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농번기에 코로나 팬데믹…“대규모 아사 발생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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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주민들이 황해남도 강령군 삼봉협동농장 들녘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채 모를 심는 이앙기 위에서 작업하고 있다. 조선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5일 ‘최대 비상방역체계의 요구에 맞게 더욱 긴장되고 동원된 태세로 모내기를 제철에 와닥닥 끝내자’는 특집기사를 실었다. [뉴스1]

북한 주민들이 황해남도 강령군 삼봉협동농장 들녘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채 모를 심는 이앙기 위에서 작업하고 있다. 조선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5일 ‘최대 비상방역체계의 요구에 맞게 더욱 긴장되고 동원된 태세로 모내기를 제철에 와닥닥 끝내자’는 특집기사를 실었다. [뉴스1]

국내 전문가들은 오미크론 바이러스가 약하다고 하지만 현재 북한의 방역 및 의료체계에서는 치명적일 수 있다고 우려한다. 사망자 급증은 물론, 감염 증가와 봉쇄로 식량 문제가 악화해 아사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북한에는 집계에 안 잡히는 다수의 ‘숨은 감염자’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 탈북민 출신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기본적으로 보건 설비가 열악하고 모든 지방에 코로나를 진단할 수 있는 시스템이나 진단 키트, 인프라가 없기 때문에 발표보다 훨씬 많은 확진자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유전자 증폭(PCR) 검사 체계를 갖추지 못했다. 발열 여부로 코로나19 감염 의심자를 분류한다. 북한 보건의료 전문가인 신영전 한양대 의대 교수는 “북한은 현재 하루 약 120건의 PCR검사를 하는 것으로 세계보건기구(WHO)에 보고한다”면서 “지금같이 몇만, 몇십만 명이 나오는 상황에서는 그 정도 역량으로는 대처할 수 없으니 결국 발열 여부로 찾을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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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 의원은 “현재 북한은 이동을 제한하고, 접촉 기회를 통제하는 고강도 봉쇄 정책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북한은 2020년 1월 중국에서 코로나19가 발생했을 때 이미 모든 국경을 닫았다.

무엇보다 사망자가 크게 늘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북한은 백신 접종률이 ‘제로(0)’에 가깝다.

문진수 서울대 의대 통일의학센터 소장은 “북한은 백신 접종을 하지 않아 중증 발생률이 높을 것”이라며 “우리나라는 중환자실에서 치료하다 정 안 되면 사망하는데, 북한은 보건 의료 인프라가 열악해 중증으로 진전되면 사망을 막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윤리나 휴먼라이츠워치의 수석연구원은 “대부분의 북한 주민은 만성적인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예방접종을 받지 못하고 있다. 약품도 거의 없으며, 보건 기반시설은 이 전염병을 다룰 능력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인중 재미 수의병리학자는 “록다운 또는 감염자 폭증으로 인해 가뜩이나 부족한 식량 문제가 농번기 노동인구 부족, 경제활동 저하로 인해 자칫 지금보다 기아 상태가 더 심각해져 대규모 아사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북한에 백신을 지원하기도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진수 교수는 “북한에 화이자·모더나 같은 mRNA(메신저리보핵산) 백신을 지원해도 저온 상태를 유지하면서 배송하는 콜드체인 체계가 없어 그 백신 지원은 어렵다. 그걸 지원하려면 냉동차량·기름을 포함해 콜드체인 체계를 패키지로 지원해야 하는데, 유엔 제재와 충돌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북한 상황이 생각보다 나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요한 아주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북한에서 ‘보건’은 (체제 유지) 수단이기 때문에 인민들의 건강·생명·삶의 질 때문에 위기감을 느끼진 않을 것”이라며 “봉쇄·격리·소독 세 가지라는 그들 식의 방역만으로도 자유자재로 컨트롤이 가능할 것”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이번 코로나19 관련 대대적인 발표 역시 대내 선전이나 미국을 겨냥한 북핵 문제와 관련해 무언가를 얻어내려는 수단일 것”이라면서 “국제사회나 남측에 지원을 요청하는 의도는 아닐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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