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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尹 서진정책 신호탄…대통령실·장관·국힘 전원 5·18 참석 요청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실 고위직과 새 정부 장관들에게 5·18 광주민주화운동 42주년 기념식에 참석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15일 확인됐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윤 대통령이 대통령실 수석급 이상 전원과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된 장관 전원에 대해 ‘특별한 일이 없으면 18일 열리는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사실상 윤 대통령의 1호 지시 사항인 셈이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행사에는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을 비롯해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최영범 홍보수석·최상목 경제수석·안상훈 사회수석·이진복 정무수석 등이 참석한다. 장관급으론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해 지금까지 임명된 14명이 대상이다. 주초 임명이 유력시 되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도 임명 여부에 따라 참석이 결정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통령실 참모나 장관들 중 이미 일정이 잡혀있는 일부는 참석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외에 윤 대통령은 국민의힘 지도부를 통해 당 의원 전원에게도 기념식 참석을 요청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3일 오전 서울 명동 국제금융센터에서 열린 거시금융상황점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3일 오전 서울 명동 국제금융센터에서 열린 거시금융상황점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사진기자단

 여권 고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당선 뒤 처음 열리는 국가기념일 행사에 윤 대통령의 요청으로 당과 정부, 대통령실 인사가 한꺼번에 참석하게 되는 것”이라며 “이는 역대 정부에서도 전례가 없는 것으로, 윤 대통령이 국민통합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광주를 필두로 호남을 아우르려는 이른바 '서진 정책'에 나선 것으로 보기도 한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인 지난 2월 6일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찾은 뒤 “호남의 발전을 위해 꾸준히 노력하는 것은 대한민국 전체에도 중요한 일”이라며 “국민의힘 후보라는 선입견을 갖지 말아달라. 당도 많이 바뀌었다”며 당선 후 다시 방문할 것을 약속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 글을 통해 “대통령께서 우리 당 소속 의원들도 (5·18 기념식에) 동참해 달라고 요청하셨고, 당은 불가피한 일정이 있는 의원들을 제외하고 모두 동참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국민의힘 의원들도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곤 18일 오전 서울역에서 출발하는 KTX 특별열차를 타고 단체이동할 것이라고 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국민 통합 의지에 힘을 싣기 위해 의원들이 동참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기자실을 방문해 출입기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대통령실 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기자실을 방문해 출입기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대통령실 사진기자단

 윤 대통령은 기념식에 앞서 16일 ‘경제 위기 극복과 협치’를 키워드로 첫 국회 시정연설에 나선다. 시정연설 내용과 관련해 대통령 대변인실은 이날 “위기 극복을 위해 국회와의 초당적 협력이 필요하다”며 “수차례 위기를 극복해 온 경험과 기억을 바탕으로 협치를 통해 위기를 극복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 취임사에서 빠졌던 협치를 비롯해 소통과 통합이 주요 키워드로 등장할 전망이다. 연설문 작성에 관여하는 복수의 대통령실 관계자에 따르면 연설문 서두에는 임시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국회에 제출한 ‘코로나 손실보상 추경안’(59조4000억원 규모)의 조속한 처리를 당부하는 내용이 놓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통화에서 “코로나19 이후 생업을 포기하다시피 한 영세 자영업자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일이 급선무라는 게 윤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시정연설의 또 다른 키워드는 협치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국민 통합과 대(對)국회 소통에도 방점을 찍을 것”이라고 전했다. 제1 야당이 된 더불어민주당도 일단은 예우를 갖추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첫 시정연설인 만큼 입장과 퇴장 때 민주당 의원단이 일어서서 박수를 치고 인사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정연설 이후의 정국 전망은 밝지 않다. 윤 대통령은 1기 내각의 온전한 출범을 위해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등의 임명 강행을 예고하고 있다. 익명을 원한 대통령실 관계자는 “한 후보자는 큰 결격사유가 없다고 보고 윤 대통령이 17일께 임명할 것”이라며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경우 다소 유동적인데 현재로선 임명하자는 기류가 더 강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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