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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엄중한 경제 상황” 공감한 경제부총리와 한은 총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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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조찬간담회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조찬간담회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금리·환율·물가 3고에 농산물 위기까지

재정·통화 당국 신속·긴밀한 공조 절실

새 정부 출범식을 갓 치른 한국 사회가 경제 위기에 버금가는 상황에 빠져들고 있다. 고금리·고환율에 고물가까지 겹치는 ‘3고(高)’ 현상이 그것이다. 미국의 빅스텝(0.5%포인트) 금리 인상으로 달러 가치가 급등하면서 원-달러 환율이 1300원에 가깝게 치솟고 있다. 증권시장에선 외국인 투자자들이 빠져나가면서 지난해 말 3000선이던 코스피 지수가 2600 아래까지 내려갔다. 186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는 연이은 금리 인상으로 폭발 직전이다.

여기까지만 해도 사면초가 수준의 위기인데, 고물가의 쓰나미마저 곳곳에서 밀려오고 있다. 세계 2위 밀 생산국인 인도가 지난 14일 정부의 특별허가를 제외하곤 밀 수출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세계의 곡창이라는 우크라이나가 이미 러시아의 침공으로 피폐화한 이후라 그 심각성이 더하다. 밀을 필두로 한 세계 식량 가격의 가파른 상승을 더욱 부추길 수 있다. 지난달에는 세계 1위 팜유 생산국인 인도네시아가 팜유 수출을 중단했다. 3년째 이어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통화량이 급증한 상황에서, 세계 주요국들이 자국 시장에 농산물을 우선 공급하는 식량보호주의까지 확산하고 있다.

마침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새 정부 출범 6일 만인 어제 만났다. 두 경제 수장은 “한국 경제가 엄중한 상황에 처해 있다”며 “종합적인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입을 모았다. 정부의 재정 정책을 관장하는 경제부총리가 정부로부터 독립해 독자적으로 통화 정책을 수행하는 한은 총재와 정책 공조의 필요성에 대해 뜻을 모았다는 건 이례적이면서도 환영할 만하다. 그만큼 대내외 경제 상황이 어느 때보다 엄중하다는 공감대가 깔려 있다.

문제는 경제 위기에 대한 인식은 공유하지만, 해법까지 같이하기는 쉽지 않다는 점이다. 한은은 계속해서 긴축 신호를 보내고 있는데, 정부는 60조원에 가까운 역대 최대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준비하고 있다. 재정·통화 정책이 서로 다른 방향을 보고 있는 셈이다. 이 총재는 16일 간담회 후 “향후 빅스텝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물가 상황에 따라 미국처럼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올릴 수 있다는 얘기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날 ‘미국의 금리 인상과 한국의 정책 대응’ 보고서를 통해 한국이 미국을 따라 빠르게 금리를 올리는 데 대한 우려를 표했다. 사회 후생 관점에서 볼 때 미국 금리에 동조하는 것보다 국내 물가와 경기 여건에 따라 운용하는 독립적인 통화 정책의 효용이 더 크다는 것이다. 물가와 금리·환율이 실타래처럼 얽혀 있는 상황이다. 밀·식용유 등 최근 급등하고 있는 수입 농산물에 대한 세밀한 공급망 관리와 함께, 재정·통화 당국의 긴밀하고 신속한 공조를 주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