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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 업무 기피에…'변사사건 수당' 1만5000원 꺼내든 경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경찰이 ‘변사(變死) 사건’ 담당자에 수당을 주는 방안을 인사혁신처에 제안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관들 사이에서 시신을 자주 보는 형사과 업무를 기피하는 경향이 나타나자 꺼내는 유인책이다.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모습. 연합뉴스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모습. 연합뉴스

변사사건 1건당 1만5000원 제안

17일 경찰청 등에 따르면 경찰청은 지난달 변사사건 수당을 새로 신설하는 방안을 인사혁신처에 요청했다. 인사혁신처는 수시로 각 부처에서 신규 수당·증액과 관련된 제안을 받는다. 변사사건 수당은 지난 2020년에 이어 두 번째 제안이다. 지난 제안은 예산문제 등을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경찰청 관계자는 “변사사건 처리는 업무 난도가 높고 감염 위험성, 트라우마 우려가 있기 때문에 이를 보상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수당 지급안은 변사사건 한 건당 수당 1만5000원을 지급하되 하루 한도를 3만원으로 제한한 게 핵심이라고 한다. 경찰 측은 “한 건당 만 원 안팎인 ‘112신고 출동 수당’ 등을 고려할 때 변사사건은 그보다 조금 높은 1만5000원이 적당하다고 판단했다”며 책정 이유를 밝혔다.

심리상담 이용 형사 중 22% 변사사건 담당 

경찰병원 마음건강센터. 경찰청은 2014년부터 경찰관 직무 스트레스를 예방·치유하기 위해 의료기관과 업무협약을 맺고 병원 내 마음건강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사진 경찰청]

경찰병원 마음건강센터. 경찰청은 2014년부터 경찰관 직무 스트레스를 예방·치유하기 위해 의료기관과 업무협약을 맺고 병원 내 마음건강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사진 경찰청]

변사사건 처리는 주로 형사계와 교통조사계가 맡고 있다. 현장에서 변사체 검시를 하고 범죄 혐의가 의심되는 경우엔 영장을 발부받아 경찰관이 부검까지 참여하게 된다. 2019년 기준 서울 내 경찰서 31곳이 처리한 변사사건만 4863건에 달했다.

문제는 하루에도 몇 번씩 훼손된 시신들을 처리하며 이로 인한 정신적 피로와 스트레스가 누적된다는 점이다. 지난해 경찰청이 운영하는 ‘마음 건강 증진 프로그램’을 이용한 형사 중 22%가 ‘훼손이 심한 사체를 목격’해 정신적 고통을 겪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이 겪는 트라우마(외상 후 스트레스)와 정신적 질환 문제는 그동안 꾸준히 제기되어왔던 문제다. 지난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정의당 이은주 의원에 따르면 2016~2020년 5년 동안 우울증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앓는 경찰이 45% 늘었고 이중 정신과 외래 상담을 받은 경찰도 31% 증가했다. 또 같은 기간 109명의 경찰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인사혁신처 수용 여부 올해 하반기 결정 

인사혁신처 로고 . [사진 인사혁신처]

인사혁신처 로고 . [사진 인사혁신처]

경찰청은 이처럼 정신적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인력과 부서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변사사건 수당’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2020년 비슷한 내용의 수당 지급 방안을 마련했을 땐 인사혁신처가 수용하지 않았다. 올해 제안한 지급안의 수용 여부는 올 하반기가 돼서야 결정날 것으로 보인다. 인사혁신처에서 제안을 수용할 경우 오는 12월까지 기획재정부의 검토가 이어진다. 또 다음 해 1월 대통령령으로 개정된다면 비로소 입법예고를 거쳐 시행할 수 있다.

한편, 일각에서는 금전적인 지원만으론 현장의 트라우마 등을 해결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이미) 마음 건강 증진 프로그램 등 경찰 내 심리 상담 서비스가 있으나 이용 땐 ‘인사상 불이익’이 있을 거로 우려하거나 외부 시선을 의식해 찾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며 “부서별 정신적 치유를 해줄 수 있는 전문 프로그램을 체계적으로 갖추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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