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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지문 접수도 않는 北...권영세 "주민 피해 우려, 적극 호응 부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통일부가 16일 북한에 '방역 협력을 위해 접촉하자'는 취지의 통지문을 보내려 했지만, 북측에서 '받겠다'는 답이 없어 못 보내고 있다. 이날 취임한 권영세 신임 통일부 장관은 북한의 호응을 촉구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4일 마스크를 끼고 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정치국 협의회를 주재하는 모습. 조선중앙TV.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4일 마스크를 끼고 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정치국 협의회를 주재하는 모습. 조선중앙TV. 연합뉴스.

통지문 보내려 했지만…

통일부는 이날 오전 11시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북한에 방역 협력 관련 실무 접촉을 하자는 대북 통지문을 보내려고 시도했다. 발신은 권영세 통일부 장관 명의이고, 수신인은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으로 돼 있다. "사안 자체가 간단하지 않아서 장관의 명의 통지문으로 격을 높였다"는 게 통일부의 설명이다.

구체적인 내용과 관련해 통일부는 "북측의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발생 관련, 백신을 비롯한 의약품, 마스크, 진단도구 등을 제공하고, 우리의 방역 경험 등 기술 협력도 진행할 용의가 있다"며 "이를 위한 남북간 실무접촉을 가질 것을 제안하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백신을 포함한 의료 및 방역용품을 주고, 경험과 기술도 공유할 테니, 일단 대화하자는 메시지다.

하지만 북측은 접수하겠다는 의사 자체를 밝히지 않았다. 연락사무소 채널은 오전 9시와 오후 5시 이뤄지는 하루 두 차례의 정례 통화를 비롯해 남북 간 별개로 협의할 사안이 있을 경우 통지문의 형태로 팩스를 통해 입장을 주고받는다.

상대측에 "통지문을 보내겠다"고 알린 뒤 상대가 "접수하겠다"고 확인하면 발송하는 식인데, 이날 북측은 받겠다든지 말겠다든지 응답 자체가 없었던 셈이다. 통지문 접수 여부도 북측 연락관이 상부에 보고해 협의를 거쳐 결정되기 때문에, 아직 북측이 정부의 방역 관련 논의 제안에 어떻게 답할지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뜻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통일부는 이날 오후 5시 마감 통화에서도 북측에 통지문을 접수할 의사가 있는지 재차 문의했다. 그러나 북측은 아무런 답을 하지 않은 채 통화를 종료했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1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공무원 선서를 하는 모습. 뉴스1.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1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공무원 선서를 하는 모습. 뉴스1.

권영세 "北, 적극 호응 부탁"

이날 오후 권 장관은 취임식에서 "북한에 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으며, 백신과 치료제조차 없는 상황에서 주민들의 큰 피해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료ㆍ방역 등 인도적 협력에 있어서, 어떠한 정치적 상황과도 연계하지 않고 조건 없는 협력을 펼쳐나갈 계획"이라며 "북한도 적극적으로 호응해 주민 피해를 막는 데 협력해주길 부탁한다"고 했다.

이와 관련, 통일부 고위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대답을 기대하거나 재촉하기보다는 시간을 두고 기다릴 생각"이라고 말했다. "여유를 갖고 서두른다"는 태도로 임하겠다고도 설명했다.

그러면서 코백스(COVAX) 등 국제기구를 통한 간접 지원 외에 한국 정부 차원의 직접 지원이 이뤄지는 의의도 강조했다. 그는 "북한이 격리는 알아서 잘 하더라도 치료 약, 치료 장소, 진단 키트, 백신, 소독 등 방역에는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며 "코백스가 할 수 있는 건 제한적이며, 물질적인 (지원)부분 외에 (방역을) 체계화하는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은 잘한 건 잘한대로, 못한 건 못한대로 국제기구가 제공할 수 없는 우리만의 경험과 우수한 의료진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 당국자는 "인도적 상황을 도구화해선 안 된다"며 대북 인도적 지원과 한반도 정세를 분리해 접근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다만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감행해도 대북 지원 의사를 계속 타진할지에 대해선 "가정적 상황에 관해 이야기하기는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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