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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위기' 저어새, 서천서 91마리 번식 확인…"분포지 넓어져"

중앙일보

입력

새끼들 옆에 서 있는 멸종위기종 저어새. 사진 국립생태원

새끼들 옆에 서 있는 멸종위기종 저어새. 사진 국립생태원

세계적 멸종위기종으로 꼽히는 저어새 수십 마리가 충남 서천군의 한 섬에서 번식하는 모습이 새로 확인됐다. 저어새의 국내 분포지가 점차 넓어지는 긍정적 신호로 풀이된다.

국립생태원은 지난 4월 서천 유부도 인근 섬에서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멸종위기에 처한 종) 저어새 91마리가 집단 번식하는 걸 확인했다고 17일 밝혔다. 국립생태원 연구진은 이곳에서 저어새 외에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가까운 장래에 멸종위기에 처할 우려가 있는 종) 검은머리물떼새, 환경부 보호종 괭이갈매기 등 다양한 물새들이 번식하는 것도 포착했다. 이들 저어새는 서천, 전남 영광군 등 인근에 있는 집단번식지에서 따로 떨어져 나온 것으로 추정된다.

여름 철새인 저어새는 몸이 희고 주걱처럼 생긴 검은 부리를 가졌다. 갯벌에서 작은 물고기나 갑각류를 주로 먹고산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홍콩, 중국 동남부, 대만 등 동아시아에만 서식하는 멸종위기종이다. 지난 1월 전 세계 동시 조사 기준으로 6162마리(추정치)에 불과하다.

지난 4월 국립생태원에서 새로 확인한 충남 서천군의 한 섬에 있는 저어새 집단 번식지. 사진 국립생태원

지난 4월 국립생태원에서 새로 확인한 충남 서천군의 한 섬에 있는 저어새 집단 번식지. 사진 국립생태원

저어새는 특히 인천 강화도, 영종도 일대 무인도 등 한국 서해안에서만 90% 이상이 번식한다. 저어새 보호에 있어 국내 갯벌·섬 생태계가 매우 중요하다는 의미다. 3월 말부터 7월까지 평균 3개의 알을 낳은 뒤, 홍콩과 중국 동남부, 대만, 베트남 등에서 추운 겨울을 보낸다.

저어새를 위협하는 요인은 갯벌 매립·간척에 따른 서식지 감소, 인간의 포획과 알 채취, 수리부엉이·너구리 등의 알 포식 등이다. 예전보다 인간에 따른 위험은 많이 줄었지만, 다른 동물로 인한 포식 행위가 늘어나는 상황이다.

다만 30여 년 전 300마리도 안 되던 전 세계 저어새는 국내 보호 활동 등에 힘입어 20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국내서 번식하는 어른 저어새도 2020년 3096마리에서 지난해 3690마리로 늘었다.

멸종위기종인 저어새의 모습. 사진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인 저어새의 모습. 사진 국립생태원

국내 번식 개체의 79%는 인천·경기만 일대에 살고, 나머지는 서천·영광 일대 갯벌의 무인도에 서식한다. 국립생태원이 이번에 새로운 장소를 확인하면서 전국 20여 곳인 번식지도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최태영 국립생태원 복원연구실장은 "한국전쟁 이후 국내 저어새가 거의 절멸했지만 일부 남은 개체가 생존, 번식하면서 인천과 강화도로 확산했다. 지난 20여년간 지역 시민단체, 전문가 등이 노력한 게 개체 수와 분포지 증가로 이어진 것으로 본다"라고 설명했다.

조도순 국립생태원장은 "저어새의 번식 분포지가 점차 넓어지고 있어 인천 중심의 공존 활동을 전국적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서천 인근 갯벌의 신규 번식지를 대상으로 정밀 조사를 펼치는 등 체계적 보전 연구도 더 수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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