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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밀 수출 금지에, 정부 "장기화시 가격 영향 예의 주시"

중앙일보

입력

인도 정부가 밀 수출을 전면 금지하면서, 밀을 중심으로 한 세계 곡물 가격 상승 압박이 커지고 있다. 한국은 밀의 대부분을 해외에서 들여오기 때문에 가격 변동성에 취약하다. 이미 가격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빵·라면 등 밀과 관련한 가공식품의 가격 상승세가 더 가팔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작황 부진에 인도 밀 수출 ‘금지’

인도 대외무역총국(DGFT)의 밀 수출 금지 통지문. 인도 대외무역총국(DGFT) 홈페이지 캡처

인도 대외무역총국(DGFT)의 밀 수출 금지 통지문. 인도 대외무역총국(DGFT) 홈페이지 캡처

13일(현지시간) 인도 대외무역총국(DGFT)은 자국의 식량안보를 확보하고자 밀 수출 정책을 ‘자유’에서 ‘금지’로 변경한다고 발표했다. 다만 13일 이전에 취소불능 신용장(ICLC)을 개설했거나, 인도 정부가 다른 나라 요청으로 허가한 경우에만 밀 수출을 일부 허용한다.

세계 밀 생산 2위 국가인 인도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급등한 밀 가격을 안정시켜줄 구원 투수로 주목받았다. 실제 인도 정부는 2022년~2023년 회계연도 밀 수출 목표를 이전 700만t에서 1000만t으로 상향 설정했었다. 밀 수출 활성화를 위해 인도네시아와 모로코·튀니지 등 인근 9개국에 무역대표단 파견도 타진했다. 하지만 최근 발생한 폭염으로 밀 생산량이 크게 줄자 자국 내 식량안보 등을 이유로 밀 수출 확대가 아닌 중단으로 입장을 바꿨다.

“장기화 시 가격 예의 주시해야”

서울 한 대형마트의 라면 매대. 연합뉴스

서울 한 대형마트의 라면 매대. 연합뉴스

이미 국제 밀 가격은 인도 정부 조치와 상관없이 고공행진 중이다. 지난달 농협경제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3월 밀 선물가격(미 시카고상품거래소 기준)은 t당 407달러로 1년 사이에 73.9%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여기에 인도 밀 수출까지 막히면서, 가격 부담은 더 커질 전망이다. 정부도 “인도의 밀 수출 중단이 장기화할 경우 국제 밀 수급․가격에 미칠 영향을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우려했다.

국제 밀 가격은 물가에도 직접 영향을 끼친다. 국가통계포털(KOSIS)는 1년 전과 비교한 지난달 가공식품(7.2%) 가격이 전체 소비자 물가 상승률(4.8%)을 넘어 섰다고 밝혔다. 가공식품은 특별한 이유가 없으면 가격 변동이 적은 품목이다. 지난달에는 가공식품 중에서 밀 가격에 직접 영향을 받는 국수(29.1%)·부침 가루(21.2%)·밀가루(16.2%)·라면(10.6%)·빵(9.1%)·파스타면(8.6%)·케이크(7.5%)의 전년 같은 달 대비 가격 상승률이 특히 높았다. 가공식품 가격 오름세는 장바구니 물가뿐 아니라 외식 등 서비스 물가에도 시간을 두고 영향을 미친다. 또 밀 가격 상승으로 사룟값이 오를 경우 축산물 가격 오름세도 부추길 수 있어 물가 전반에 파급력이 크다.

정부도 곡물 및 식품 가격 안정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농림축산식품부는 사료‧식품업체 원료 구매자금 금리를 낮추고, 곡물 사료 대체 원료 확대 조치를 취했다. 최근 추가경정예산안에도 밀가루 가격안정 사업, 축산농가 특별사료구매자금, 식품 외식 종합자금 확대 등 관련 예산을 추가 편성했다.

“단기 수급엔 영향 없어”

다만 인도의 밀 수출 금지에도 당장 국내 밀 공급에는 차질이 없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인도 밀 생산량 대부분은 자국에서 소비하기 때문에 세계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다. 미국 농무부에 따르면 인도의 2022년~2023년 예상 밀 생산량은 1억850만t으로 단일 국가로서는 중국(1억3500만t)에 이어 세계 2위다. 하지만 같은 기간 수출량 전망치(850만t)는 전체 4% 수준으로 8위에 불과하다.

특히 한국은 인도산 밀을 거의 수입하지 않고 있다. 실제 지난 2020년 기준 수입한 334만t의 밀 중 제분용은 미국·호주·캐나다에서 전량 수입했다. 사료용도 대부분 우크라이나·미국·러시아로부터 들여온다. 여기에 국내 업계 밀 재고량도 당장은 여유가 있다. 농식품부는 제분용 밀은 8월 초(계약물량 포함 시 10월 말), 사료용 밀은 10월 초(계약물량 포함 시 내년 1월 말)까지 재고를 확충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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