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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인간이냐" 분개…러군이 쏜 폭탄에 적힌 기막힌 조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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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 공격에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폭탄 겉면에 러시아어로 "당신이 부탁한 대로, 칼루시(유로비전 우승 밴드)! 아조우스탈을 위해서"라는 글귀가 적혀있다. [페트로 안드루셴코 마리우폴 시장 보좌관 텔레그램]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 공격에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폭탄 겉면에 러시아어로 "당신이 부탁한 대로, 칼루시(유로비전 우승 밴드)! 아조우스탈을 위해서"라는 글귀가 적혀있다. [페트로 안드루셴코 마리우폴 시장 보좌관 텔레그램]

우크라이나 남부 요충지 마리우폴에서 최후의 항전 중인 아조우스탈 제철소에 15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이 국제협약에서 금지된 백린탄(白燐彈) 공격을 단행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영국 텔레그래프와 데일리메일 등에 따르면 이날 페트로 안드루셴코 마리우폴 시장 보좌관은 텔레그램을 통해 수십 개의 포탄이 밝은 빛을 내며 마리우폴의 아조우스탈 제철소 위로 떨어지는 영상을 공개했다. 이를 근거로 안드루셴코 보좌관은 "러시아군이 제철소에 9M22C 인폭탄(Phosphorus bombs) 혹은 소이탄(Incendiary bombs)을 사용해 공격했다"면서 "(실제 백린탄인지) 결론은 전문가들이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무기의 연소 온도는 2000~2500℃에 달해 진화하는 게 불가능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백린탄은 인(P)으로 만든 소이탄 등 발화성이 강한 파편을 광범위하게 뿌리는 발화용 화학무기를 말한다. 고열로 인체 깊숙이 파고 들어 주요 장기와 뼈까지 태울 정도로 최악의 무기로 알려졌다. 또 독성이 강한 연기 탓에 호흡할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이같은 백린의 위험성으로 1949년 제네바 협약은 조명·연막탄 이외의 용도로 백린탄 사용을 금지토록 규정했다.

특히 이번 공격에서 유럽 최대 팝음악 축제인 '유로비전 2022' 우승자 우크라이나 밴드의 호소를 러시아군이 조롱조로 응수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번 공격에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우크라이나 측이 공개한 사진 속 폭탄 겉면에는 러시아어로 "당신이 부탁한 대로, 칼루시(유로비전 우승 밴드)! 아조우스탈을 위해서" "#유로비전 2022, 마리우폴을 도와라" 등의 메시지가 적혀있다. 이는 전날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열린 '유로비전 2022' 무대에서 우크라이나 밴드 '칼루시 오케스트라'가 우승소감으로 했던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을 도와달라"를 가리킨다.

이를 두고 안드루셴코 보좌관은 이번 공격이 우크라이나의 유로비전 승리에 대한 보복이라고 주장하면서 "러시아 군대는 인간이 아니다. 인류애를 상실했다"고 비판했다. 현재 제철소에는 우크라이나 저항군 1000명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으며, 중상자 60여명에 대한 대피 협상이 진행 중이다.

15일(현지시간) 마리우폴 아조우스탈 제철소가 러시아군 공격을 받아 불타고 있다. 우크라이나 측은 이를 두고 러시아군이 백린탄을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로이터=연합뉴스]

15일(현지시간) 마리우폴 아조우스탈 제철소가 러시아군 공격을 받아 불타고 있다. 우크라이나 측은 이를 두고 러시아군이 백린탄을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3월 말 러시아군이 퇴각한 북부 전선 전역에서 민간인을 대상으로 플레셰트탄을 사용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미국 CNN 방송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외곽 소도시 이르핀에 있는 민간인 거주지역에서 주택 곳곳에 박힌 플레셰트탄을 확인했다. '쇠화살촉'으로 불리는 플레셰트탄은 1차 세계대전 당시 개발된 무기로, 포탄이 터지면 수천 개의 화살촉이 무분별하게 살포되는 탓에 인도주의 법에 따라 민간지역에서 사용 금지돼 있다. 이 때문에 현대전에서는 자취를 감춘 무기라고 CNN은 전했다.

러시아군의 플레셰트탄 사용 정황이 밝혀진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우크라이나 인권 옴부즈맨 류드밀라 데니소바는 "민간인 대학살 증거가 드러난 키이우 인근 부차에서 살해된 민간인 시신에서도 플레셰트탄이 발견됐다"며 "주거용 건물 등 도시를 폭격하는 데 사용됐다"고 주장한 바 있다.

15일 러시아군은 폴란드 접경지역인 우크라이나 서부 르비우 공격을 이어갔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공군은 이날 오전 러시아군이 흑해에서 르비우야보리우 지역을 향해 미사일 4발을 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공군은 "이 중 2발은 목표물 타격 전에 격추했다"며 "사상자는 없다"고 전했다.

한편 러시아군이 지난 2월 24일 우크라이나 침공에 투입한 전력의 3분의 1을 잃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영국 군사 정보기관의 분석이 나왔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은 "우크라이나가 전쟁에서 이길 수 있다"며 "동맹국들은 군사적 지원을 지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리는 단계적으로 러시아군을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몰아내고 있다"며 동부 돈바스 전선에서 러시아군의 공격을 저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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