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중앙] 치렁치렁 등나무 꽃그늘…향기로운 동네 쉼터죠

중앙일보

입력 2022.05.16 06:00

봄이 왔다 싶더니 어느새 한낮에는 살짝 햇살이 덥게 느껴집니다. 바로 여름을 생각하게 되는 계절이네요. 그래도 날씨는 정말 좋습니다. 실내 생활하기도, 바깥 생활하기에도 적당한 온도인 편이죠.

4월이 되며 풀도 속속 돋아나고 나무도 새싹을 연둣빛으로 키워내서 도심의 풍경을 바꿔주기 시작했지요. 이어 5월이 되면서 연둣빛 새싹들이 자라 잎이 더 넓게 펴지고 색깔도 좀 더 짙어집니다. 그래서 ‘신록’의 계절이라고도 부르죠. 신록은 한자로 새로운 신(新)과 푸를 록(綠)을 써서 늦봄~초여름에 새로 나온 잎의 푸른빛을 말해요. 신록의 계절 5월에는 소년중앙 독자 여러분이 좋아하는 어린이날과 어버이날, 스승의날을 포함하여 다양한 행사와 축제도 많죠. 또 신록과 더불어 산딸기, 아까시나무, 오동나무, 이팝나무 등을 비롯한 다양한 꽃이 피어나기 때문에 자연의 풍경은 더욱더 화려하게 변해요. 그래서인지 5월을 ‘계절의 여왕’이라고까지 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 주변 식물들의 비밀 이야기_등나무

우리 주변 식물들의 비밀 이야기_등나무

5월에 꽃이 피는 다양한 식물 중에서 이번에는 등나무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등나무는 ‘등(藤)’이라고도 하는데, 공원이나 정원, 학교에 쉼터로 두는 등나무 벤치로 유명해요. 기둥과 울타리, 지붕의 얼개 정도만 해두면 등나무는 이를 타고 올라가 그물처럼 복잡하게 얽혀 지붕 역할을 하게 되죠. 여름에 뙤약볕을 피하는 그늘로 그만입니다.

등나무 꽃은 4월 말에서 5월에 걸쳐 피는데, 콩과 식물이라서 꽃의 모양도 콩꽃과 닮았습니다. 중심축인 긴 꽃대에서 짧은 꽃자루가 여럿 있어 꽃이 무리 지어 피어나죠. 하나에 여러 송이가 주렁주렁 달려있어서 들어보면 무거울 정도예요. 연보랏빛이나 흰색을 띠며 늘어진 꽃차례 모습이 아름다운 데다 향기도 아주 좋아서 벌들이 많이 찾아오죠.

꽃이 진 뒤 열리는 열매 역시 콩처럼 길쭉하게 깍지가 달려요. 만져보면 마치 벨벳처럼 잔털이 많이 나 있어서 부드럽습니다. 늦가을쯤 깍지가 뒤틀리며 터지는데 그 힘으로 안에 있던 원반형 씨앗들이 멀리 이동할 수 있죠. 스스로 씨앗을 이동시키는 의젓한 식물이라고도 할 수 있어요.

우리 주변 식물들의 비밀 이야기_등나무

우리 주변 식물들의 비밀 이야기_등나무

등나무는 언뜻 보면 나무 같지 않습니다. 줄기가 곧게 서서 자라지 않고 다른 나무나 구조물을 타고 올라가기 때문에 나팔꽃이나 환삼덩굴처럼 풀이 아닐까 생각하는 사람도 있습니다만 엄연한 나무예요. 덩굴나무라고 하죠. 등나무와 늘 함께 언급되는 식물이 있는데요. 바로 ‘칡’입니다. 칡 역시 덩굴나무죠. 칡은 한자로 ‘갈(葛)’이라고 합니다. 칡과 등을 합하면 ‘갈등(葛藤)’이 되지요. 서로 의견이 맞지 않거나 대립하는 상황을 말할 때 사용하는 그 단어 맞습니다.

칡도 덩굴나무이고 등도 덩굴나무이니 둘이 만나면 정말 복잡하게 얽히겠지요? 흔히 오른쪽으로 감아 올라간다고 알려진 등과 왼쪽으로 감아 올라간다는 칡이 얽히면 완전히 뒤엉켜 버리는 것처럼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도 서로 맞지 않으면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엉킨 상태가 된다는 비유적인 생각으로 갈등이란 말이 생겨났다고 해요. 단, 실제 등은 오른쪽 왼쪽 가리지 않고 감고 올라간답니다.

우리 주변 식물들의 비밀 이야기_등나무

우리 주변 식물들의 비밀 이야기_등나무

나쁜 것만 같지만 어찌 보면 갈등은 좋을 수도 있어요. 누구나 생각은 다르니 부딪힐 수도 있죠. 그런 갈등을 겪고 해결해보는 과정을 통해 더 단단해지고 사회성도 좋아지지 않을까요? 다른 나무를 타고 올라가는 덩굴나무를 미워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스스로 똑바로 서서 자라지 않고 다른 존재에 기대어 자란다고 그 모습이 보기 싫은 것 같아요. 하지만 우리도 살다 보면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을 일도 생기고, 나보다 약한 사람을 도와줄 때도 옵니다.

등나무와 같은 덩굴나무는 너무 일방적으로 도움만 받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습니다만 딱히 그렇지도 않아요. 등나무와 칡은 콩과 식물인데요. 콩과 식물은 뿌리에 ‘뿌리혹박테리아’라는 게 있죠. 이는 공기 중의 질소를 고정해 토양을 건강하게 해줍니다. 자기가 자라는 토양을 건강하게 해서 다른 식물들도 잘 자랄 수 있게 해주죠. 너무 좁게 한 부분만 보고 좋다 나쁘다 말하기보다 좀 더 넓은 시각으로 길게 보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요.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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