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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계양을 두고 호남 간 이재명…두 토끼 잡겠다는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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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을 하루 앞둔 17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이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참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을 하루 앞둔 17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이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참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에 출마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은 17일 하루를 호남에서 보냈다. 오전 7시 인천 계양구 집을 나선 그는 차량으로 230㎞를 달려 오전 10시30분 전북 전주에 도착했다. 이 위원장은 김관영 민주당 전북지사 후보와 시장·군수 후보들의 손을 잡고는 “힘을 쏟아달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전북 일정을 모두 소화한 뒤 남쪽으로 다시 100㎞를 달렸다. 오후 3시 광주 북구 5·18민주묘지에 도착한 그는 이한열 열사 묘역을 참배하며 “마음 아픈 일”이라고 되뇌었다. 이 위원장은 5·18 전야제까지 참석한 뒤 밤 늦게 다시 인천으로 향한다.

이날 하루동안 그의 이동 거리는 660㎞에 달한다. 이 위원장 캠프 인사는 “인천에서 출발해 지방 일정을 모두 소화한 뒤 인천으로 돌아오다 보니 지난 3월 대선 때보다 더 바쁘게 움직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6·1 지선은 ‘초허니문’ 선거” 발로 뛰는 이재명

호남은 ‘민주당 텃밭’으로 불리지만 이 위원장의 메시지는 절박했다. 그는 전북 전주의 민주당 전북도당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이번에는 (윤석열 정부 출범) 20여일 만에 치러지는 선거다. ‘허니문’ 선거가 아니라 ‘초(超)허니문’ 선거”라며 “이번 지방선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광주 5·18묘역 참배를 마치고선 “제가 전국선거를 지원하고 지휘해야 하는 입장”이라며 “어떤 상황이든 제가 (선거를) 책임져야 한다”고 밝혔다. 당 내에선 “대선 패배의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이번 지선을 스스로 발로 뛰면서 돌파해나가겠다는 의도”(당직자)라는 말이 나온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이 17일 전북 전주 민주당 전북도당에서 전북지역 출마자들과 함께 손팻말을 들고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이 17일 전북 전주 민주당 전북도당에서 전북지역 출마자들과 함께 손팻말을 들고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7일 계양을 보궐선거 출마선언 이후 한동안 인천을 벗어나지 않던 이 위원장이 점차 활동 반경을 넓히는 것도 지방선거 전체를 이끌어야 한다는 목표 때문이다. 이 위원장은 지난 12일 오후 충남 천안에서 열린 양승조 민주당 충남지사 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했고, 지난 16일에는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와 서울 마포구 홍익대 인근에서 ‘깜짝 만남’을 가졌다. 그는 19일엔 대전을,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 13주기에는 부산·경남을 방문한다.

최근 민주당에 닥친 악재는 이 위원장의 발걸음을 더 바쁘게 만들고 있다. 최강욱·박완주 의원의 성비위로 중도층 민심이 이반할 조짐이 있어서다. 그렇다고 계양을을 계속 비우기도 부담스러운 처지다. 이 위원장 캠프 인사는 “인천 계양을에서 큰 격차로 상대 후보를 꺾어야 하고 당의 총괄선대위원장으로 지선을 방어해야한다”며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경기도 사수 가능할까” 악화하는 선거 판세

이 위원장의 악전고투에도 당 내에선 “선거 전망이 갈수록 어두워지고 있다”(호남 재선)는 말이 나온다. 이 위원장이 정치적 미래를 위해 반드시 사수해야 하는 경기지사 선거도 박빙이다. 경기지사 후보 선호도를 묻는 중앙일보·한국갤럽 여론조사(5월 13~14일)에서 김동연 민주당 후보는 김은혜 국민의힘 후보에 2.4%포인트(김동연 38.1%, 김은혜 40.5%) 뒤졌다.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오른쪽)과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가 16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대 앞에서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오른쪽)과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가 16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대 앞에서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위원장이 계양을 출마를 선언하기 전인 지난달 29~30일 조사에서는 0.1%포인트 격차였다. 두 결과 모두 오차범위 안이지만 미세하게 더 벌어진 것이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고) 수도권 재선 의원은 “이 위원장이 선거 전면에 서면서 핵심 지지층을 결집시키고 있지만, 상대 진영도 역결집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재명 효과’에도 장·단점이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민주당이 경기지사직 사수에 실패하고 호남과 제주 등 네 곳 정도에서만 승리하면 이 위원장이 계양을에 당선되더라도 의미는 크게 줄어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방탄출마’ 맞서는 李…경찰은 세 번째 압수수색

이 위원장이 17일 호남에 있는 동안 경찰은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 강제수사를 벌였다. 경기 성남 분당경찰서는 이날 두산건설 본사와 성남FC구단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이 위원장 관련 의혹으로는 세 번째 압수수색이다. 이와 맞물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16일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제한법’을 추진하겠다”며 이 위원장을 겨냥하고 있다.

경찰이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 상임고문의 '성남FC 후원금 의혹' 수사를 위해 지난 2일 성남시청 5개 과를 압수수색한 뒤 압수품을 가지고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이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 상임고문의 '성남FC 후원금 의혹' 수사를 위해 지난 2일 성남시청 5개 과를 압수수색한 뒤 압수품을 가지고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이와 대해 이 위원장은 같은 날 “국민의힘이 당론으로 정해서 추진하면 제가 100% 찬성하고 민주당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맞섰다. 이 위원장과 가까운 재선 의원은 “이 위원장이 ‘보복수사’를 하려는 정부·여당 움직임에 앞으로 더 강경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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