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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못참고 LA가서 집 샀다"…코로나때 부자 된 '뉴앤영리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뉴앤영리치' 투자자들은 까다롭고 똑똑한 고객이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부동산을 알아봐 달라고 하더니, 상담이 조금 늦어지자 그사이 LA로 날아가 직접 물건을 찾아보고 구매해 버렸다.”

한 증권사의 자산관리(WM) 담당 임원이 전한 ‘뉴앤영리치’ 고객 영업의 어려움이다. 뉴앤영리치는 코로나19 기간 동안 빠르게 늘어난 초고액자산가를 일컫는 말이다. 재작년 동학개미와 서학개미의 급증으로 짭짤한 수수료 수익을 올렸던 증권사가 뉴앤영리치를 잡기 위한 전쟁을 벌이고 있다. 증시 부진 속 개인투자자가 이탈하며 WM 시장 승패가 희비를 가를 전망이라서다.

뉴앤영리치 잡자, 전담부서 만든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까다로운 입맛과 새로운 투자처에 목마른 '뉴앤영리치'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증권사는 기존 WM에서 초고액자산가를 떼어내 별도 부서를 만들고 있다. 다루는 영역도 더 전문적이고 세분화했다. 기업공개(IPO)와 해외부동산 직구매, 비트코인 투자 상담까지 망라한다.

NH투자증권은 초고액자산가 전담하는 프리미어블루를 지난해 초 최고경영자(CEO) 직속으로 별도 편성했다. 삼성증권은 올해 초 ‘뉴리치’ 영업 전담 조직인 'THE SNI 센터'를 강남파이낸스센터에 열었다. KB증권도 초부유층 전담관리 조직 GWS(Gold&Wise Summit) 부서를 신설했다. 한국투자증권도 고액자산가 GWM(Global Wealth Management) 부서를 별도 운영 중이다.

대면 점포 줄여도 초고액 담당 WM 신설

NH투자증권 프리미어블루 삼성점

NH투자증권 프리미어블루 삼성점

대면 점포는 줄이고 있지만 초고액자산가를 겨냥한 프리미엄 WM 점포는 꾸준히 늘리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이달 반포WM 지점을 냈고, 올해 초에는 판교에 신규 영업점을 열었다. 두 곳 모두 '뉴앤영리치'가 거주하거나 일하는 장소다. 신한금융투자도 올해 초 청담금융센터와 광화문금융센터 등 고액자산가 특화 점포 2곳을 열었다.

KB증권은 KB은행과 함께 오는 7월 국내 최대 규모의 압구정플래그십PB센터를 열 계획이다. ‘뉴앤영리치’ 취향에 맞춰 기존 점포도 변신 중이다. NH투자증권은 삼성점을 리모델링하며 미술에 관심이 많은 뉴앤영리치에 맞춰 ‘핫’한 신진작가 그림을 매달 교체해 걸고, 또 비트코인 투자 상담 서비스를 위한 공간도 마련했다.

7월 개장 예정인 KB금융 압구정플래그십PB센터

7월 개장 예정인 KB금융 압구정플래그십PB센터

WM 강화 속 인력 쟁탈전도 치열하다. 씨티은행발 지각변동이 전쟁에 불을 붙였다. '자산관리의 명가'로 꼽혔던 씨티은행이 올해 초 리테일 부문에서 철수하자 소속 프라이빗뱅커(PB) 영입전이 벌어진 것이다. 신한금융투자가 30명, 삼성증권도 두 자릿수로 씨티은행 PB를 모셔왔다.

KB증권은 이달 초 씨티은행과 크레디트 스위스에서 일한 이재옥 전무를 초고액자산가 담당 임원으로 영입했다. KB증권 측은 “WM 관련 인력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꾸준히 늘려갈 것”이라며 의지를 드러냈다. PB뿐만 아니라 투자 전략을 뒷받침할 인력 확보도 치열하다. 신한금융투자는 '뉴리치’가 관심이 많은 가상자산 담당 이세일 애널리스트를 WM 부문에 채용했다.

개인투자자 떠나고, 초고액자산가가 실적 좌우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증권사의 WM 대전 한가운데는 코로나 상황 속 빠르게 늘어난 ‘뉴앤영리치’가 있다. KB금융 지주가 지난해 말 발표한 ‘한국 부자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말 기준 금융자산 10억원 이상 보유한 개인은 39만3000명이다. 전년보다 10.9% 늘었다. 이들의 금융자산 증가 폭은 더 컸다. 2019년 2154조원에서 2020년 2618조원으로 21.6% 늘었다.

임휘열 KB증권 GWS 부장은 “코로나 시기 새롭게 초고액자산가로 합류한 이들은 스타트업 창업이나 비트코인 투자 등으로 돈을 번 ‘뉴앤영리치’”라며 “WM 시장에서도 고객군이 세분화하며 이들을 겨냥한 별도 전담 부서를 꾸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이들 초고액자산가는 각종 영업의 '첫 단추'이자 출발점이다. 자산관리를 시작으로 기업 금융(IB)이나 법인 자금 고객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삼성증권 SNI 센터 측은 “사업체를 운영하는 고객이 회사의 자금조달 방식을 고민하다 PB를 통해 IB 파트와 만난 뒤 유상증자에 성공하고, 이후 법인 자금 운용 계좌 개설까지 이뤄진 사례가 여럿 있다”고 말했다.

이재경 NH투자증권 프리미어블루 대표도 "한국도 해외의 자산관리처럼 WM과 IB가 시너지를 내는 방향으로 본격 진화 중"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증시 부진 속 개인투자자 이탈로 수수료 수익이 빠르게 줄면서 증권사가 WM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올해 1분기 실적을 보면 증권사 대부분의 위탁매매수수료 부문 수입이 반 토막 났다. 금리 인상기를 맞아 자금조달 비용이 비싸지면서 IB부문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 그나마 성장 동력을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 WM이란 이야기다.

이재경 대표는 “고액자산가 시장이 다시 관심을 받기 시작한 지 1~2년 정도 됐다”며 “올해 시장이 흔들리며 WM 시장의 재편이 진행되는 만큼 모든 증권사가 승기를 잡기 위해 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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