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처칠·애틀리 파트너십" 외친 尹...14분 연설뒤 6분간 악수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4분 간 연설했고, 6분 간 악수했다. 16일 첫 국회 시정연설에 나선 윤석열 대통령의 모습이었다.  ‘협치’를 위해 손을 내미는 자세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코로나19 손실보상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시정연설을 마친 후 박범계 전 법무부 장관과 인사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코로나19 손실보상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시정연설을 마친 후 박범계 전 법무부 장관과 인사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회를 방문해 코로나19 손실보상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해 시정연설을 했다. 취임 6일 만의 첫 시정연설로,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빨랐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취임 34일 만에 첫 국회 시정연설을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회색 양복에, 더불어민주당의 상징색인 파란색에 가까운 하늘색 넥타이를 맸다. 처음부터 끝까지 민주당과의 스킨십에 신경을 쓰는 동선이었다. 본회의장에 입장할 때도 우측의 민주당 의석 통로를 통해 연단으로 걸어가며 복도 쪽 민주당 의원들과 일일이 악수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전원 기립해 박수를 쳤고, 민주당 의원들도 일어서서 윤 대통령을 맞이했다.

윤 대통령의 연설 가운데 “처칠과 애틀리의 파트너십”, “의회와 긴밀히 논의” 등 부분에선 국민의힘이 박수를 보냈다. “손실보상은 법치국가의 당연한 책무” 등 추경의 정당성을 설명하는 부분에선 민주당도 함께 박수쳤다. 14분여 연설 가운데 총 18번 박수가 나왔다.

입장보다도 퇴장에 소요된 시간이 훨씬 길었다. 연설 후 좌측 통로를 통해 출구로 올라가면서 먼저 여당 의원들과 악수를 나눈 뒤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민주당 의원들과도 악수를 나누기 시작했다. 일부 의원에겐 “감사합니다”라고 말했고, 검찰 출신인 조응천 의원의 어깨를 두드리기도 했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특히 안쪽에 앉아있던 박범계 민주당 의원이 통로 쪽으로 다가와 윤 대통령에게 먼저 악수를 청하자 여당 의석에선 환호와 박수가 나왔다. 박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법무부 장관을 지냈다. 윤 대통령은 이어 정의당 의원들과도 악수를 나눴다. 좌측으로 올라가 우측으로 내려온 뒤 중앙통로로 다시 올라가는 총 6분간의 악수 동선이었다.

윤 대통령은 기자들과 만나선 “국회에서 이런 기회를 갖게 된 게 우리 민주주의와 의회주의가 발전하는 한 페이지가 되기를 바란다. 개인적으로도 아주 기쁘고 영광스러운 자리”라고 말했다. 여야 의원들과 모두 악수한 데 대해선 “정부와 의회와의 관계에서 여야가 따로 있겠나”라고 말했다.

연설에 앞서 의장 접견실에서 열린 윤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의 사전환담도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박 의장이 먼저 “중요한 문제에 관해 먼저 국회에 협의하고 조치하는 ‘선협의, 후조치’ 원칙을 세워달라”고 말문을 열자 윤 대통령은 “의회가 국정의 중심이 되는 의회주의가 민주주의의 본질”이라고 호응했다. 이어 “예산안이 아니더라도 정부가 추진할 정책이 있으면 의회 지도자들과 사전에 상의하고 심도있는 논의를 거쳐서 국민적 공감대를 만들어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비공개 대화에선 윤 대통령이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 표결이 미뤄지는 데 대해 아쉬움을 드러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은 비공개 환담에서 ‘당선 전부터 (총리로)딱 한사람만 생각했다. 이분이 협치의 적임자라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의회지도자 여러분께 잘 부탁드리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한편 이준석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제가 협치를 말했으나 박지현 민주당 비대위원장이 ‘인사문제를 먼저 잘 하라’는 취지로 맞받았다”고 전했다. 다만 박 위원장이 특정 인사를 언급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이 자리에선 10일 대통령 취임식 당시 외빈 만찬에서 김건희 여사와 윤호중 위원장이 웃으며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찍힌 사진도 화두에 올랐다고 한다. 이 대표는 “윤 대통령이 ‘제 아내에게 왜 (인사하러)갔냐고 물어보니, (윤 대통령과 윤 위원장이)같은 파평윤씨 문중인데 좀 잘해달라고 했다고 하더라’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날 본관으로 입장하던 윤 대통령은 자신의 대선 공약이었던 '병사월급 200만원' 이행을 촉구하며 피켓시위 중이던 전용기 민주당 의원과 마주쳤지만, 별다른 언급은 없었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10일 오후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외빈 초청만찬에서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과 환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10일 오후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외빈 초청만찬에서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과 환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연설에 대한 여야의 평가는 엇갈렸다. 허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대통령이 앞으로 국회와의 협력에 얼마나 주안점을 둘지 보여준 연설”이라며 “포스트 코로나시대에 국회가 초당적 협력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고용진 민주당 선대위 공보단장은 “초당적 협력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한다”면서도 “진정으로 협치를 추구한다면 먼저 내각과 비서실에 부적절한 인물을 발탁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국회 동의를 받지 않고 임명을 강행하려는 장관 후보자들을 사퇴시켜 여야 협치의 장애를 제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동영 정의당 수석대변인도 “‘의회주의’에 기반한 국정 운영을 하겠다면 일방적 인사 강행이 아니라 국회를 존중하고 야당과의 대화에 책임있게 나서달라. 그것만이 ‘물가, 인사, 추경’ 등 민생 현안과 국정과제를 풀어나가는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