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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운전하는 모습이 생중계된다면? …자율주행차의 新 애로사항

중앙일보

입력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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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보조 운전을 완벽히 구현하고 차량 주변 환경을 세심히 살펴 보다 안전하게 운행할 수 있도록 현재 대부분의 신에너지 차량(자율주행 차, 전기차 등을 포함)에는 4~5개에서 많게는 10개 이상의 카메라가 장착되어 있다. 어떤 의미에서 카메라의 수는 스마트화의 수준을 상징한다. 그러나 최근 중국에선 이 똑똑한 카메라들로 크고 작은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중국 소셜미디어(SNS) 웨이보에선 신에너지 차에 탑승한 운전자가 차량용 디스플레이를 통해 여러 차량의 실시간 블랙박스를 볼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한 후 화제가 됐다.

해당 웨이보의 주인은 신에너지차 스타트업 휴먼 호라이즌(华人运通, Human Horizons)의 가오허 하이파이 1(高合HiPhi 1) 자동차에 승차해 있었다. 차량에 설치된 디스플레이의 주행 기록 기능에 들어가면 '본인' 차량 주변 상황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그러나 페이지 우측 하단에 있는 “汽车向外发射信号”(외부 신호 송신) 버튼을 누르자 목록에서 다른 자동차 목록이 나타나고, 그들 차량에 설치된 블랙박스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었다.

해당 영상 보기

[사진 李老鼠说车 웨이보 캡처]

[사진 李老鼠说车 웨이보 캡처]

그뿐만 아니다. 차량 목록에는 베이징, 정저우, 상하이 등 해당 차량의 소재지와 소유자 간의 거리가 표시되어 마치 대규모 사용자가 동시에 전국에서 ‘라이브 방송’을 시작한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운전자는 정저우(鄭州)시의 한 차량 블랙박스를 쉽게 볼 수 있었지만, 상하이에 있는 차량 블랙박스 진입에는 실패했다. 해당 영상 속 운전자는 “영상 송출 여부는 차량의 신호 환경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은데, 이 기능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차량의 네트워크가 좋다는 전제가 있어야 할 것”이라며 차량이 지하에 주차돼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해당 동영상이 공개되자 많은 누리꾼 사이에서 큰 화제가 됐다. “이 기능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사생활이 전혀 없다”, “일반 디젤 차량에선 보지 못하는 기능” 등 해당 기능을 문제 삼으며 기업이 개인의 정보를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는 점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휴먼 호라이즌은 “해당 기능은 차량 이동 및 차선 변경, 운전자 보호의 필수 요소”라며 “차량 출고 시 기본적으로 해당 기능은 닫혀 있으며, 기능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개인 정보 확인을 두 차례 진행해야 한다. 또 차량 전원을 잠그고 내린 후에는 작동되지 않을뿐더러 원격으로 조종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다른 차주들은 차량 소유자의 정보를 찾을 수 없어 다른 차량을 통해 전달·저장할 수 없다고도 해명했다.

휴먼 호라이즌의 말을 종합해 보면 차량 소유자가 해당 기능을 사용하기 위해선 직접 조작을 해야 하며, 블랙박스 화면 외에는 다른 정보를 얻을 수 없고 송출된 화면은 전달 및 저장할 수 없다. 작동 여부는 차량 소유자에게 달려 있고, 사용 제한 조건도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일부 누리꾼은 사전에 업체가 운전자에게 주의를 충분히 주지 않아, 기능을 숙지하지 못하면 사실상 사생활 노출이 쉽게 된다며 큰 불만을 나타냈다.

[사진 electrek]

[사진 electrek]

실제로 다른 브랜드 차량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는데, 대표적인 게 테슬라다. 지난해 4월, 해외의 한 해커가 소셜미디어에 올린 동영상엔 차량 탑승자의 얼굴, 눈 깜빡임, 기타 움직임 등이 선명하게 담겨있었다. 머스크는 해당 사안에 대해 차량 내부 카메라로 운전자의 상태를 모니터링한 것뿐이라고 밝혔다.

이에 중국 정부는 곧장 테슬라 모델의 군사 및 주요 국가 시설, 고위 공직자들의 주택 단지 출입을 차단했다. 테슬라를 탑승한 군인과 공무원들에겐 차량을 외부 주차장에 세우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이에 테슬라는 “중국 시장의 모든 테슬라 차량은 실내 카메라를 켜지 않았고 FSD(Full Self Driving, 완전자율주행) 베타 테스트도 하지 않았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또 세계 최고 보안 등급의 사이버 보안 체계를 갖추고 이용자 프라이버시 보호를 중시한다고 밝혔다. 일론 머스크는 지난해 9월 열린 세계인터넷대회에서 테슬라 차량 소유주의 모든 개인 신상 정보가 중국 내에 안전하게 저장돼 있으며 해외로 이전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테슬라와 일론 머스크 모두 정보의 안전성을 거듭 강조했지만, 차량 내외부에 널린 카메라를 두고 의심을 거두기 힘든 운전자들이 적지 않다. 중국에선 신에너지 차에 적용되는 ‘카메라 프라이버시 커버’가 속속 등장할 정도다.

[사진 테슬라]

[사진 테슬라]

중국 전기차 스타트업 ‘링파오(零跑, Leapmotor)’역시 카메라 문제로 잡음이 있었다. 지난해 5월 한 운전자는 시동을 걸면 차 안의 카메라가 동시에 작동하기에 함부로 끌 수 없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당시 링파오는 카메라에 안면 인식과 피로 알림 기능이 탑재되어 있을 뿐, 관련 데이터가 클라우드에 업로드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기술 측면에서만 보면 자율주행 기술이 아직 미성숙한 단계이기에 차주의 운전 상태를 카메라로 감지하는 것이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말한다. 중국의 웨이라이(蔚來, 니오), 샤오펑(小鵬), 웨이마(威馬) 등 여러 전기차 브랜드의 차량 내에도 카메라에도 비슷한 기능이 있다. 하지만 정작 소비자들은 어떤 정보를 수집할 것인가에 대한 우려가 크다. 수집된 사진과 데이터가 어떻게 누출되지 않도록 해야 하는지, 또 특정 기능을 끌 수 있는 권한이 없는 이유는 무엇인지에 대한 의문이 풀리지 않은 상태다.

[사진 테슬라]

[사진 테슬라]

중국은 이러한 우려에 대응하여 관련 부처에서 보다 세부적인 규정을 마련하여 시행하고 있다. 중국 공신부는 《차량 인터넷의 네트워크 보안 및 데이터 보안 강화에 관한 고시》를 발표하여 관련 기업이 차량, 네트워크, 플랫폼, 데이터 등의 보안을 강화하고 사이버 보안 위험 및 위협을 감시·예방·처리하고 데이터가 효과적으로 보호되고 합법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신에너지 자동차가 진정한 프라이버시 보호와 적시의 알림, 기능의 대중화를 구현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한다. 자동차의 스마트화 바람이 거세지고 이 과정에서 사용자의 개인 정보 보호는 더욱 보장이 필요하다. 한 중국 네티즌은 결국 가장 기본적인 신뢰를 잃으면 누구도 첨단 기술에 기꺼이 비용을 지불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차이나랩 김은수 에디터

[사진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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