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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켓몬'도 아닌데 25만명 열광…조아용·수원이 뭐길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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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경기도 용인시 캐릭터인 조아용의 캐릭터 상품을 판매하는 조아용 in 스토어. 최모란 기자

경기도 용인시 캐릭터인 조아용의 캐릭터 상품을 판매하는 조아용 in 스토어. 최모란 기자

경기도 용인시에 있는 수인분당선 기흥역 환승센터에선 특이한 캐릭터와 그것을 파는 상점이 있다. 동글동글한 체격에 뿔과 수염이 달린 초록색 용, ‘조아용’이 주인공. 상점 이름은 ‘조아용 in 스토어’다.

여느 캐릭터 상품점과 가장 큰 차이점은 조아용이 ‘공무원 출신’이라는 점이다. 조아용은 용인시가 만든 시(市) 캐릭터다. 용인(龍仁)시 지명의 ‘용(龍)’자에서 착안해 캐릭터를 만들었고 SNS에서 유행하는 호감 표시 ‘좋아요’를 이름에 활용했다.

귀여운 캐릭터에 시민들은 열광했다. 지난 4월 용인시가 SNS 친구 25만명에게 조아용 이모티콘 16종을 증정하는 이벤트를 열었는데 19분 만에 완판됐다. 조아용 in 스토어를 운영하는 용인지역자활센터의 오은지 팀장은 “지난 4월 4일 처음 문을 연 뒤 주중에만 운영하는데 하루 평균 70여팀 이상이 찾아온다”며 “앞치마와 판박이, 엽서 등 일부 상품은 들여놓기 무섭게 팔려나가 사전 예약하는 사람도 많다”고 말했다.

지자체 캐릭터 220여 개…전성시대

16일 각 지자체 등에 따르면 전국 광역·기초 단체 245곳 중 220여곳이 자체 캐릭터·마스코트를 가지고 있다. 가장 많은 캐릭터는 지역 특산물을 형상화한 것이다. 안양시 ‘포동이(포도)’, 강원 속초시 ‘해오미(오징어)’, 충남 논산시 ‘먹보딸기(딸기)’ , 예산군 ‘예돌이(사과)’, 경북 성주군 ‘참별이(참외) 등이 대표적이다.

경기도 고양시 캐릭터인 '고양고양이'. 고양시 홈페이지 화면 캡처

경기도 고양시 캐릭터인 '고양고양이'. 고양시 홈페이지 화면 캡처

조아용이나 고양시 캐릭터 ‘고양고양이’처럼 지명을 이용한 캐릭터도 있다. 수원시의 ‘수원이(수원청개구리)’, 화성시 ‘코리요(코리아케라톱스 화성엔시스), 경남 밀양시 ‘굿바비(밀양돼지국밥)’ 등 지역 특유의 동·식물·음식을 의인화한 경우도 있다. 충북 괴산군의 ‘꺽정이·운총이(임꺽정)’, 단양군 ‘온달·평강’, 아산시 ‘아랑이(이순신)’ 등 처럼 인물을 내세우기도 한다.

지역 캐릭터에서 전국구 스타로 

인기를 끈 지자체 캐릭터는 ‘전국구’ 캐릭터로 거듭나기도 한다. 각 지자체가 자체 캐릭터를 만들기 시작한 건 1990년대부터인데, 특색 없는 모습과 인지도 부족 등으로 금방 기억에서 잊히곤 했다. 빛을 보기 시작한 것은 2010년 이후다. 지자체 홈페이지나 공공시설물 등에 도입된 캐릭터가 SNS 바람을 타고 전국적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경기도 수원시의 캐릭터 '수원이'. 수원시

경기도 수원시의 캐릭터 '수원이'. 수원시

원조는 고양시의 ‘고양고양이’다. 2013년 고양시 SNS를 통해 처음 모습을 드러냈는데 귀여운 고양이의 모습에, 문장 끝에 ‘~양’을 붙이는 말투로 인기를 끌었다. 고양시 원조 캐릭터인 꽃의 요정 ‘코코’를 밀어내고 공식 캐릭터 자리를 꿰찼다.

2016년 탄생한 수원시 캐릭터 ‘수원이’는 2020년 코로나19 확산과 함께 명성을 얻었다. 수원시는 당시 ‘마스크가 답이다’라는 캠페인을 펼치면서 마스크를 쓴 수원이 캐릭터를 곳곳에 선보였다. 언론 등을 통해 알려지면서 지자체마다 마스크를 쓴 캐릭터가 등장했다.

부산시 소통 캐릭터 ‘부기(부산 갈매기)’는 지난달 16일 탄생 1주기를 맞아 해운대 해수욕장에서 팬 미팅을 열었는데, 팬 미팅 참석자의 절반 정도가 서울 등 다른 지역 주민이었다고 한다.

팬미팅하는 부산시 캐릭터 부기. 부산시

팬미팅하는 부산시 캐릭터 부기. 부산시

화성시 ‘코리요’와 경북 안동시의 ‘엄마까투리’, 경북 청도군 ‘바우(싸움소)’ 등 일부 캐릭터는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돼 전국적으로 이름을 떨쳤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인기 있는 지역 캐릭터의 특징이 개성 있고 귀엽다는 것”이라며 “젊은 층을 중심으로 SNS 등으로 입소문을 내면서 지역 홍보를 견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중성 앞세우다 지역색 잃기도”

하지만, 대중성에 집착하면서 지역 특성이 사라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민규 대구대 교수(융합예술학부)는 “각 지자체가 대중성을 강조한 캐릭터에 집중하면서 어디선가 본 듯한, 지역성이 없는 캐릭터가 우후죽순처럼 나오고 있다”며 “지역색을 담은 스토리텔링과 다양한 콘텐트 상품을 개발해 오랜 기간 사랑받을 수 있는 캐릭터를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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