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속 난립? 돌풍?…빨강·파랑 아닌 '흰 점퍼' 늘어난 까닭

중앙일보

입력 2022.05.14 09:00

업데이트 2022.05.14 09:31

박홍률 무소속 목포시장 후보(왼쪽)와, 김한표 무소속 거제시장 후보. 두 사람은 경선배제에 반발해 각각 민주당과 국민의힘을 탈당한 뒤 하얀 점퍼를 입고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페이스북 캡처

박홍률 무소속 목포시장 후보(왼쪽)와, 김한표 무소속 거제시장 후보. 두 사람은 경선배제에 반발해 각각 민주당과 국민의힘을 탈당한 뒤 하얀 점퍼를 입고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페이스북 캡처

#국민의힘 재선 의원 출신인 김한표 경남 거제시장 후보는 지난달 25일 당을 탈당했다. 국민의힘에 공천을 신청했지만, 경선배제를 당하자 “끝까지 간다”며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것이다. 김 후보 측은 “선거운동원도 부족하지만, 인지도로 승부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던 장영수 전북 장수군수는 지난달 22일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자신을 경선에서 배제하자 탈당한 것이다. 장수군 선거인수는 지난 3월 대선 기준 1만6230명으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선거인수(2만59명)보다 적다. 민주당 관계자는 “8000여명만 내 편으로 만들면 된다고 봤을 것”이라고 말했다.

18일 앞으로 다가온 6·1지방선거에서 무소속 시장·군수·구청장 후보들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들이 파란색도, 빨간색도 아닌 무소속을 의미하는 ‘하얀 점퍼’를 입은 채 바닥 민심을 훑으며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양당 구도에 빈틈을 노리면서다.

국민의힘 지지세가 강한 경북에서는 23개 시·군 가운데 8곳에서 파열음이 났다. 당의 경선에서 배제된 현역 기초단체장인 김영만 군위군수, 김주수 의성군수를 비롯 10여명의 국민의힘 예비후보들이 탈당계를 낸 뒤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해당 지역에서는 국민의힘 대 무소속의 2파전이 불가피해졌다.

이런 양상은 경남도 마찬가지다. 오태완 의령군수, 한정우 창녕군수, 이홍기 전 거창군수는 당의 경선 배제 결정에 “불공정한 처사”라며 무소속 출마를 강행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보수 텃밭인 영남에선 ‘경선이 곧 당선’이란 말이 통하다보니 극심한 경선 후유증을 겪고 있다”며 “무소속 현역 기초단체장의 기세가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전남 22개 시·군 중 5~6곳이 민주 대 무소속 경합

민주당도 자신들의 지지세가 강한 호남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골치가 아프다. 전남에서 강인규 나주시장, 김산 무안군수, 유두석 장성군수 등이 경선 배제를 불복하고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면서다. 애초 무소속이던 송귀근 고흥군수, 정종순 장흥군수는 현직 프리미엄을 앞세워 민주당 후보에 맞서고 있다. 무소속 후보 중엔 민생당 소속 국회의원을 지낸 정인화 광양시장 후보, 민주당·통합진보당 소속 의원이던 강동원 남원시장 후보도 있다.

김승남 민주당 전남도당위원장은 12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민주당 후보와 무소속 후보가 접전을 벌이는 것은 전남 22개 시·군 중 5~6곳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북에서도 탈당한 장영수 장수군수를 포함해 원래 무소속이었던 유기상 고창군수, 황인홍 무주군수, 심민 임실군수 등 4명이 출사표를 냈다.

전직 국회의원 출신인 무소속 정인화 광양시장 후보(왼쪽)와 강동원 남원시장 후보. 연합뉴스

전직 국회의원 출신인 무소속 정인화 광양시장 후보(왼쪽)와 강동원 남원시장 후보. 연합뉴스

이에 민주당 내에선 “무소속 후보들이 바닥 민심은 내 편이라고 생각했을 것”(당직자)이란 말이 나온다. 군 단위의 기초단체의 경우 선거인수가 1만~5만명이어서 지연·학연만으로도 승산이 있다고 봐서다. 호남권 민주당 의원은 “시장·군수를 한번 해본 사람들은 지역 민원 해결, 명절 인사 등으로 ‘지역 토호’처럼 됐다. 그렇다 보니 당적을 던지고 나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진영논리 탓 설 자리 줄 것” vs “지역 민심 파고들 것”

무소속 후보들의 출마가 미풍으로 그칠 지 돌풍으로 이어질 지에 대해선 전망이 엇갈린다. 15대 대선 7개월 만에 치러진 1998년 6월 지선에선 영·호남에서 32명의 무소속 단체장이 당선됐다. 18대 대선 1년 7개월만인 2014년 6월 지선에선 26명이 영·호남 무소속 단체장이었다.

민주당의 한 원로 인사는 “지역에 예산·정책 차원의 이익을 중앙 정부에서 가져와야 하는 국회의원 선거에서 정당 후보 중심의 결집이 일어나지만 집행자인 단체장을 뽑는 선거에선 꼭 그렇지 않다”며 “비호감 대선을 치른 이번 선거에선 영·호남에서 지역 독점 정당에 대한 심판 심리가 형성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호남권 민주당 초선 의원은 “지방선거는 정치적 이슈가 중요한 대선·총선과 다른 양상을 보일 것”이라며 “철저하게 이해관계 중심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높아 막판까지 긴장감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민의힘 광역·기초단체장 후보자들이 지난 9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연석회의에서 필승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광역·기초단체장 후보자들이 지난 9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연석회의에서 필승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민주당 재선 의원은 “당의 지원을 받는 후보와, 무소속 후보는 갈수록 체력 차이가 드러나게 마련”이라고 말했다. 지난 3월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상임고문이 0.73%포인트 박빙 대결이 재연되는 큰 그림이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도 영향을 미쳐 정당 중심의 결집이 일어날 거란 전망이다. 정치평론가인 박동원 폴리컴 대표는 “영남 유권자 입장에서는 윤석열 정부 초기 여야의 기 싸움이 첨예하므로 국민의힘 후보를 찍자는 분위기가 강할 것”이라며 “반대로 호남 유권자 입장에선 민주당 후보를 찍자는 여론이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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