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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 물리는 이재명·안철수·오세훈…대선 전초전 벌써 시작됐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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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안철수 국민의힘 국회의원 후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 후보,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연합뉴스

왼쪽부터 안철수 국민의힘 국회의원 후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 후보,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연합뉴스

6·1 지방선거는 여야의 승패 못지않게 잠재적 차기 대선 주자의 성적표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3·9 대선에 출마했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과 안철수 전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각각 민주당과 국민의힘 후보로 출마했고, 국민의힘의 유력한 잠룡으로 꼽히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4선에 도전하고 있어서다.

선거 초반만 해도 서로를 향해 말을 아끼던 이들은 공식 선거운동 개시일(19일)이 다가오자 발언 수위를 높이고 있다.

포문은 경기 성남 분당갑에 출마한 안철수 후보가 열었다. 안 후보는 지난 8일 출마 선언 때 “아무런 연고도 없는 안전한 곳으로 가는 것은 참담한 배신 행위”라고 인천 계양을에 출마한 이재명 후보를 직격한 이래 틈날 때마다 대장동 개발비리 의혹을 꺼내고 있다. “(이번 선거는) 대장동 주민들이 명예를 회복하는 기회”(12일)라거나 “성남은 조커가 판치는 고담시”(15일)라고 한 발언이 대표적이다. 고담시는 영화 ‘배트맨’ 시리즈에 나오는 가상의 도시로 부패와 범죄의 온상으로 묘사된 곳이다. 안 후보는 지난 16일에는 대장동을 직접 방문해 “대장동 개발 이익은 반드시 환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안 후보를 향한 발언이 많지 않던 이재명 후보도 최근 ‘공격 모드’로 전환했다. 그는 지난 16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안 후보는) 10년간 ‘새 정치’를 우려 드셨는데 맹물 밖에 안 나올 사골을 통째로 구 정치 세력에 갖다 바쳤다”고 비판했다. 대선 때 윤석열 대통령과의 후보 단일화를 직격한 것이다. 지난 2월 윤 대통령과 안 후보의 단일화 논의가 지지부진할 때만 해도 “새 정치를 향한 정치 교체의 열망과 의지에 공감한다”며 안 후보를 끌어안으려 했던 모습과 180도 달라졌다.

지난 1월 17일 대선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재경 대구경북인 신년교례회에 한복을 입고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연합뉴스

지난 1월 17일 대선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재경 대구경북인 신년교례회에 한복을 입고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연합뉴스

이 후보는 또 다른 잠재적 경쟁자인 오세훈 후보를 향해서도 날을 세웠다. 그는 17일 전북 지역 민주당 후보들과 만난 자리에서 “투표해야 이긴다”고 강조하며 2010년 지방선거 때 한명숙·오세훈 후보가 맞붙은 서울시장 선거와 2016년 총선 때 정세균·오세훈 후보가 맞붙은 종로 선거를 예로 들었다. 두 선거를 앞두고 각종 여론조사는 오 후보의 낙승을 예측했지만 실제 결과는 각각 오 후보의 신승(2010년)과 패배(2016년)였다. 오 후보 입장에선 ‘흑역사’인 과거를 이 후보가 구태여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이다.

지난 15일엔 보다 노골적으로 오 후보를 공격했다. 인천대공원에서 지지자들과 만나 “오세훈 시장하면 ‘세금둥둥섬’ 밖에 생각이 안 나요”라며 오 후보가 서울시장이던 2011년 조성한 세빛섬(옛 세빛둥둥섬)을 거론했다. 세빛둥둥섬은 당시 야당으로부터 “세금 낭비의 전형”이라는 비판이 시달렸다.

그러자 오 후보도 이 후보에게 당하지만은 않았다. 그는 지난 16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세금둥둥섬” 질문이 나오자 “이 후보는 조작 덩어리, 존재 자체가 조작의 화신”이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오 후보는 “세금둥둥섬 얘기하는데, 정말 잘못 알려진 것이 세빛섬은 민간 투자 사업이다. 서울시 예산이 한 푼도 들어간 게 없다”며 “그 엄청난 조작의 힘, 내가 보기에는 이재명 후보는 조작 덩어리”이라고 힐난했다.

오 시장의 반격은 이날 오후에도 이어졌다. 한 방송 뉴스에 출연해 이 후보의 대장동 관련 의혹을 거론하며 “(대선에서) 한 번 심판을 받았다면 문제가 됐던 일들을 어느 정도 검증받은 상태에서 다시 등판하는 것이 도리”라며 “정정당당하게 수사를 받고 최소한의 사과 정도는 해야 했다”고 꼬집은 것아다. 그러면서 “대장동이라는 것이 워낙 충격적이었다”고도 했다.

정치권에선 세 후보의 설전이 5년 후 열릴 차기 대선을 앞둔 전초전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번 선거 결과에 따라서는 정치적 몸값이 뛸 수도, 반대로 치명상을 입을 가능성도 있는 만큼 서로를 향해 양보 없는 비판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안 후보와 이 후보 모두 승리 가능성이 높은 지역에 출마했다는 비판을 불식시키고 중량급 정치인으로서 전체 선거를 주도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기 위해 보다 강한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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