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사망자 3만4540명 예측…백신으론 당장 불길 끄기 어려워"

중앙일보

입력 2022.05.16 15:35

업데이트 2022.05.16 16:31

북한은 15일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관련 전국에서 총 39만2920여 명의 신규 유열자(발열자)가 새로 발생했으며 8명이 사망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6일 보도했다. 뉴스1

북한은 15일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관련 전국에서 총 39만2920여 명의 신규 유열자(발열자)가 새로 발생했으며 8명이 사망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6일 보도했다. 뉴스1

북한에서 향후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가 최소 3만4000여명 발생할 것이라는 국내 전문가의 전망이 나왔다. 당장 입원 치료가 필요한 환자 수는 대략 3만여명으로 추정되지만, 인구 절반이 감염될 경우 70만명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오명돈 "남북한 의료진 대화 채널 열어 경험 공유해야"
방역당국 "北 감염 통제 쉽지 않은 상황 벌어지는 듯"

방역당국도 “감염 통제가 쉽지 않은 상황으로 추정된다”고 평가하면서 “북측에서 지원 요청이 올 경우 본격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예상 사망자 수 3만4540명…입원 치료 환자 3만명 추정” 

오명돈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 위원장(서울대 감염내과 교수)이 16일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과 의과대학 통일의학센터가 ‘북한 오미크론 사태와 한국의 대응’이란 주제로 연 세미나에 비대면으로 참석한 모습이다. [회의 캡처]

오명돈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 위원장(서울대 감염내과 교수)이 16일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과 의과대학 통일의학센터가 ‘북한 오미크론 사태와 한국의 대응’이란 주제로 연 세미나에 비대면으로 참석한 모습이다. [회의 캡처]

오명돈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 위원장(서울대 감염내과 교수)은 16일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과 의과대학 통일의학센터가 공동 개최한 ‘북한 오미크론 사태와 한국의 대응’ 세미나에서 감염 상황에 대한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그는 “북한 내 오미크론 유행으로 예상되는 사망자 수는 3만4540명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발표한 홍콩 내 오미크론 유행 당시 연령별 사망률을 북한에 적용해 나온 추정치다. 오 위원장은 “홍콩은 의료 인프라가 북한보다 더 낫고, 해당 데이터는 유행이 모두 지나기 전까지 모은 데이터라 사망률 수치가 좀 낮게 집계됐다는 걸 고려하면 3만4540명은 보수적인 추정치”라고 설명했다.

오명돈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 위원장(서울대 감염내과 교수)이 16일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과 의과대학 통일의학센터가 ‘북한 오미크론 사태와 한국의 대응’이란 주제로 연 세미나에 비대면으로 참석한 모습이다. [회의 캡처]

오명돈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 위원장(서울대 감염내과 교수)이 16일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과 의과대학 통일의학센터가 ‘북한 오미크론 사태와 한국의 대응’이란 주제로 연 세미나에 비대면으로 참석한 모습이다. [회의 캡처]

오 위원장은 또 현재 북한에서 입원이 필요한 코로나19 환자(산소투여나 폐렴 치료가 필요한 환자)는 3만여명 정도가 될 것이라고 추정했다. 일본의 연령별 입원 환자 데이터를 북한의 연령별 인구 수(UN 인구 통계)에 대입한 결과로 환자 10만명이 발생했을 때 입원이 필요한 환자 수는 5400명 정도가 될 것으로 봤다. 그는 “어제 치료 중인 환자가 56만4860명이라고 했으니 지금 입원 치료가 필요한 환자 수는 대략 3만여명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유행에서 전 인구의 30%가 감염된다면 42만명이, 50%가 감염된다면 약 70만명이 입원치료를 받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北 4월 중순 유행 시작했을 것으로 추정”

