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모닝 사절' 20세기를 산 21세기 소년 장희민 [성호준의 골프인사이드]

중앙일보

입력 2022.05.17 08:09

업데이트 2022.05.17 09:21

 우승 후 기뻐하는 장희민. [KPGA 제공]

우승 후 기뻐하는 장희민. [KPGA 제공]

“햄버거는 좋아하지만 맥모닝은 사절이에요”라며 웃었다.

15일 한국프로골프(KPGA) 우리금융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루키 장희민(20) 얘기다. 그는 21세기(2002년생)에 태어났다. 그러나 그의 청소년기는 20세기의 삶처럼 고단했다.

장희민은 중학교 2학년이던 2016년 국가대표 상비군이 됐다. 그해 겨울 영국행 비행기를 탔다. DP 월드투어(유러피언투어)의 3부 투어 중 하나인 PGA 유로프로투어에 나가기 위해서였다.

PGA 유로프로투어엔 나이제한이 없다. 그는 “멋도 모를 어릴 때였지만 축구 스타 손흥민이 그랬듯 일찌감치 프로가 돼서 골프에 전념하고 싶었다. 해외 투어에서 뛰고 싶었기 때문에 해외 골프를 경험해보자는 아버지의 권유를 받아들였다”고 기억했다.

2016년 장희민은 한국에서 열린 제1회 YG컵에서 2위를 했는데 당시 1위 김민규도 유럽 3부 투어로 동행했다.

PGA투어는 2부 투어(콘페리투어)가 있고 캐나다, 라틴아메리카, 중국에 3부 투어가 있다.

유러피언투어도 2부 투어(챌린지투어)가 있고, 알프스, 독일, PGA 유로프로투어가 있다. PGA 유로프로투어는 영국과 아일랜드를 기반으로 한다.

유로프로투어는 대회 수 15개에 대회당 상금이 약 5만 파운드, 8000만원 정도다. 150명이 참가하면 1인당 기대 상금은 50만원 정도다. 참가비가 40만원이니 기대 수입은 10만원에 불과하다.

퍼트 실패 후 아쉬원하는 장희민. [KPGA 제공]

퍼트 실패 후 아쉬원하는 장희민. [KPGA 제공]

냉정히 말하면 선수들의 참가비에 약간의 후원금을 붙여 치르는 미니투어다. 교통비 숙박비를 더하면 적자다. 톱 10안에 들지 못하면 돈을 벌지 못한다.

장점도 있다. 직접 가방을 메거나 수동 카트로 끌고 다니기 때문에 카트비와 캐디피 등은 들지 않는다. 참가비 40만원을 내고 나흘간 실전 경기를 경험할 수 있다.

골프의 발상지 영국엔 괜찮은 코스가 많다. 3부 투어라도 코스 변별력이 의외로 높아 열심히 하면 실력이 는다.

한국에서 주니어 선수들이 골프 하려면 돈이 많이 든다. 골프 아카데미는 월 500만원 정도다, 대회까지 참가하면 월 1000만원이 넘는다. 대회에 나가면 캐디피, 카트 사용료까지 다 내야 한다.

장희민은 코로나로 인해 한국에 돌아올 때까지 아버지와 함께 영국에서 3년간 살았다. 다른 비용은 최대한 아꼈다. 영국 물가가 비싸지만, 생필품은 상대적으로 싸다.

아침은 맥도널드의 맥모닝을 먹을 때가 많았다. 한창 클 나이였으니 양이 부족했을 것이다.

대회에 나가지 않는 날이면 골프장에서 살았기 때문에 점심 메뉴는 골프장 클럽하우스 햄버거가 고정이었다.

한국 음식이 꼭 먹고 싶을 때는 셰어하우스에서 아버지가 김치찌개를 끓였다.

장희민이 트로피에 입을 맞추고 있다. 우승상금은 2억6000만원이다. [KPGA 제공]

장희민이 트로피에 입을 맞추고 있다. 우승상금은 2억6000만원이다. [KPGA 제공]

작은 모텔에서 잘 때도 있었지만, 한인교회 교인들의 집에 짐을 맡겨야 할 때도 잦았다. 장희민은 “고마운 분들이 많다”고 했다.

대회에 나가면 숙박비를 아끼려 때론 차에서 잘 때도 있었다. 그는 “새벽 아버지가 시동을 틀고 히터를 켜주시던 장면이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장희민은 청소년기의 고생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꿈이 있기 때문에 창피하지 않다. 그래도 맥모닝은 더는 먹고 싶지 않다”고 웃었다.

그는 또 “존경받는 선수가 되고 싶다. 십 대에 외국에서 고생하면서, 내가 잘 돼서 빅리그에도 가고 어려운 환경의 후배들을 돕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기억했다.

장희민의 우승을 두고 무명 선수의 깜짝 우승이라는 평이 나왔지만 그렇지 않다고 본다. 난코스에서 치러진 우리금융 챔피언십 우승자 장희민과 공동 2위 김민규가 유럽 3부리그 출신이다.

김민규. [KPGA 제공]

김민규. [KPGA 제공]

한참 놀아야 할 10대 중반, 해외 투어에서 뛰는 것은 적당할까. 때론 상금 액수가 모텔에서 잘 수 있을지 없을 지를 결정하기도 할 정도로 부담이 크다.

장희민은 “사실 너무 힘들어 다른 후배에게 권하고 싶지는 않다. 그래도 의지가 있으면 경험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했다.

장희민은 19~22일 경남 거제 드비치 골프장에서 벌어지는 먼싱웨어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에 참가한다.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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