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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모들도 몰랐다…대통령 부부의 주말 신발 쇼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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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우리도 정말 몰랐어요.”

대통령실 관계자가 15일 용산 대통령실 앞 오픈 라운지에서 기자들을 만나 토로했다. 전날(14일) 윤석열 대통령 부부의 백화점·전통시장 깜짝 주말 나들이를 사전에 알지 못했다는 얘기였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후 첫 주말인 14일 부인 김건희 여사와 함께 시장·백화점 등에서 나들이를 했다. 윤 대통령이 서울 서초구 신세계백화점에서 신발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후 첫 주말인 14일 부인 김건희 여사와 함께 시장·백화점 등에서 나들이를 했다. 윤 대통령이 서울 서초구 신세계백화점에서 신발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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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에 따르면 참모들은 지난 13일 밤까지 윤 대통령의 당선 후 첫 주말 일정이 없다는 걸 확인했다고 한다. 그런데 다음 날인 이튿날(14일) 오후 갑자기 윤 대통령 부부가 나들이하는 사진이 시민들의 소셜미디어에 올라왔다. 남산 한옥 마을에서 어린이와 시민들과 찍은 사진, 종로구 광장시장을 둘러보는 사진이었다. 대변인실은 뒤늦게 상황을 파악하고 부랴부랴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

급히 대응한 분위기는 언론 공지에도  묻어났다. 14일 오후 5시쯤 올라온 대통령실의 첫 언론 공지에는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을 둘러본 뒤 귀갓길에 백화점을 들렀다’고 나온다. 하지만 2시간20분 뒤 다시 ‘집 근처 백화점에 들러 신발을 한 켤레 산 뒤 광장시장을 찾았고, 이어 남산 한옥 마을을 한 바퀴 돌았다’고 수정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을 만나 “자세히 다시 알아보니 처음 올린 공지 글에 쓴 일정이 잘못 기재돼 있어서 아예 오전부터 저녁까지 하루 일정을 모아서 다시 공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발을 신어보는 윤 대통령. [연합뉴스]

신발을 신어보는 윤 대통령. [연합뉴스]

혼선 끝에 대통령실이 최종 정리한 내용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지난 14일 오전 김 여사와 서초동 자택에서 아침과 점심을 겸한 식사를 하고, 집 근처 백화점에 들러 검은색 신발 한 켤레를 샀다. 윤 대통령 부부는 이어 광장시장을 찾아 빈대떡과 떡볶이·순대·만두 등을 포장·구매한 뒤 인근의 남산 한옥마을을 산책했다. 집으로 돌아간 뒤에는 광장시장에서 산 음식으로 저녁 식사를 했다.

깜짝 나들이는 김 여사의 제안이었다고 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신발이 낡은 것을 본 김 여사가 안타까워하면서 새 신발을 살 겸 나들이를 제안한 것으로 안다”며 “사실 윤 대통령이 발바닥에 불편함을 자주 느껴왔고, 김 여사가 남편을 데리고 간 것”이라고 전했다. 주목적은 새 신발을 사는 것이었지만 화창한 날씨에 외출을 한 만큼 나간 김에 광장시장과 한옥 마을도 들렀다는 설명이다.

김 여사와 함께 남산 한옥마을을 산책하는 윤 대통령. [뉴시스]

김 여사와 함께 남산 한옥마을을 산책하는 윤 대통령. [뉴시스]

참모들이 ‘일정 패싱’을 당하는 소란도 있었지만 대통령실에선 “권위적인 대통령 이미지를 허무는 친서민 소통 행보”라고 자체 평가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통화에서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가 직접 장을 보고 줄 서서 계산하는 모습이 우리에겐 신선한 충격이었다”며 “윤 대통령 역시 주말에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국민 속에서 삶을 함께하겠다는 ‘권력 내려놓기’로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경호 인력을 최소한으로 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해 달라는 게 대통령실 설명이다.

익명을 요구한 여권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가장 싫어하는 게 각본과 연출에 따라 행동하는 ‘쇼통’(쇼+소통)”이라며 “윤 대통령 부부가 최근 개방된 청와대를 비롯해 시민이 많이 가는 곳을 자주 찾아다니면서 자연스러운 스킨십을 계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선 경호·보안 문제 등을 우려하며 “취지는 좋지만, 되려 시민들에게 불편을 줄 수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실제, 일부 인터넷 카페에는 이런 불만을 호소하는 글들도 여럿 올라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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