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5·18 참석하는 여권…尹, 정문 입장해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3월 광주 남구 백운교차로에서 윤석열 당선인 유세차량에 올라 제20대 대통령선거 승리에 대해 퇴근길 감사 인사를 하고 있다. 뉴스1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3월 광주 남구 백운교차로에서 윤석열 당선인 유세차량에 올라 제20대 대통령선거 승리에 대해 퇴근길 감사 인사를 하고 있다. 뉴스1

국민의힘이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또다시 ‘서진(西進) 모드’에 돌입했다.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소속 국회의원 전원의 참석을 독려하는 등 호남을 향한 구애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여소야대 형국에서 국민 통합을 내세워 당의 외연을 넓히겠다는 의도로 분석되지만, 일각에서는 자칫 보수 성향 유권자들의 반감을 살 수 있다는 우려도 공존한다.

“5·18 본질은 자유 민주주의”…국민의힘 의원 전원 기념식 참석  

16일 오후 성일종 정책위의장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5·18민주화운동 관련 단체 초청 정책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들의 건의사항을 듣고 국민통합비전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여기엔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성 의장, 정운천 당 국민통합위원장과, 강승규 대통령비서실 시민사회수석이 참석했다.

이날 권 원내대표는 “5·18은 본질이 자유 민주주의이기 때문에 광주만의 것도, 특정 정당의 소유물도 아니다”라며 “광주시민의 희생으로 지킨 헌정과 자유민주주의를, 저희 국민의힘도 지키겠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의힘과 5·18단체가 다소 거리가 멀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국민통합을 위한 각오로 지난 총선 이후부터 대선까지 수시로 광주를 찾아 참배했다”고도 말했다.

전날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 소속 의원과 장관 전원을 대상으로 18일 광주에서 열리는 제42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 참석을 독려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국민의힘의 중진 의원은 “이번 방문은 윤 대통령과 권 원내대표가 직접 추진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대선 때 윤 대통령이 호남 지역을 중시했고 이런 노력에 대한 당내 공감대도 어느 정도 형성된 상태”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의원들은 5·18 행사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도 함께 부를 전망이다. 기념식 마지막에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는 순서가 있고 형식이 ‘제창’으로 돼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대표실 관계자는 “기념식 행사 기준에 맞춰 노래를 부를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임을 위한 행진곡’을 어떻게 부르는지는 정치권의 논쟁 거리였다. 5·18 기념식에선 민중 가요인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齊唱)’(다 같이 큰 소리로 부르는 것)하는 전통이 있다. 하지만 2008년 이명박 전 대통령이 기념식에 가서 대형 스크린으로 비춘 가사를 보며 직접 따라 부른 뒤 보수 진영에서 비판이 제기됐고, 이듬해부터 박근혜 전 대통령 재임 시절까지는 제창 대신 ‘합창(合唱)’(여러 사람이 화성을 이루며 다른 선율로 노래를 부르는 것) 형식으로 진행됐다.

윤 대통령이 5·18 묘역 정문인 ‘민주의 문’을 통해 참배를 할 수 있을 지도 관심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5·18 행사에 참석한 이래 역대 대통령은 경호 등을 이유로 정문을 통한 참배를 하지 못했다. 진보 진영이던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도 정문을 이용하지 못하다가 2017년 문재인 전 대통령이 ‘민주의 문’을 통해 시민들과 함께 입장해 화제를 모았다. 여권에선 “윤 대통령이 대통령실 수석비서관, 국민의힘 의원 전원과 참석하는 만큼 보수 진영 대통령으론 처음으로 정문으로 기념식장에 들어갈 가능성도 있다”는 말이 나온다.

2년간 꾸준히 호남 문 두드린 국민의힘…尹도 집중 공략

국민의힘은 2020년 총선 참패 후 꾸준히 호남의 문을 두드려왔다. 당시 취임한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찾아 추모탑에 헌화하고 보수 정당 대표급으로는 최초로 무릎을 꿇고 묵념했다. 이듬해 열린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는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이 참석해 5·18 유족에게 사과의 뜻을 밝혔고, 성일종·정운천 의원이 보수 정당 의원 최초로 5·18추모제에 공식 초청받는 일도 있었다.

 2020년 당시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무릎을 꿇고 참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0년 당시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무릎을 꿇고 참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초박빙 양상이 지속된 이번 대선 때는 당시 윤석열 후보가 수차례 호남 지역을 방문해 복합쇼핑몰 설립 등 지역 공약을 발표했다. 결과적으로 윤 대통령은 보수 정당 후보로는 역대 최대 득표율(광주 12.72%, 전남 11.44%, 전북 14.42%)을 기록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측이 공공연하게 목표로 내세웠던 20~30% 득표율엔 못 미쳤다.

국민의힘은 이후에도 광주 민주화 운동 폄훼 논란에 휩싸였던 김진태 강원지사 후보를 당초 공천에서 배제하려 시도하는 등 호남 민심에 신경을 썼다.

산토끼 잡고 집토끼 놓칠라…일각에선 “보수당 맞냐”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5.18 민주화운동 부상자회, 5.18 민주유공자 유족회, 5.18 민주화운동 공로자회, 5.18 기념재단 등 5.18 단체를 초청해 간담회를 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5.18 민주화운동 부상자회, 5.18 민주유공자 유족회, 5.18 민주화운동 공로자회, 5.18 기념재단 등 5.18 단체를 초청해 간담회를 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다만 국민의힘의 총력 서진 방침이 일부 보수 성향 유권자들의 반감을 살 수 있다는 지적이 당내에서도 흘러나온다. 실제로 국민의힘 의원들의 대규모 광주 행이 알려진 뒤 당 홈페이지엔 “왜 국민의힘이 5·18에 휘둘러야 하느냐” “윤 대통령은 자유 우파 대통령이 맞느냐” 등의 반박 글이 올라왔다. 기념식 참석 여부에 확답하지 않은 국민의힘 한 초선 의원은 “5·18을 둘러싼 다양한 학문적 논쟁이 시작되기도 전에 대통령이 나서서 5·18을 기념하는 데 앞장선다는 건 조급한 결정 같다”고 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