오 위원장은 또 북한에서 처음 오미크론 변이 유행이 시작된 시기를 지난달 중순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을 강화해왔음에도 환자 수가 가파르게 증가했던 홍콩의 경우를 대입해 더블링 타임(환자 수가 2배로 늘어나는데 걸리는 기간)을 2~3일로 잡았을 때 나온 값이다. 오 위원장은 “15일 북한 누적 코로나19 환자 수가 121만3555명이라고 했다. 더블링 타임을 3일로 잡으면 지난달 15일 환자 수는 1213명이 되고 더블링 타임을 2일로 더 짧게 잡으면 (지난달 15일) 환자 수는 37명”이라며 “북한에서 오미크론 유행 시작된 시기는 4월 중순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에서 오미크론 변이가 유행하는 상황에 대해서도 “충분히 예측 가능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그동안 엄격한 방역 정책으로 유행을 억제해오던 중국과 홍콩, 대만에서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급증하는 상황을 피하지 못했던 것을 보면 북한에서도 대규모 확산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남북한 의료진 대화 채널 필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15일 열린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비상협의회에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과 관련해 의약품들이 제때 공급되지 못하고 있다고 질타했다고 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6일 1면 보도했다.  뉴스1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15일 열린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비상협의회에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과 관련해 의약품들이 제때 공급되지 못하고 있다고 질타했다고 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6일 1면 보도했다. 뉴스1

오 위원장은 대북 지원 방향과 관련해선 당장은 백신보다 남북한 의료진의 대화 채널을 만드는 게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물론 백신이 중요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번 유행의 불길을 끄는 데에는 백신의 역할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백신을 도입하고 전국에 배포·접종한 뒤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소요되는 기간이 1개월이 훌쩍 넘을 것이기 때문”이라며 “그때는 이미 유행의 정점을 지나 내리막길에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북한 내에 코로나19 환자 수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기에 지금 당장 환자에게 도움이 될 의료 대응이 절실하다”라며 “한국도 유행 초기 중앙임상위원회라는 네트워크를 구축해 의료진끼리 경험과 지식을 공유했듯 남북 의료진 간 대화 채널을 열 수 있다면 2년간 우리가 축적한 지식과 경험이 북한 주민 진료에도 크게 보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 “정치적 고려 말고 인도주의적으로 접근해야”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발표자들은 직접 지원뿐 아니라 국제기구와 민간기구를 통해서라도 다각적인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문진수 통일의학센터 소장은 “팬데믹 상황이라 고도의 전문성과 시급성이 요구된다”라며 “세계보건기구(WHO)나 가비(GAVIㆍ세계백신면역연합), 코백스(COVAXㆍ국제 백신 공동 구입 프로젝트) 등을 통한 다자협력과 정부 차원의 직접적인 지원, 투 트랙으로 지원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병로 통일평화연구원 교수는 “북한이 ‘건국 이래 대동란’이라고 표현할 걸 보면 6.25 전쟁이나 고난의 행군에 비견될만한 굉장한 사건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라며 “팬데믹이라는 엄중한 상황에서 정치적인 부분보다는 동포애적ㆍ인류애적인 차원에서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철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청문회에서 ‘대북정책ㆍ통일은 이어달리기’라고 말한 부분이나 (윤석열 정부가) 북한 주민과 정권은 분리하겠다고 밝힌 부분은 긍정적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 정부가 정말 남북 관계를 해결하고자 한다면 현재 상황이 오히려 대북 신뢰와 남북 갈등 해소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러기 위해서는 다른 정치적 조건을 빼고 인도주의적 원칙을 통해 실질적 상황 개선에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방역당국“발열자는 확진자의 10%…北 감염 통제 쉽지 않을 것”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한편 이날 방역당국도 북한의 오미크론 유행 상황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북한은 15일 기준 신규 발열자가 39만명, 사망자가 8명 발생했고 지난달 말부터 누적 사망자는 50명이라고 밝혔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주(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오전 브리핑에서 “북한은 아마 진단검사 없이 증상만 갖고 확진자를 판정해 내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오미크론은 확진자 절반 정도가 무증상이고, 발열은 10% 정도이기 때문에 실제 더 많은 확진자가 발생한 것이라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증상 중심으로 확진자를 관리한다는 것은 무증상자 또는 유증상자 중 초기 무증상자로 인한 주변 감염 전파를 차단하지 못한다는 것”이라며 “감염 통제가 쉽지 않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추정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직 북한과 구체적으로 논의가 진행된 상황은 아니라면서도 “백신은 하반기 공급분까지 고려하면 상당히 여유분이 비축돼 있어 북한과 협의가 잘 이뤄진다면 지원에는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북한에 대한 지원은 북측에서 지원 요청이 오면 본격 검토하며, 통일부를 중심으로 북한과의 대화 진전 관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치료제의 경우 “국내 사용 우선권을 분명히 한 이후에 추가적 조치를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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