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자냉동, 얼떨결에 하지말라" 본인 배 찌른 채은정의 경고

중앙일보

입력 2022.05.16 05:00

업데이트 2022.05.16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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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걸그룹 클레오 출신 채은정씨가 유튜브를 통해 공개한 난자 냉동 시술 과정 중 일부. 사진 채은정 유튜브 캡처

걸그룹 클레오 출신 채은정씨가 유튜브를 통해 공개한 난자 냉동 시술 과정 중 일부. 사진 채은정 유튜브 캡처

직장인 김선이(34·가명)씨는 최근 ‘난자 냉동’ 시술을 받아야 할지를 진지하게 고민 중이다. 친구 등 지인과 만나면 그 이야기가 빠지지 않고 등장해서다. 당장은 결혼 생각이 없다는 김씨는 “주변에서 시술을 고려하는 사람도 많고 방송에서도 자주 나오는 주제다 보니 ‘나도 더 늦어지기 전에 해야 하나?’라는 조바심이 생겼다”고 말했다.

난자 냉동, 1년 만에 2배

과거 한 방송에서 난자 냉동 시술 관련 이야기를 하는 방송인 이지혜.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 MBC 캡처

과거 한 방송에서 난자 냉동 시술 관련 이야기를 하는 방송인 이지혜.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 MBC 캡처

김씨와 같은 미혼 여성들에게 최근 난자 냉동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난자 냉동은 개인·사회적인 이유로 임신·출산을 미루고 난자를 얼리는 시술을 ‘사회적 난자 냉동(Social egg freezing)’이라고 부른 데서 유래한 표현이다. 과거엔 생소했던 시술이 최근 증가하는 추세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임신클리닉 등을 전문적으로 운영하는 차병원의 경우, 지난해 미혼 여성의 난자 동결 보관 시술 건수는 1194건이었다. 2020년(574건)의 2배가 넘는 수치다. 2011년 9건에서 10년 새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외신에서도 다뤄졌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13일(현지시각) “한국 여성들은 아이를 늦게 낳으려고 한다”면서 한국 내 난자 냉동 시술 증가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경험자 생생 조언 “신중한 고민 필요”

난자 냉동 시술 관련 경험을 털어놓은 방송인 사유리.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 MBN 캡처

난자 냉동 시술 관련 경험을 털어놓은 방송인 사유리.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 MBN 캡처

여성들의 임신과 출산이 늦어지는 추세에 맞춰 각종 매체에서도 난자 냉동 시술이 소개되고 있다. 최근엔 명세빈·사유리·안영미·이지혜 등 인기 연예인이 방송에서 자신의 시술 경험을 공개하기도 했다. 의학적인 시술이 유행을 타는 것처럼 번지는 것에 대해 일부 시술 경험자와 전문가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유행이나 사회적 분위기에 따르지 말고 시술을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면서다.

결혼이 예상보다 늦어지자 불안한 마음에 난자 냉동 시술을 최근 받았다는 A씨(35·여)는 “일반 직장인이라면 회사에서 연차를 자유롭게 쓸 수 있는지부터 확인하라”고 말했다. “검사·주사 등 시술 과정에서 병원에서 갑자기 오라고 할 때가 많다. 이를 회사 일정과 맞추는 게 쉽지 않다”고 했다. 1회 시술에 약 500만원(검사·시술·동결비 등 포함)을 썼다는 그는 “난임 부부와 달리 미혼 여성에 대한 지원은 하나도 없다”며 “요즘처럼 청년들이 결혼하기 힘든 세상에서 자발적으로 출산에 동참하는 건데 국가 지원을 늘려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시술을 마치면 홀가분하고 든든한 측면은 있다”면서도 “몸과 마음 모두 고생하는 시술이다. 본인이 이를 다스릴 준비부터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걸그룹 출신 “얼떨결에 하지 마라”

걸그룹 클레오 출신 채은정씨가 유튜브를 통해 공개한 난자 냉동 시술 과정 중 일부. 사진 채은정 유튜브 캡처

걸그룹 클레오 출신 채은정씨가 유튜브를 통해 공개한 난자 냉동 시술 과정 중 일부. 사진 채은정 유튜브 캡처

걸그룹 클레오 출신 가수 채은정(40·본명 이은정)씨는 최근 자신의 시술 과정을 유튜브에 공개했다. 그는 “시술을 고민하며 정보를 얻으려고 했으나 유튜브 등 인터넷에서는 병원 홍보성 영상만 있고 실제 유익한 자료가 없어 나라도 도움이 됐으면 했다”고 취지를 밝혔다. 채씨는 가장 힘들었던 부분에 대해 “아픔은 시술이었고, 공포로 따지면 자가 주사였다”면서 “모든 과정이 힘들고 무서워 임신 계획이 없는 일반 여성이 경험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채씨는 300만원에 이르는 1회 시술 후 다음 동결은 비용·통증 등을 고려해 일단 중단했다고 했다. 채씨는 “다시 할 엄두가 안 나 쉽게 추천은 못 하겠지만, 건강한 난자를 얼려야겠다는 확실한 목표가 있는 사람만 시술해야 한다”며 “비용과 고통을 감수할 정도의 마음가짐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나처럼 얼떨결에 ‘뭔가 해야 하나’ 싶은 마음으로 하면 당황스러운 일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덜컥 시술 전 상담 먼저”

임신 이미지. 사진 픽사베이(Pixabay)

임신 이미지. 사진 픽사베이(Pixabay)

허윤정 차병원 서울역센터 교수는 “최근 시술에 대한 관심 등으로 난자 냉동을 고민하는 여성 연령층이 넓어졌다”면서 “난소 상태가 실제 연령과 다를 수 있으니 시술에 대한 고민이 있다면 전문가에게 난소 기능 호르몬 수치 등 기본 검사와 진단을 받아보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헬스커뮤니케이션 전문가인 유현재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연예인이 말하거나 미디어에서 다뤄지는 내용이 결정적인 ‘트리거(trigger·방아쇠)’가 경우가 많다”며 “이런 결정은 건강 행동을 왜곡할 수 있기 때문에 이성적인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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