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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명 IT전문가 러 탈출…이들 활용하면 푸틴 힘들어진다"

중앙일보

입력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타스=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타스=연합뉴스]

"푸틴 정권을 압박할 수 있는 방법의 하나는 서방이 러시아 엘리트 출신 망명자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러시아 탐사보도 저널리스트로 크렘린궁에 관한 여러 권의 책을 쓴 안드레이 솔다토프와 이리나 보로간은 지난 13일 미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 기고문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솔다토프는 블라미디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해 가장 공격적인 발언을 하는 러시아 엘리트 중 한명이기도 하다. 앞서 그는 러시아 군부의 쿠데타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경제를 옥죄는 쪽이 빠르다고 했다.

솔다토프는 지난 2월 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수십만명의 러시아 엘리트가 동유럽과 서방 등으로 건너갔다고 했다. 이는 볼셰비키 혁명(1917년) 이후 최대이며, 특히 1990년대 이후 태어난 MZ세대가 탈출을 주도했다. 출국의 성격도 우크라이나 침공 전엔 주로 경제적인 것 때문이었지만, 전쟁 이후로 푸틴 정권의 정치적 탄압까지 더해져 이 행렬을 가속했다고 전했다.

그는 러시아를 떠난 엘리트 유형을 4가지로 구분했다. 첫째는 러시아전자통신협회를 인용해 10만명의 IT 전문가들이 러시아를 등졌다며, 이들 중 상당수는 글로벌 IT 기업에서 근무하거나 외국 기업에 연관된 전문가들이라고 했다. 이들은 우크라이나 침공 후 외국 기업이 러시아에서 철수하고 서방의 제재가 정밀해지며, 설 자리를 잃었다. 또 푸틴 정권이 징집령을 내린 점도 러시아를 떠나기로 결정한 이유 중 하나다.

두 번째는 독립 언론인과 비정부기구, 활동가 그룹으로 활동을 지속하다간 감옥에 갈 수 있다는 위협에서 러시아를 떠났다. 단, 1000명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추산했다. 세 번째는 모스크바·상트페테르부르크 출신의 진보적인 지식인들로 서방의 지원을 받는 프로젝트를 추진한 경험이 있는 엘리트들이다. 이런 지식인들은 신변의 위협을 느낄 정도는 아니지만, 많은 이들이 기반을 잃은 상태라고 전했다. 네 번째는 러시아 에너지기업 가스프롬 등 국영기업의 포함한 대기업의 CEO와 매니저 등이다. 이들은 대부분 대도시 출신으로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았으며, 자유주의적 성향을 지녔다.

솔다토프는 이들 중 일부는 러시아로 다시 되돌아오고 있다고 했다. 특히 가장 많은 전문가 집단인 IT 업종 관계자들은 해외에 남아있을 현금이 떨어지고, 러시아 은행 계좌에 대한 접근이 차단되는 등 현실적인 어려움에 복귀했다. 그러나 "이들은 이번엔 다시 돌아오지 않을 방법을 찾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러시아 출신 망명자, 조직화해야" 

그는 볼셰비키 이후 서방으로 망명한 이들이 나름대로 반체제활동을 해왔다는 점에서 서방이 이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망명자들이 볼셰비키의 집회에 비밀요원을 파견해 폭탄테러를 시도하거나, 해외를 무대로 소련 고위 관리에 테러를 감행하기도 했다면서다. 또 1930년대 스페인 내전과 2차 세계대전, 냉전 기간 및 아프가니스탄전쟁(1979) 때도 서방의 편에 섰던 망명자들의 활약이 있었다.

푸틴 정권 하에서도 지식인을 중심으로 한 망명자들은 크렘린궁에서 벌어지는 내부 정보를 파악하는데 확실한 도움을 줬다고 솔다토프는 주장했다. 따라서 서방, 특히 유럽은 이들을 담을 더 큰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볼셰비키 시절 체코 정부의 재정적 지원으로 설립된 프라하의 '러시아자유대학', 냉전 시대 미 외교관 조지 캐넌(1904-2005)의 주도로 설립된 '자유 러시아를 위한 미국위원회'와 '자유 유럽 위원회' 등을 예로 들었다.

러시아 탐사보도 저널리스트 안드레이 솔다토프. [안드레이 솔다토프 트위터 캡처]

러시아 탐사보도 저널리스트 안드레이 솔다토프. [안드레이 솔다토프 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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