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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수업 부실"…'코로나 학번' 두번 울린 교수님, 해임될까[그법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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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온라인 강의를 듣는 한 학생. 뉴스1

코로나19로 온라인 강의를 듣는 한 학생. 뉴스1

“수업이 계속 올라오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PPT(파워포인트 자료) 3개만 올려놓으셨습니다. 작년 수업에서 사용하시던 것 같은데 수정도 안 하고 올리셨습니다. 학생들 보고 알아서 공부하라는 건지…교수님이 동영상으로 수업 찍어서 올릴 수 있게 만들어주세요. 수업계획서도 없어서 책도 뭐가 필요한지 모르고 있습니다.”

[그법알 사건번호29]학교도 못 가는데 비대면 수업도 부실…’코로나 학번’ 두 번 울린 교수님

이는 부산의 한 사립대학 재학생이 2020년 1학기 정보통신(IT) 관련 학과 A 교수의 수업에 대해 학교에 제기한 민원 내용입니다. 이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유입·확산됐던 초창기로, 대학은 해당 학기 수업을 처음으로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했습니다.

A 교수 수업은 도대체 어땠기에 학생들이 민원까지 제기했을까요. A 교수는 개강 후 약 한 달(4주차)이 지나도 그 어떤 수업 자료도 올리지 않았습니다. 3월 27일이 돼서야 자료를 올렸습니다. 그 이후에도 5월 10일까지 다시 수업자료를 올리지 않는 등 비대면 수업을 불성실하게 진행한 건 여전했습니다. A 교수는 학기 중인 5월 4일 “수업계획서가 없다” “작년 강의에 사용된 파워포인트 발표자료만 있으니 동영상 강의를 올려달라” “강의 동영상이 재생되지 않는다” 등의 민원을 전달받았지만, 이를 무시했습니다.

꿈에 부풀었던 대학 생활이 코로나19로 무너졌는데, 그나마 진행된 비대면 수업도 터무니없이 부실했으니 학생들의 설움을 헤아리기도 어렵습니다. A 교수는 해당 학기에 수업을 3개나 하고 있었고, 모든 비대면 수업을 부실하게 진행했다고 합니다. 이에 대학 총학생회가 수업 불만 민원을 제기해 대학에서 진상조사위원회가 꾸려졌습니다.

여기서 질문!

코로나19로 안 그래도 힘든 학생들을 두 번 울린 A교수를 대학이 해임할 수 있을까요?

관련 법률은?

사립학교법 제61조 1항은 사립학교 교원이 ▶사립학교법과 그 밖의 교육 관계 법령을 위반해 교원의 본분에 어긋나는 행위를 했을 때 ▶직무상의 의무를 위반하거나 직무를 게을리했을 때 ▶직무 관련 여부에 상관없이 교원으로서의 품위를 손상하는 행위를 했을 때 해당 교원의 임용권자는 징계의결을 요구해야 하고, 그 결과에 따라 징계 처분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징계는 그 정도에 따라 ▶파면 ▶해임 ▶정직 ▶감봉 ▶견책이 있습니다. 사립학교법 시행령 제25조2(징계기준)을 보면 교원징계위원회는 사법학교법 제61조1항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의 유형, 정도, 징계 의결이 요구된 교원의 근무 태도, 근무성적, 공적, 뉘우치는 정도, 징계요구의 내용, 과실의 경중 등을 고려해 교육부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따라 징계 수위를 결정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교육공무원 징계 양정 등에 관한 규칙에는 해당 교원이 성실의무를 위반했을 때 비위의 정도가 심하고 고의가 있는 경우는 '파면', 비위의 정도가 심하고 중과실인 경우 또는 비위의 정도가 약하고 고의가 있는 경우 '해임'을 하도록 기준을 마련해놨습니다. 여기에 해당 대학교의 교직원 복무 규정과 교원 인사규정 등도 종합적으로 살펴봐야 합니다.

대학의 판단은?

대학 징계위원회는 진상조사를 벌인 결과 학생들의 민원대로 수업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해 A 교수에게 '해임'이라는 중징계를 결정했습니다.

진상조사 과정에서 A 교수가 2018년 5월 유사한 수업 불만 민원으로 총장으로부터 경고 조치를 받은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또 A 교수가 대학의 겸직금지 의무와 품위 유지 의무를 어기고 2014년부터 주류업 등 별도의 영리 행위를 한 사실도 드러나 징계양정에 반영됐습니다.

A 교수 측 입장은?

A 교수 측은 대학 징계위의 해임 처분에 불복해 소청심사를 청구했지만 기각되자 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A 교수 측은 모든 징계 사유를 부인했습니다.

A 교수 측은 "강의를 맡은 과목은 실습 위주의 과목으로 비대면 수업이 어려웠다"며 "증강현실 응용 과목의 경우 학생들과 현장실습 계획을 먼저 수립한 후 그 내용을 온라인상에 올려야 하는데 학교 측은 수업의 본질을 모른 채 징계사유라고 판단했다"고 반박했습니다.

A 교수는 2018년 총장으로부터 수업 미실시 등을 이유로 경고 처분을 받은 적이 없다고 항변했으며, 겸직 문제와 관련해서는 과거에 총장으로부터 겸직 허가를 받았다고 주장했습니다.

법원 판단은?

이 사건을 심리한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박정대 부장판사)는 A 교수에 대한 해임 처분이 정당하다고 판결했습니다. 징계 사유도 모두 인정되고, 징계 양정도 부당하지 않다고 본 것이죠.

재판부는 "'코로나19'라는 유례없는 재난 상황에 따라 대학교 재학생들은 학습권을 상당히 제한당해 학교 측이 이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가 이행할 필요가 있었지만 A 교수는 상당 기간 충실히 수업자료를 제공하지 않았다"며 "A 교수는 2018년 수업 불성실로 경고를 받은 적이 있었고, 최근 수업 평가에서도 최하위권인 점 등에 비춰 수업 불성실에 중대한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부실 수업과 관련해 재판부는 "수업자료의 내용 중에 수업계획서가 자세히 기재돼 있지 않고, 자료 내용이 동영상 강의 등으로 충분히 설명이 되지 않았으므로 수강생들이 그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며 "성실의무 위반의 징계사유가 인정된다"고 판시했습니다.

실습 위주 수업이라는 A 교수 측 주장에 대해서는 "해당 학과의 일반과정 과목 개요 등을 참작할 때 이론 과목으로 보인다"고 판단했습니다. 2018년 총장에게 경고를 받지 않았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A 교수가 소청심사위원회에서 경고 사유와 관련된 항의가 있었다는 사실을 통보받아 답변했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하고 있었단 점에서 적어도 경고 사유는 인지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A 교수가 겸직금지 의무를 지키지 않고 상당 기간 사업체를 운영한 점이 교수 업무에도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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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법’을 콕 집어 알려드립니다. 어려워서 다가가기 힘든 법률 세상을 우리 생활 주변의 사건 이야기로 알기 쉽게 풀어드립니다. 함께 고민해 볼만한 법적 쟁점과 사회 변화로 달라지는 새로운 법률 해석도 발 빠르게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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