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다급한 김정은 2년만에 비행기 띄웠다…中서 '코로나 약' 공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북한 국가항공(구 고려항공) 소속 수송기의 모습. 연합뉴스

북한 국가항공(구 고려항공) 소속 수송기의 모습. 연합뉴스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하고 있는 북한이 지난 16일 항공기를 띄워 중국에서 의약품을 대거 들여간 것으로 파악됐다.

17일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국가항공(구 고려항공) 소속 항공기 3대가 전날 오전 랴오닝(遼寧)성 선양 타오셴(桃仙) 공항에 도착했다가 같은 날 오후 북한으로 돌아갔다. 소식통은 "항공기가 실어간 것은 의약품"이라며 "중국 측 인원은 탑승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 내에서 발열 환자가 폭증하는 가운데 중국에서 코로나19 관련 필수 의약품을 신속히 들여와 고비를 넘겨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날 오전 북한 관영 조선중앙TV 보도에 따르면 코로나19 관련 증상으로 치료 중인 환자 수는 평양이 24만여명으로 다른 지역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았다. 평남 3만4000여명, 강원 2만9000여명, 남포 2만7000여명 등이 뒤를 이었다.(15일 18시 기준)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 당국이 체제를 떠받치는 핵심 계층이 모여 있는 평양 지역의 확산세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것으로 보인다"며 "당분간 중국과 방역, 보건의료 협력을 통해 탈출구를 모색하면서 민심을 안정시키는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북한이 하늘길이라는 승부수를 택한 것도 우선 평양 내 코로나19 확산세부터 잡자는 노력의 일환으로 보인다. 북한 항공기가 국제선을 운항한 것은 지난 2020년 초 코로나19 차단을 위해 국경을 봉쇄한 이후 2년여 만에 처음이다. 그만큼 다급했다는 뜻으로 읽힌다.

북한은 그동안 육로나 해상을 통해 들여온 물자는 의주비행장과 남포항 등에서 수십일 간 자연 방치하는 방식으로 검역 절차를 밟았지만, 이번에는 사안의 시급성을 고려해 절차도 상당 부분 생략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안병민 한반도경제협력원장은 "막아놨던 하늘길을 열었다는 것은 대응 필요성이 그만큼 시급하다는 것을 방증한다"며 "방역과 관련한 특례조항을 적용해 검역 절차도 최대한 간소하게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14일 정치국 협의회에서 "중국 당과 인민이 거둔 선진적이며 풍부한 방역성과와 경험을 적극 따라 배우라"며 중국 측에 지원 요청 가능성을 열어놨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16일 브리핑에서 북한에 대한 방역 물자 지원 여부를 묻는 질문에 "중국과 북한은 위기 때 서로 돕는 훌륭한 전통이 있으며 방역은 전 인류가 당면한 공동 과제"라고 답했다.

한편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의 코로나19 지원 논의와 관련해 "한·중 간에는 각급의 외교적 소통을 통해 북한의 현재 상황 그리고 중국의 대북 지원 가능 여부 등에 대해 소통이 이루어지고 있다"며 "이 문제와 관련해 중국 등 국제사회와 계속해서 소통하고 협력해 나가는 역할 및 노력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