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채 쥔 '수아'도 나섰다...'메타버스 큰손' Z세대 잡아라

중앙일보

입력 2022.05.17 05:00

국내 패션기업들의 메타버스 진출이 활발해지고 있다. 실제 수익으로 연결될지 확신할 수 없는 ‘가보지 않은 길’이지만 급변하는 시장에서 미래 디지털 고객을 잡으려면 ‘가야 할 길’로 인식되는 분위기다. 컨설팅업체인 PWC는 세계 메타버스 시장 규모가 2017년 464억 달러(약 59조원)에서 2030년 1조7500억 달러(약 2234조원)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코오롱의 ‘패션 디지털화’

16일 업계에 따르면 코오롱그룹의 패션계열사인 코오롱인더스트리FnC는 최근 전사적으로 디지털 사업 강화에 나서고 있다. 대표적으로 아웃도어 브랜드 ‘코오롱스포츠’가 업계 최초로 NFT(Non-Fungible Token, 대체 불가능토큰)를 기반으로 한 프로젝트를 선보인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NFT는 메타버스의 핵심 기술로 평가받는다. 한번 발행되면 복제나 위조가 불가능해, 초실감 가상현실인 메타버스에서 물건을 사고팔 때 전자화폐 기능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코오롱FnC의 골프웨어 브랜드 ‘왁’ 이 홍보대사로 선정한 가상인간 '수아'의 라운딩 모습. 오른쪽이 수아로, 실제 인물처럼 자연스럽다. [사진 코오롱FnC]

코오롱FnC의 골프웨어 브랜드 ‘왁’ 이 홍보대사로 선정한 가상인간 '수아'의 라운딩 모습. 오른쪽이 수아로, 실제 인물처럼 자연스럽다. [사진 코오롱FnC]

코오롱스포츠는 이를 위해 NFT 브랜드인 ‘샤이고스트스쿼드’와 협업하기로 했다. 샤이고스트스쿼드는 이용자들이 저마다 자신의 캐릭터를 NFT로 소유하고 커뮤니티를 만들어 활동하는 것이 특징이다. 코오롱스포츠는 샤이고스트 캐릭터 선발대회를 시작으로 NFT 발행, 기획상품 제작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코오롱FnC의 골프브랜드인 ‘왁’도 올해 브랜드 홍보대사로 가상인간 ‘수아’를 내세웠다.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수아가 라운딩에 나선 모습 등 실감나는 스토리를 계속 올려 새로운 경험과 재미를 추구하는 2030세대를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앞서 코오롱FnC의 친환경 패션 브랜드 ‘래코드’는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지속가능한 패션이 왜 젊은 세대에게 중요한지에 대한 강연을 진행하기도 했다.

다른 패션기업들도 비슷하다. 이랜드그룹의 정보기술(IT) 계열사인 이랜드이노플은 최근 인기 애니메이션 캐릭터인 ‘코코몽’ NFT를 판매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과 LF는 각각 자사 온라인 플랫폼인 SI빌리지와 LF몰에서 명품 등을 구매한 고객들에게 NFT기술을 사용한 디지털 보증서를 발급해 정품을 보장하는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10명 중 8명이 10대 

메타버스는 철저히 젊은 세대, 그중에서도 1990년대 후반에서 2010년대 초반에 태어난 Z세대가 주요 타깃이다.
시장조사업체 데이터에이아이(data.ai)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아바타 소셜 애플리케이션(앱)을 다운로드 받은 수는 지난 2020년 1분기 1100만건에서 올 1분기 3800만건으로 215% 급증했다. 이 중 상당수는 Z세대다.

분기별 아바타 소셜 앱 다운로드 추이. 올해 1분기 기준 제페토-버드-오아시스-IMVU-메이커블록스 순이다. [자료 : 데이터에이아이]

분기별 아바타 소셜 앱 다운로드 추이. 올해 1분기 기준 제페토-버드-오아시스-IMVU-메이커블록스 순이다. [자료 : 데이터에이아이]

‘제페토’ ‘버드’ ‘IMVU’ 등 대부분의 아바타 소셜 앱에서 Z세대 이용빈도는 전체 평균치의 약 2배였다. 제페토와 협업하고 있는 네이버는 지난 3월 기준으로 제페토 가입자수가 3억명을 돌파했다고 밝혔는데, 10명 중 8명이 10대였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한 트렌드 변화에 민감한 패션업계가 메타버스·NFT·증강현실(AR) 등 디지털 기반 사업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코오롱FnC 관계자는 “확장현실(XR) 기술로 패션쇼를 열고 가상 인간을 홍보대사로 삼고, 가상현실 속에서 옷을 입어보는 등 이미 패션과 메타버스는 경계도 제약도 없어졌다”고 말했다.

메타버스 '로블록스'에서 영업 중인 폴로 매장. [사진 로블록스]

메타버스 '로블록스'에서 영업 중인 폴로 매장. [사진 로블록스]

실제 크리스챤디올·구찌·나이키 등 유명 명품 브랜드들이 제페토에 입점했고 랄프로렌과 발렌시아가는 메타버스 사업부문을 출범시켰다. 나이키는 온라인 중심의 스니커즈 브랜드 RTFKT를 인수하기도 했다.
IT 기반 패션 플랫폼인 ‘패스커’를 운영하는 최현석 에프앤에스홀딩스의 대표는 지난 13일 한국패션산업협회 등이 개최한 ‘섬유패션 디지털 전환 포럼’에서 “현재의 메타버스는 단순 마케팅이 목적일 수 있지만, 머지않은 미래에 사람들이 모여들 가능성이 높은 공간인 메타버스에서의 거래가 이뤄지는 ‘메타커머스’를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공보장 없지만 차세대 ‘희망’

장밋빛 전망에 우려를 나타내는 목소리도 있다. 편리한 온라인 쇼핑이 일상화한 가운데 과연 소비자들이 메타버스를 통해 물건을 살지, 경험할 수 있는 콘텐트가 제한된 상황에서 굳이 메타버스에서 여가를 즐기려고 할지, NFT가 반드시 필요한 대상(자산)이 얼마나 많이 생겨날지 등이 대표적인 의구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패션업계는 차세대 먹거리로 메타버스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디지털 기반 경제의 힘을 체감했기 때문이다. 업계 내부에선 메타버스가 활성화할 경우 물류와 유통망, 인건비 등 각종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아직은 마케팅 차원이지만 차세대 고객인 10~30대에게 브랜드 이미지를 알리고, 이들을 팬층으로 끌어들이는 데 메타버스만한 게 없다”며 “시장의 기반이 디지털로 완전히 전환할 경우를 대비해서라도 디지털에 투자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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