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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은 오염 심각' 파로호 뿐만이 아니었다…인공호 오염의 정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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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강 수계 파로호. 화천댐이 건설되면서 만들어진 인공호수다. 중앙포토

북한강 수계 파로호. 화천댐이 건설되면서 만들어진 인공호수다. 중앙포토

국내 인공호수에서 잡히는 물고기 체내 중금속 수은의 농도는 호수의 체류 시간이 증가할수록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큰입배스와 누치 일부 개체는 체내 수은 농도가 식품의약품안전처 기준을 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광주과학기술원(GIST) 지구·환경공학부 한승희 교수 등 연구팀은 최근 국내 인공호수(댐 저수지) 수층과 퇴적토, 물고기 시료의 수은 농도를 분석한 결과를 담은 논문을 국제 저널 '케모스피어(Chemosphere)'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2016~2020년에 팔당·파로(화천댐)·충주·보령·옥정호(섬진강댐) 등에서 물 시료 144점, 퇴적토 시료 74점, 물고기 시료 370점을 분석했다.

GIST, 2016~2020년 팔당호 등 5곳 조사

수은 조사지점

수은 조사지점

수은은 일본 1950~60년대 일본에서 '미나마타병'의 원인으로 알려진 중금속 오염물질이다. 당시 미나마타 지역 주민들은 메틸수은에 오염된 어패류를 먹은 탓에 중추신경계에 장애를 일으켜 고통을 겪고 사망하기도 했다.

국제사회에서는 수은으로 인한 사람과 생태계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수은의 인위적인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미나마타 협약을 지난 2013년에 채택했으며, 협약은 지난 2017년에 발효됐다.

이번 GIST 연구팀의 분석 결과, 여과하지 않은 물 시료에서는 L당 0.16~1.6 ng(나노그램, 10억분의 1g)의 총(總)수은이 측정됐고, 평균은 0.5ng/L였다. 옥정호가 0.66ng/L로 가장 높았고, 충주호가 0.39ng/L로 가장 낮았다. 수도권 상수원인 팔당호는 0.42ng/L였다.
물 시료에서 측정한 메틸수은은 12~211pg(피코그램, 1조분의 1g)이었고, 평균은 43pg이었다. 옥정호는 59pg으로 가장 높았고, 충주호는 33ng으로 가장 낮았다. 팔당호는 42pg이었고, 파로호는 35ng, 보령호는 47ng이었다.

큰입배스 14% 식약처 기준 초과

경기도 광주시 남종면 분원리 팔당호 풍경. 중앙포토

경기도 광주시 남종면 분원리 팔당호 풍경. 중앙포토

퇴적토 상층(깊이 0~2㎝)에서 총수은 농도는 퇴적토 건조중량 1g당 11~451ng 범위였고, 평균은 111ng이었다. 파로호가 262ng으로 다른 호수에 비해 높았다.
상층 퇴적토의 메틸수은 농도는 0.03~4.2 ng/g이었고, 평균은 0.76ng/g이었다. 파로호의 경우 1.4ng/g으로 가장 높았고, 팔당호는 0.29ng/g으로 가장 낮았다.

물고기 체내 총수은 농도를 보면, 큰입배스는 g당 평균 160ng으로 가장 높았고, 누치는 115ng, 블루길은 81ng/g으로 측정됐다. 물고기 체내 수은 농도는 자라면서 높아지는 경향이 있어 비교를 위해 크기(길이)를 보정했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국내 인공호수 먹이사슬에서 육식성인 큰입배스가 누치·블루길보다 더 높은 위치를 차지한다는 점에서 큰입배스 체내 수은 농도가 높다는 것은 합리적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특히, 큰입배스의 경우 14%, 누치의 경우 4.5%가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정한 어류 수은 기준(500ng/g)을 초과했다.

연구팀은 "체류 시간이 긴 인공호수(옥정호 475일, 파로호 400일)에서는 지류를 통해 호수로 유입되는 것[우수유출수, runoff]보다 호수 퇴적토에서 재확산하는 수은의 비중이 더 크고, 체류 시간이 짧은 팔당호(10일)에서는 퇴적토보다는 지류 유입 영향이 더 우세하다"고 설명했다.

체류 시간이 길면 호수로 들어온 수은 가운데 댐 하류로 흘러가는 것보다 퇴적토에 가라앉는 게 많고, 오랜 시간 퇴적토에 많은 양이 축적될 가능성도 있다.
파로호의 경우 북쪽 지류에 폐광 등 수은을 배출하는 점(點)오염원이 존재하고 있고, 체류 시간도 길어 퇴적토 오염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체류 시간 길면 퇴적토에 수은 쌓여

인공호수 수은의 동태. 체류시간이 긴 인공호수(윗그림)에서는 퇴적토에 쌓인 수은이 유기수은으로 바뀌면서 퇴적토에서 유기수은 농도가 높고, 이것이 수층으로 확산돼 물고기에서도 유기수은 농도가 높다. 체류시간이 짧은 인공호수(아래그림)에서는 수은이 퇴적토에 쌓이기 보다는 댐 하류로 바로 흘러내려간다. 이에 따라 퇴적토에서 유기수은이 적고, 물고기 체내 유기수은의 농도도 낮다. [자료: Chemosphere, 2022]

인공호수 수은의 동태. 체류시간이 긴 인공호수(윗그림)에서는 퇴적토에 쌓인 수은이 유기수은으로 바뀌면서 퇴적토에서 유기수은 농도가 높고, 이것이 수층으로 확산돼 물고기에서도 유기수은 농도가 높다. 체류시간이 짧은 인공호수(아래그림)에서는 수은이 퇴적토에 쌓이기 보다는 댐 하류로 바로 흘러내려간다. 이에 따라 퇴적토에서 유기수은이 적고, 물고기 체내 유기수은의 농도도 낮다. [자료: Chemosphere, 2022]

이렇게 퇴적토에 쌓인 수은은 호수 내 바닥의 메틸수은으로 바뀌게 된다. 저산소층이나 퇴적토에서 세균의 활성이 높아지면서 메틸수은 농도가 높아진다. 메틸수은이 수층으로 확산하면 먹이사슬을 통해 물고기 체내에 쌓이게 된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어류의 수은 농도는 퇴적물의 메틸수은 농도와 비례해서 나타났는데, 대체로 파로호에서 가장 높았고 팔당호에서 가장 낮았다"며 "총인과 엽록소a 농도가 높은 호수에서는 어류의 메틸수은 농도가 낮았다"고 설명했다.

연구팀 한승희 교수는 "부(富)영양화되고 조류 생물량이 많은 인공호수에서는 많은 조류 세포가 동시에 수은을 흡수하면서 세포 희석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며 "이런 세포 희석 효과로 인해 물고기 체내 메틸수은이 쌓이는 것은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퇴적토의 수은 농도가 높은 파로호는 빈(貧)영양 호수여서 조류 농도가 낮고 희석효과가 잘 나타나지 않아 물고기 오염도가 높은 편인 것으로 해석됐다.
연구팀은 국가 모니터링 네트워크 자료를 바탕으로 영양 상태지수(TSI)를 산정했는데, 팔당호는 부영양, 파로호는 빈영양, 나머지는 중영양 호수로 분류된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퇴적물에 메틸수은이 축적되는 것을 방지함으로써 저수지 어류의 수은 오염을 줄이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파악하게 됐다"며 "인공호수의 체류 시간을 줄일 수 있다면 메틸수은의 합성 속도를 줄이고 궁극적으로 인간의 건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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