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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위에 발전소 만든다…원전·조선기술 갖춘 한국은 최고 파트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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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엘스 쇤펠트(Troels Sch?nfeldt) 시보그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13일 서울 덴마크 대사관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현동 기자

트로엘스 쇤펠트(Troels Sch?nfeldt) 시보그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13일 서울 덴마크 대사관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현동 기자

지난달 삼성중공업은 한 덴마크 회사와 함께 “원자력 발전 설비를 바다에 띄우겠다”고 발표했다. 올해 안에 최대 800메가와트(㎿)급 부유식 원자로 발전 설비 모델을 개발하겠다는 목표도 공개했다.

트로엘스 쇤펠트 덴마크 시보그 대표 인터뷰 #물리학도 출신으로 ‘좋은 회사 만들자’ 결심 #이후 24개국 출신 전문가들이 의기 투합 #삼성중공업과 합작해 부유식 원자로 개발

이런 야심 찬 여정에 함께하는 업체가 덴마크의 소형 용융염원자로(CMSR) 개발업체인 시보그(Seaborg)다. MSR은 윤석열 정부가 향후 육성하겠다고 밝힌 소형모듈원전(SMR)의 일종이다. 시보그는 2014년 덴마크 코펜하겐대에 다니던 물리학도들이 만든 스타트업이다. 2020년 미국선급협회 인증을 받고 민간 투자를 유치하는 등 MSR 분야에서 선도적인 업체로 꼽힌다. 방한 중인 트로엘스 쇤펠트(41) 시보그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를 지난 13일 인터뷰했다.

MSR의 특징은 무엇인가.  
일반 원자로에 비해 크기가 작아 활용 분야가 다양하고, 내부에 이상 신호가 발생하면 액체용융염(핵연료와 냉각재)이 굳도록 설계돼 안정성을 확보했다. 
시보그만의 차별화 기술은 뭔가.  
중국·미국 회사들도 용융염 원자로를 실험하고 있는데 감속재로 주로 흑연을 사용한다. 우리는 소다를 쓰는 도전을 했다. 설거지를 하다 배수구 청소 용도로 사용하는 소다를 보고 좋은 감속재가 될 수 있겠다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는데, 소다를 사용하니 좀 더 작고 간편한 원자로가 가능해졌다. 여기에 연료인 불화소금이 사고를 억제해 안전하다.
소형 용융염원자로(CMSR) 개념도. [자료 시보그]

소형 용융염원자로(CMSR) 개념도. [자료 시보그]

바지선에 원자로를 얹은 ‘선박 발전소’가 진짜 안전한가. 
CMSR은 녹거나 폭발하거나 공기나 물에 방사성 가스를 내뿜지 않는다. 이산화탄소도 발생시키지 않는다. 육지에선 원자로를 만들거나 사용을 중지하려면 주변 환경 청소 등 처리할 게 많은데 산업 항만에선 생산라인을 옮기기만 하면 된다. 개발도상국엔 인력도 없고 시간이 오래 걸리고 원자로를 설치하기 어려운데 선박에선 안전하게 할 수 있다. 특히 조선업이 강한 한국에선 더 안전할 거다.   
왜 한국 기업을 파트너로 택했나.
러시아와 중국은 원자력 기술을 갖고 있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큰 역할을 못 하고 있다. 한국의 원자력 기술은 세계 최고다. 그 기술과 한국 해양 산업이 융합했을 때 나는 시너지로 원자로를 전 세계에 수출할 수도 있다. 삼성이 가진 힘도 크다. 
어디서 투자를 받았나.
주로 유럽 투자자들에게 5000만 달러(약 640억원) 이상의 투자를 받았다. 한국에는 함께 사업을 할 회사를 찾으러 왔다. 한국과 싱가포르에 지사를 세운 것도 각각 선박 환경과 해양 산업, 금융에서 강점을 갖고 있어서다. 향후 서남아시아 수출에도 좋다고 본다. 
바지선에 소형 용융염원자로(CMSR)를 올린 개념도. [사진 시보그]

바지선에 소형 용융염원자로(CMSR)를 올린 개념도. [사진 시보그]

안전 문제와 얽혀 있다 보니 규제가 상당히 까다롭다.  
무엇보다 안전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규제가 전환됐으면 좋겠다. 기존 기술은 기존 규제를 따르면 되지만, 새로운 기술은 새로운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 이런 규제는 계속 내용이 바뀔 수밖에 없다. 어려운 길이기도 하지만 우리는 그 길을 걸으려 한다.
상용화 목표 시점은. 
보통 SMR 상용화 시점을 2030년으로 본다. 서구권에서만 하면 더 앞당길 수 없다고 본다. 우리는 삼성중공업과 함께 (상용화 시기를) 단축시킬 것이다. 이르면 5년 안에도 할 수 있다고 본다.  
덴마크 시보그를 만든 창업자들. 왼쪽부터 안드레아스 비건드 페데르센, 에스벤 클링크비, 아이릭 아이드 페테르센. 아스크 에밀 러브쉘 젠센. 나비드 사만다리와 트로엘스 쇤펠트. [사진 시보그]

덴마크 시보그를 만든 창업자들. 왼쪽부터 안드레아스 비건드 페데르센, 에스벤 클링크비, 아이릭 아이드 페테르센. 아스크 에밀 러브쉘 젠센. 나비드 사만다리와 트로엘스 쇤펠트. [사진 시보그]

창업 과정은 어땠나.  
우리는 맥주를 만드는 창고에서 모여 핵에 대해 이야기했다. 젊고 치기가 있었지만 세상을 바꾸자는 열정도 분명했다. 환경오염에 대한 경각심에서 시작해 창업으로 이어졌다. 누가 봐도 스타트업이 원자로를 만든다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하지만 현재 시보그에는 24개국 출신 도전자들이 모여 있다. 이 가운데 70%는 원자물리학, 화학, 엔지니어링 전공이다
향후 목표는.
아직도 세계에는 전기를 못 쓰는 곳이 많다. 저개발국 등에서 10억 명 정도가 전기를 못 쓰고 있고 앞으로도 엄청나게 많은 사람이 전기를 필요로 할 거다. 필요한 전기를 제공하는 회사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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