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두려워할 때 욕심내라"…美 떡락 속 버핏 쓸어담은 종목

워런 버핏 버스셔 해서웨이 CEO. 로이터=연합뉴스

'투자할만한 회사가 없다'며 지난해 막대한 현금을 쌓아뒀던 워런 버핏의 투자회사 버크셔 해서웨이가 최근 에너지주를 중심으로 주식을 대거 매입중이다.

1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버크셔 해서웨이가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를 통해 지난주 옥시덴털 패트롤리엄 주식 90만1768주를 매입한 것을 공시했다고 보도했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지난 2월 말부터 옥시덴털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했고, 현재는 10대 보유 종목에 들어갈 정도로 보유 지분을 늘렸다.

이 회사는 지난 몇달간 정유사 셰브런을 비롯해, 마이크로소프트(MS)가 인수를 발표한 게임업체 액티비전블리자드, PC·프린터 제조사 HP, 씨티그룹, 앨리 파이낸셜 등의 주식을 사들였다. 또 애플 지분도 꾸준히 늘려왔다. 반면 1989년부터 포트폴리오에 포함했던 대형 은행 웰스파고의 지분은 대부분 정리한 상태다.

신문은 "남들이 두려워할 때 욕심을 내라"고 투자자에게 조언했던 버핏이 주가 급락기에 시장이 공포심에 휩싸이자 주식을 대거 사들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로 버핏이 투자를 늘린 에너지주는 올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 업종 중 가장 좋은 주가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S&P500 지수는 올해들어 16% 하락했지만, 옥시덴털 주가는 134% 셰브런은 47% 급등했다.

루팔 반살리 아리엘인베스트먼츠 글로벌주식최고투자책임자는 버핏의 셰브런·옥시덴털 투자에 대해 "원자재 가격이 당분간 고공 행진할 것으로 봤기 때문일 것"으로 분석하며 "인플레이션 위험 회피의 의미도 있어 보인다"고 평가했다.

제임스 섀너핸 애드워드존스 주석애널리스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투자 기회를 놓쳤던 버크셔 해서웨이가 최근 주가 급락을 새로운 기회로 보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버핏은 실제로 버크셔 해서웨이의 연례 주주총회에서 "주식시장이 지난 몇 년간 변동성이 큰 '도박장'처럼 변했지만, 한편으론 저평가된 기업을 물색하는 기회의 장도 됐다"고 말한 바 있다.

한편 버핏은 지난 2월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들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지난해 말 현금보유액이 1467억달러(약 188조원)였지만, 지난 3월말 기준 1063억달러(약 136조원)로 줄어든 상태라고 밝혔다.

고석현 기자 ko.sukhy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