근해도 아이가 챙겨 먹지 않아 걱정이 많았다”며 “학교에서 아침밥을 주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1학년 딸을 키우는 최보람(38, 수원시)씨는“아이들에게 아침밥을 주는 것에 반대하진 않지만, 등교 시간이 앞당겨지거나 수업시간이 늦춰지는 것은 반대한다”고 말했다. “학교에서 아침밥을 먹게되는 초등학생의 모습을 떠올리면 왠지 부모가 아침 식사도 못 챙겨주는 사회가 된 것인지 짠한 생각이 든다”는 학부모들의 감성적인 반응도 있다.

교육 현장은 실무적인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 익명을 요구한 한 초등학교 교사는 “아침밥 정책이 시행되면 담임 교사들은 당장 출근 시간이 앞당겨야 하고 관련 업무도 가중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다른 교육계 관계자도 “현재도 조리원 등이 처우 개선을 요구하고 있어서 실행하려면 학교 구성원과 지자체 등과 많은 협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영주 진보당 경기도지사 후보 역시 “아침밥 공약에 적극적으로 찬성하지만, 직접 밥을 짓는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이야기가 빠져있다”며 “이들의 목소리에 먼저 귀를 기울여달라”고 요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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