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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백신지원, 한국이 키 쥐겠다"…尹-바이든 회담때 논의할듯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북한의 일일 코로나19 확진 의심자(유열자)가 29만명(14일 기준)을 넘어서는 등 펜데믹이 본격화하자 윤석열 정부가 발 빠른 대응에 나섰다. 대북 백신 지원 카드가 2019년 2월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단절된 남북 대화를 복원하는 마중물이 될 수 있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또 윤 대통령이 선거 운동 과정에서부터 강조해온 '인도적 지원' 문제가 현실로 다가 왔다. 

北 팬데믹 공개 하루만에 尹 "백신 지원"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0시 서울 용산 대통령실 국가위기관리센터 상황실에서 국군통수권 이양 및 북한 군사동향 등의 보고를 받으며 집무를 시작하고 있다. 사진제공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0시 서울 용산 대통령실 국가위기관리센터 상황실에서 국군통수권 이양 및 북한 군사동향 등의 보고를 받으며 집무를 시작하고 있다. 사진제공 대통령실

윤 대통령은 북한이 스스로 코로나19 확산 소식을 알린 지 하루만인 지난 13일 대변인실을 통해 “북한 주민에게 코로나19 백신을 비롯한 의약품을 지원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관련 부처는 지원 물량과 방법 등 구체적인 논의에 착수했다.

특히 외교 라인에선 정부의 이 같은 대북 백신 지원 계획을 미국 측과 공유하는 물밑 작업을 시작했다. 오는 21일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대북 백신 지원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이번 정상회담은 한·미 관계를 ‘전략적 포괄 동맹’으로 격상하기 위한 양국 협력 방안 논의에 방점이 찍혔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확장 억지 등 안보 협력과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참여 등 경제 협력 분야에서의 성과 극대화를 위한 실무 논의가 이뤄졌다.

'인도적 지원' 분야에서 백신 문제 논의될 듯 

15일 조선중앙TV는 북한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확산하는 가운데 국가방역사업이 '최대 비상방역 체계'로 전환됐다고 보도했다. [조선중앙TV 화면]

15일 조선중앙TV는 북한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확산하는 가운데 국가방역사업이 '최대 비상방역 체계'로 전환됐다고 보도했다. [조선중앙TV 화면]

그간 확진자 '제로(0)'를 주장해 왔던 북한이 "건국 이래의 대동란"이라며 코로나19 확산세를 공개하며 상황이 바뀌었다. 한·미 양국의 시선이 북한의 무력 도발에만 집중된 상황에서 인도적 지원 문제로 의제가 확장된 셈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15일 브리핑을 통해 정상회담에서 '북한에 대한 백신 지원이 의제가 될 수 있냐'는 질의에 “그런 얘기를 하기는 좀 이르지 않나 싶다”고 답했다.

하지만 무력 도발에는 단호히 대응하지만, 이와 별개로 대화와 인도적 지원에 열려 있다는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원칙과 윤 대통령의 인도적 대북 지원 인식에 교집합이 있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이번 정상회담에선 대북 백신 지원 문제가 어떤 식으로든 논의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외교가의 관측이다. 

특히 백신 지원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나 7차 핵실험 동향 등 미국이 주도하는 안보 문제와 달리 한국이 키를 쥘 수 있는 의제다. 미국 역시 백신 지원 문제와 관련 “우리는 코로나 19 확산 방지를 비롯한 남북협력을 강력히 지지한다”(지난 13일,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 논평)는 입장을 밝혔다.

외교 소식통은 “북한의 코로나19 폭증 국면에서 윤석열 정부는 ‘한국이 주도적으로 대북 지원의 키를 쥐겠다’는 취지로 미국 측에 설명했고, 미국은 ‘한국의 입장을 지지한다’고 답했다”며 “대북 백신 지원은 미시적으론 북한 주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이지만, 대화와 협력의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한반도 긴장 해소 방안으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백신과 함께 치료제도 검토해야"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다만 이미 발생한 누적 발열 환자가 82만여 명에 달하는 등 북한 내부의 코로나19 확산세가 거센 상황인 만큼 지원 물품을 신중히 정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북한은 15일 조선중앙TV 등을 통해 페닌실린 등의 항생제 사용을 설명했는데, 내성 형성 및 쇼크를 우려한 한국에선 꺼리는 처방이다. 따라서 진단 키트나 해열제, 항생제 등 일반 의약품 지원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있다. 또 백신과 함께 팍스로비드 등 치료제도 포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백신 2차 접종률이 87%에 달하는 한국에서 지난 3월 일일 확진자가 30만~40만명에 육박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백신 지원만으론 확진자 폭증세를 잡기 어려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북한 당국은 노동신문 등을 통해 발열 환자에게 ▲소금물로 입 안 헹구기 ▲물 많이 마시기 ▲꿀 한 숟갈 섭취 등의 비의학적 치료법을 권고하고 있다. 북한 국가비상방역사령부는 지난 14일 코로나19 사망자와 관련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대부분 과학적인 치료 방법을 잘 알지 못한 채 약물을 과다 복용하는 등 과실로 인해 인명피해가 초래되고 있다”고 보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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