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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북한 코로나 방역 지원하고, 대화 물꼬도 터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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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2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코로나 확진자 발생과 관련해 열린 노동당 제8기 제8차 정치국 회의를 주관하고 있다. 김 위원장이 코로나를 의식해 마스크를 착용하고 회의에 참석한 모습을 공개한 것은 처음이다. [연합뉴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2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코로나 확진자 발생과 관련해 열린 노동당 제8기 제8차 정치국 회의를 주관하고 있다. 김 위원장이 코로나를 의식해 마스크를 착용하고 회의에 참석한 모습을 공개한 것은 처음이다. [연합뉴스]

북, 코로나 신규 발열자 30만 명 육박

한·미 정상, 대북 방역 지원 논의하길  

북한에 코로나19가 창궐하고 있다. 북한 당국은 지난 12일부터 “건국 이래 대동란”이라며 국가비상체계를 가동했지만, 코로나19의 전국적 확산은 더 거세지는 조짐이다. 14일에만 신규 발열자가 30만 명에 육박했다. 사망자도 그제까지 42명으로 늘어났다고 한다. 검사 키트가 부족하고, 일일이 보고하지 않는 북한 사정을 고려하면 실제 감염자와 사망자 수는 훨씬 많을 가능성이 크다.

북한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중국 국경을 차단할 정도로 필사적이었다. 그러다가 북한이 올 초부터 열차로 필수품을 들여오고, 지난 4월 25일에는 평양에서 대규모 열병식까지 하면서 코로나19가 전국적으로 일시에 퍼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년 동안 국제사회가 겪었던 코로나19 사태를 되돌아보면 북한 상황은 앞으로 더욱 심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북한의 열악한 환경이다. 북한 주민은 식량 부족으로 영양 상태가 좋지 않다. 코로나 백신은 물론 치료제도 변변치 않다. 발열 환자에게 치료제로 버드나무 잎을 달여 먹이는 원시적인 방법을 사용한다니 말할 필요도 없다. 진단 키트가 부족한 북한은 ‘확진자’를 구분할 수 없어 ‘유열자(발열자)’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이런 상황에 정부가 북한에 코로나 지원을 공식 제안키로 한 것은 옳은 결정이다. 북한 주민이 우리 동포라는 점을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인도적인 차원에서 필요하다.

그러나 북한이 정부의 지원 제안을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북한은 지구촌에서 둘 뿐인 코로나19 백신 미접종 국가다. 코백스(COVAX)가 올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128만여 회분을 배정했으나 북한은 인수하지 않았고, 중국산 시노백 300만 회분도 받지 않았다.

정부의 대북 코로나 지원 절차에도 어려움이 있다. 해열제나 치료제는 상관없지만, 북한엔 백신 이송 능력이 절대 부족하다. 백신을 저온 상태로 유지하면서 유통할 수 있는 ‘콜드체인’이 북한에 거의 갖춰져 있지 않아서다. 저온 유지를 위한 전기도 크게 부족하다. 따라서 백신을 북한에 제공하려면 냉장운송장치와 발전기를 함께 보내줘야 한다. 문제는 발전기 같은 품목이 유엔의 대북제재로 북한에 제공될 수 없다. 따라서 오는 21일 서울에서 열리는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에서 대북 코로나 지원 방안과 절차를 세심하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대북 코로나 지원에 진정성을 보여야 북한도 긍정적으로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번 지원을 한반도 긴장 완화의 계기로 삼기 바란다. 북한은 올 들어 15차례나 미사일을 발사하고 7차 핵실험도 준비하고 있다. 북한도 이번 기회에 다시 대화의 창을 열고, 주민의 보건 향상과 긴장 해소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