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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료 폭탄’ 잡음 옛 대관령휴게소, 이번엔 주차비 논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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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면

옛 대관령휴게소 상인들이 주차비 징수를 반대하는 플래카드를 걸어 놓은 모습. [사진 상인연합회]

옛 대관령휴게소 상인들이 주차비 징수를 반대하는 플래카드를 걸어 놓은 모습. [사진 상인연합회]

‘임대료 폭탄’ 논란을 빚었던 평창군 대관령휴게소가 이번엔 주차요금을 징수해 상인과 이용객의 불만을 사고 있다.

지난 13일 평창군 대관령면 횡계리 옛 대관령휴게소 곳곳에는 ‘관광객이 봉이냐? 휴게소에 주차비가 말이 되냐?’는 등의 플래카드가 붙어 있었다. ‘최고가 입찰, 임대료 폭등, 주차비 징수 시설공단 대박! 상인들은 쪽박!’ 등의 내용도 눈에 띄었다. 플래카드는 대관령휴게소에 입점해 있는 상인들이 설치했다고 한다. 평창군시설관리공단이 대관령휴게소 주차장 이용객에게 주차요금을 받으면서 곳곳에 붙기 시작했다.

시설공단은 지난달 1일부터 승용차와 승합차, 2t 이하 화물차를 대상으로 기본 주차료(30분 이내) 600원을 받고 있다. 다만 10분만 주차하면 요금을 받지 않는다. 10분마다 200원씩 추가되며 5시간 이상 1일 주차는 6000원을 받는다. 또 승차정원 16인 이상 승합차, 2t 이상 화물차는 기본 이용료 1200원에 10분마다 400원, 1일 주차는 12000원을 부과하고 있다. 요금은 무인 정산기를 통해 납부해야 한다.

휴게소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이모(63)씨는 “휴게소에서 주차비를 받으면 누가 오겠느냐”며 “주차요금을 징수하자 휴게소를 찾은 이용객이 급감해 상인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용객들도 평창군청 등에 전화를 걸어 항의하고 있다.

상인들은 이런 상황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본다. 휴게소에서 식사하거나 상품을 구매해도 주차비를 면제하거나 할인해주는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아서다. 또 다른 상인은 “대관령휴게소는 강릉 등 인근 지역에서도 많은 사람이 찾는 곳인데 식사를 하거나 차를 마셔도 주차요금을 받으니 ‘다신 오지 않겠다’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이에 대해 평창군 관계자는 “대관령휴게소는 지금은 이름만 휴게소로 남아있을 뿐 관광거점 장소로 마련해놓은 곳이어서 주차비를 받게 된 것”이라며 “개선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대관령휴게소는 올해 들어 임대료가 많게는 6배나 높아지면서 상인들이 문제를 제기했다. 대관령마을영농조합법인(마을법인)이 운영을 맡았던 지난해 3월까지 상인들은 마을법인에 매년 800~1000만원의 임대료를 냈지만, 시설공단이 출범하면서 임대료 갈등을 빚어왔다.

당시 운영권을 회수한 시설공단은 공유재산법에 따라 경쟁 입찰을 통해 낙찰자를 선정하겠다고 선언했다. 이후 9개월간의 유예기간이 끝나가던 지난해 말 휴게소 안팎에서 “가게 입찰을 받기 위해 OO가 높은 금액을 쓴다”라는 식의 소문이 급속하게 퍼졌다. 이에 불안해진 상인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소문보다 큰 금액을 쓸 수밖에 없었다. 이중 상인 배모(39)씨는 임대료 5380만원을 내게 됐다. 배씨는 “입찰에서 떨어지면 1억원 가까이 투자한 시설비를 돌려받을 수 없게 돼 높은 입찰가를 쓸 수밖에 없었다”며 “가뜩이나 임대료가 높아져 어려운데 이번엔 주차비까지 징수하면서 장사하기가 더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대관령휴게소는 옛 영동고속도로 대관령 길목에 있다. 2001년 이 구간을 직선화한 새 도로가 놓이면서 휴게소 앞을 지나는 도로가 지방도로가 됐고, 찾는 손님도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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