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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분수대

떼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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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이경희 기자 중앙일보 P디렉터
이경희 이노베이션랩장

이경희 이노베이션랩장

이달 초 열린 가수 싸이의 성균관대 축제 공연 영상이 화제다. 오랜 거리두기의 한을 토해내듯, 관객들이 지축을 울리며 ‘떼창’을 하는 모습이 장관이다. 2020년 3월 이후 2년여 만에 코로나19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되고 떼창 금지 조치가 사라지면서 가능해진 풍경이다.

떼창은 관객들이 큰소리로 노래를 따라부르는 행위를 가리킨다. 한 성부를 다 같이 부르는 ‘제창(齊唱)’과 사전적 의미는 같다. 그러나 제창은 이제 애국가 제창,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등 공식 행사에서 쓰이는 용어가 된 듯하다. 빅카인즈 기사 아카이브에서 검색되는 가장 오래된 떼창의 정의는 1992년 5월 12일자 문화일보의 가수 이정선 인터뷰에서 찾을 수 있다. “가수들을 여럿 불러놓고 화려한 패션쇼를 방불케 한다든지 떼창(가수들이 합창하는 것을 이렇게 표현했다)을 시키는 곳에는 단호하게 출연 거부합니다.”

지금처럼 청중이 떼 지어 함께 부른다는 뜻으로 언론에 등장한 건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등이 본격적으로 열리기 시작한 2000년대 후반쯤이다. 2000년대 초반까지도 한국은 여러 해외 뮤지션의 개런티를 감당해 록 페스티벌을 열 만큼 티켓 파워가 센 나라가 아니었다. 골수 음악팬들은 항공·숙박료까지 들여 일본 등 해외 페스티벌을 찾아가야 했다. 그러다 기라성같은 해외 뮤지션의 공연을 무대만 조금씩 옮겨가며 모두 볼 수 있는 록 페스티벌이 내 나라에서 열리니 감격스러울 수밖에…. 한국 관객은 유난스러운 떼창으로 화답했다.

코로나 시대, 클래식·뮤지컬이 올라가는 동안에도 대중음악 공연은 금지됐다. 떼창 때문에 침방울이 튀어 바이러스를 전파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였다. 공연 업계의 원성이 커지자 방역 당국은 지난해 6월 4000명 이내, 떼창 금지 등의 조건을 달고 허가해줬다. 그러나 한 달여 만에 코로나 재확산을 이유로 비수도권의 등록 공연장 이외의 장소에서 개최되는 실내외 공연을 도로 금지했다. 주로 경기장 등에서 이뤄지는 대중음악 콘서트를 금지한 것과 다름없었다. 가수 나훈아의 부산 콘서트가 자동으로 취소된 그 날, 전국 일일 신규 확진자 수는 1838명이었다. 나훈아 전국 투어가 재개됐다. 떼창이 돌아왔다. 이제 좀 숨통이 트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