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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병상의 코멘터리

북한 코로나로 중국영향력 커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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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상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김정은 국무뮈원장이 15일 평양시 내 의약품 공급과 판매 현황을 점검하기 위해 대동강 유역에 위치한 약국을 찾은 모습. 귀에 걸린 마스크 끈이 2개로 확인된다.

김정은 국무뮈원장이 15일 평양시 내 의약품 공급과 판매 현황을 점검하기 위해 대동강 유역에 위치한 약국을 찾은 모습. 귀에 걸린 마스크 끈이 2개로 확인된다.

김정은 위원장이 약국을 찾아가는 길이 어둡다. 북한 군인이 김정은 앞쪽으로 휴대용 손전등을 비추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이 약국을 찾아가는 길이 어둡다. 북한 군인이 김정은 앞쪽으로 휴대용 손전등을 비추고 있다.

1. 북한의 코로나 사태와 관련해 16일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동시에 있었습니다.
나쁜 소식은 북한이 남한의 코로나 방역지원 제안을 접수하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좋은 소식은.. 미국 대북특별대표 성김이 김건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의 16일 통화에서 ‘한국의 북한 코로나 지원방침을 지지한다’고 밝혔다는 점입니다. 한국과 미국은 북한에 손을 내밀었는데, 정작 북한은 그 손을 잡을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

2. 북한이 코로나 확산을 인정한 것 자체가 사건입니다.

북한에도 코로나가 퍼졌을 것이란 사실은 누구나 짐작해왔습니다. 그런데도 북한은 ‘청정국가’라 주장해왔습니다. 그러다 지난 11일 코로나(스텔스 오미크론)확산을 인정한 것은 그만큼 심각하다는 얘기일 겁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건국 이래 대동란’이라고 표현했습니다. ‘6ㆍ25동란’이란 오래된 표현을 떠올리게 합니다. 6ㆍ25전쟁을 ‘동란’이라 했는데..코로나를‘대동란’이라 한다면..전쟁보다 더 심각한 위기감을 느낀다는 얘기로 들립니다.

3. 진짜 심각할 겁니다.
백신접종이 전혀 이뤄지지 않는 나라는 딱 두 곳입니다. 북한과 에리트레아. 에리트레아는 인구 360만의 북아프리카 신생국가로 북한보다 더 지독한 독재국가로 알려졌습니다.
인구 2500만 북한은 백신만 없는 것이 아니라 검사키트도 없습니다. 치료약도 해열제도 없습니다. ‘버드나무 잎을 달여 먹으라’는 가이드라인은 짠합니다.

병과 싸울 체력도 없습니다. 2020년초 코로나 유입을 막기위해 외부와의 교류를 단절한 이후 경제난으로 국민건강이 급속히 악화되었다고 합니다.

4. 당연히 환자는 폭증할 것이고, 사망자가 수십만명에 이를 수 있습니다.

북한의 발표를 믿을 수는 없습니다만..12일 발열자(북한은 코로나 여부를 확진할 수단이 없기에 코로나 의심환자를 ‘발열자’라 부릅니다) 1만8천명이었는데, 13일엔 17만4천명으로 늘었습니다. 하루만에 발열자 10배라니 심각합니다.

백신을 맞지 않은 경우 치명률이 10배나 높아집니다. 남한의 누적사망자는 16일까지 2만3744명입니다.

5. 북한은 남한 대신 중국의 도움을 받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김정은은 ‘중국의 봉쇄모델’을 배우라고 지시했습니다. 이미 중국에 지원을 요청했다고 합니다. 중국도 ‘지원 의향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그 지원이 얼마나 빨리 효율적으로 도달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입니다. 북한엔 의료 인프라가 부실합니다. 백신을 유통할 수 있는 인력도 시설도 없습니다.

6. 코로나가 김정은 체제에 상당한 위기임은 분명해 보입니다.

경제난에 시달리는 와중에 역병이 들이닥쳐 주변에서 사람들이 죽어간다면..아무리 내부통제가 철저한 북한이라해도 내부 균열은 불가피할 겁니다.

7. 그렇다고 해서 북한 정권이 붕괴되거나 남한 주도 통일이 가까워지리라 기대하면 오산입니다.
십중팔구 중국의 영향력이 더 강해질 겁니다. 남한이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에서 소외되면 그만큼 대북 영향력을 잃게 됩니다. 비록 북한이 7차 핵실험을 준비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칼럼니스트〉
2022.0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