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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서 전사한 러 장교…그는 4대째 참전한 고려인이었다

중앙일보

입력

러시아군의 드미트리 이노켄테비치 박 대위. 베르드스크 온라인

러시아군의 드미트리 이노켄테비치 박 대위. 베르드스크 온라인

러시아ㆍ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고려인(러시아계 한인) 러시아군 장교가 전사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우크라이나에 투입한 러시아군의 주력이 고려인을 비롯한 러시아의 소수민족이다. 또 다른 고려인 전사자가 상당할 것으로 보이는 근거다.

15일 러시아의 인터넷 매체인 베르드스크 온라인에 따르면 러시아군의 드미트리 이노켄테비치 박 대위가 지난 5일 우크라이나 특별 군사작전(러시아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컫는 말)에서 전사했다고 그의 가족과 시 당국이 밝혔다고 보도했다. 장례식은 12일 치러졌다. 유족으론 11살의 아들과 4살의 딸이 있다.

올해로 36세인 그는 러시아 공화국 노보시비르스크주(州) 베르드스크 출신이다. 노보시비르스크주는 서시베리아에 있다.

박 대위는 1985년 10월 10일 우즈베키스탄 치르치크에서 태어난 뒤 가족과 함께 베르드스크로 이주했다. 중학교를 전교 2등이라는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노보시비리스크 사관학교에 입학했다. 2008년 사관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군문에 뛰어들어 러시아 육군에서 복무했다.

이후 크름(크림)반도, 리비아, 시리아 등 러시아가 최근 치른 주요 전투에 참전한 경력이 있다. 박 대위는 전공을 인정받아 러시아 연방 정부로부터 주코프 메달, 수보로프 메달 등을 받았다.

박 대위는 그를 포함해 4대째 전쟁을 치른 집안에서 태어났다. 증조부는 러ㆍ일 전쟁(1904~5)에서, 할아버지는 제2차 세계대전(독ㆍ소 전쟁은 1941~45)에서, 아버지는 소련ㆍ아프가니스탄 전쟁(1979~89)에서 각각 러시아 제국과 소련을 위해 싸웠다.

박 대위의 누나인 나탈리아는 “디마(드미트리의 애칭)는 ‘할아버지는 대조국 전쟁(러시아에서 독ㆍ소 전쟁을 나타내는 말)에서, 아버지는 아프가니스탄에서 무사히 돌아오셨다. 나도 되돌아올 것’이라며 전쟁에 나갔다”며 울면서 말했다고 베르드스크 온라인이 전했다. 나탈리아에 따르면 박 대위는 동정심이 많고, 친절하고, 용감한 군인이었다.

박 대위처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군의 대부분은 극동ㆍ시베리아 지역에서 온 ‘흙수저’ 출신들이다. 이들 지역은 러시아에서 소득 수준이 낮다. 인종적으로도 러시아인이 아닌 박 대위와 같은 고려인 등 소수민족이 다수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모스크바를 제외하고 주로 극동과 시베리아 지역에서 매주 200명씩 입대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고려인은 소련 붕괴 후 러시아와 옛 소련 연방국가에살고 있는 한인(韓人)이다. 고려인의 인구는 중앙아시아를 중심으로 50만명 남짓이다. 조선 말기 생계를 찾아 러시아 제국의 극동·연해주 지역으로 이주한 사람들의 후손이다. 1937~39년 이오시프 스탈린이 지시에 따라 중앙아시아로 강제로 옮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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