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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호 “경제 매우 엄중” 美 따라가는 韓금리, 경제 충격파 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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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만났다. 취임 이후 첫 양자 회동이다. 두 사람은 “한국 경제가 엄중한 상황에 처해있다”고 입을 모았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조찬간담회에서 악수하고 있다. 공동취재=연합뉴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조찬간담회에서 악수하고 있다. 공동취재=연합뉴스

추 부총리와 이 총재는 이날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조찬 간담회를 가진 후 공동으로 낸 입장문에서 “물가 상승 압력이 크게 확대된 가운데, 금융ㆍ외환시장 변동성이 고조되고 성장 둔화 가능성도 높아진 위중한 국면”이라고 밝혔다.

이어 “높은 물가 상승세로 인해 민생경제 어려움이 확대되고, 거시경제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높은 만큼, 상황 전반에 대한 면밀한 점검을 바탕으로 종합적인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전했다.

재정정책을 총괄하는 추 부총리와 통화정책을 책임지는 이 총재가 만나 정책 조합(Policy Mix)을 강조했다. 하지만 정책 조합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이날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후 첫 국회 시정연설에서 “지금 직면한 대내외 여건이 매우 어렵다”며 59조4000억원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처리 협조를 부탁했다. 한은은 꾸준히 긴축 신호를 보내고 있는데 정부는 60조원 가까운 역대 최대 규모 추가 예산을 풀 예정이다. 재정ㆍ통화정책 엇박자 우려가 계속해서 나오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이 총재는 한 발 더 나간 발언을 했다. 이날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향후 빅스텝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했다. 물가가 예상보다 더 치솟으면 미국처럼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씩 올릴 수 있다는 얘기다.

전례는 없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한은이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1%포인트씩 크게 내린 적만 있었을 뿐이다. 올릴 때는 0.25%포인트씩 차근히 가는 게 당연했다. 금리 인상이 금융시장은 물론 거시경제 전체에 미치는 충격파가 워낙 커서다. 이날 추 부총리는 “금리는 전적으로 중앙은행의 결정 사항”이라고 말을 아꼈지만 속내는 복잡할 수밖에 없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이 16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미국의 금리 인상과 한국의 정책 대응' 연구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이 16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미국의 금리 인상과 한국의 정책 대응' 연구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마침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빠른 속도로 금리를 올리는 데 대한 우려를 담은 보고서를 냈다. 이날 발간한 ‘미국 금리 인상과 한국의 정책 대응’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이 미국을 따라 금리를 인상할 경우 연간으로는 국내총생산(GDP)이 0.13% 감소하는 효과가 난다. 미국 금리와 상관없이 국내 물가 수준에 따라 독립적으로 금리를 조정했을 때(+0.01%)와 차이가 뚜렷했다.

연구를 진행한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한국도 기준금리 인상이 필요한 시점”이라면서도 “물가 상승률이 더 높고 경기 회복세가 더 강한 미국과 유사한 정도의 가파른 금리 인상이 한국 경제에 요구되는 상황이 아니란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 실장은 이어 “사회 후생의 관점에서 봤을 때는 (미국 금리를 따라가지 않는) 독립적인 통화정책이 조금 더 우월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독립적 통화정책을 펼쳤을 때) 분기별 소비가 0.04% 올라가는 사회 후생 개선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금리가 한국보다 더 높아 외국인 투자자금이 급속도로 빠져나갈 가능성에 대해 KDI는 선을 그었다. 1999년 6월~2001년 2월, 2005년 8월~2007년 8월, 2018년 3월~2020년 2월 세 차례 한ㆍ미 기준금리가 역전됐지만 대규모 자본 유출이 없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미국 중앙은행의 긴축 속도전과 맞물려 나타나고 있는 원화가치 하락(환율 상승)과 관련해 KDI는 외환시장 개입 대신 한ㆍ미 통화스와프 체결을 유효한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이렇게 KDI는 거시경제 영향 등을 이유로 한국의 ‘통화정책 독립’을 강조했지만 실천 가능성은 별개다. 이미 시중금리는 미국의 빅스텝을 따라 걷고 있는 실정이다. 이날 오전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연 3.001%로 오르며 3% 선을 다시 넘었다. 1년 전(1.114%)과 비교해 2%포인트 가까이 상승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대외 각종 불확실성 악영향이 국내 경제로 전이되면서 경기 모멘텀(회복 동력) 둔화 압력이 확대되고 있지만 현재까지 악영향은 제한적 수준에 그치고 있다”면서도 “현 불확실성 리스크 장기화 시 올해 하반기 국내 경기 둔화 압력이 확대될 여지가 크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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