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사설

윤 대통령과 여야 악수…협치로 나아가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코로나19 손실보상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마친 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김성룡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코로나19 손실보상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마친 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김성룡 기자

어제 시정연설서 “국정 운영 중심은 의회”

윤, 계속 손 내밀고 민주당도 외면 말길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후 엿새 만인 어제 국회에서 시정연설을 했다. 소상공인 손실 보상 추가경정예산안의 신속한 처리를 요청하기 위해서였다.

윤 대통령은 민주당을 상징하는 푸른색 계열의 넥타이를 맨 채 입장하며 여야 의원들과 인사했다. 연설 전엔 민주당과 정의당 의석 방향으로 고개를 숙였고, 연설 후엔 야당 석을 찾아가 악수를 청했다. 어찌 보면 특별할 게 없어 보이는 풍경이었지만 근래 국회 기준으론 특별한 풍경이었다. 그간 대통령들은 야당의 반대 손팻말이나 야유·고성, 외면 또는 퇴장을 경험했었다.

윤 대통령은 18분간의 연설에서도 ‘협치’를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직면한 위기와 도전의 엄중함은 진영이나 정파를 초월한 초당적 협력을 어느 때보다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며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의 전시 연립 내각을 예로 들었다. 윈스턴 처칠의 보수당과 클레멘트 애틀리의 노동당이 함께한 정부였다. 윤 대통령은 “진정한 자유민주주의는 바로 의회주의라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 국정 운영의 중심이 의회”라며 “지금 대한민국에는 각자 지향하는 정치적 가치는 다르지만, 공동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기꺼이 손을 잡았던 처칠과 애틀리의 파트너십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곤 “국정의 주요 사안에 관해 의회 지도자와 의원 여러분과 긴밀히 논의하겠다. 그리고 마땅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약속했다. 연금·노동·교육개혁을 꼭 집어 “정부와 국회가 초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고도 했다.

대통령으로서 옳은 인식이고 약속이다. 대통령이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하는 건 상식이다. 윤 대통령이 5·18 기념식에 국민의힘 의원 전원이 참석했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국민의힘이 동의했다는데 이 또한 바람직하다. 관건은 지속성이다. 이전 대통령들도 취임 당시엔 협치 의지를 보였으나 야당의 완고한 반대에 뜻을 접곤 했다.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아무리 어렵더라도 지속적으로 노력하길 바란다. 노력이 쌓여야 여야가 함께하는 일이 생기고, 한두 개의 공통 경험이 쌓이고 쌓여야 진정한 협치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도 여권의 손을 뿌리치기만 해선 곤란하다. 윤 대통령이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 지연 등의 정국을 풀기 위해 의회 지도부와 추진하려던 ‘소주 회동’을 두고 민주당이 “일정이 맞지 않는다”고 해 무산됐다는데 굳이 그럴 이유가 있었나 싶다. 168석의 거대 야당으로 반대를 위한 반대만 한다고 여겨지면 민심의 외면을 받을 수도 있다.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고,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을 향해 “협치하라”고 요구만 할 게 아니라 민주당도 협치에 응할 자세가 돼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