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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민 시내버스 무료"…몇백억 적자에도 선심성 공약 남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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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 각 후보들 "시내버스 무료"공약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각 후보마다 공짜로 버스를 탈 수 있게 하는 공약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후보들은 “교통 약자 배려 차원에서 꼭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표를 얻기 위해 너무 많은 세금을 쓰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세종시내를 오가는 버스. 중앙포토

세종시내를 오가는 버스. 중앙포토

세종시장 선거에 출마한 여야 후보는 대중교통 활성화 방안으로 시내버스 요금 무료화 공약을 제시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춘희 후보는 '단계적 무료화'를, 국민의힘 최민호 후보는 '전면 무료화'를 제시했다. “여야 후보가 모두 버스요금 무료화를 선언한 만큼 누가 당선되더라도 시민들은 혜택을 볼 것 같다”는 말이 나온다.

이춘희 후보는 최근 복지공약을 발표하며 "대중교통 활성화와 교통 약자에 대한 교통복지 구현을 위해 18세 이하 어린이·청소년과 65세 이상 어르신의 시내버스 요금을 무료화하겠다”며 “이 성과를 바탕으로 단계적으로 전면 무료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요금 무료화가 시행되면 시내버스 이용률이 오를 것으로 본다"며 "시내버스를 운행하는 세종교통과 세종도시교통공사에서 매년 500억 원의 적자가 발생하는 만큼 한꺼번에 무료화할 수 없고 시기 조절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시장 여야 후보 모두 '버스 무료' 공약 
이와 관련, 국민의힘 최민호 후보도 시내버스 요금 전면 무료화와 광역버스 요금 시간대별 차등화를 공약으로 제시했다. 최 후보는 "이미 충북 청주와 경기 화성 등 일부 도시가 승용차 운행을 줄이고 대기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무료화 수준의 시내버스 준공영제를 시행하고 있다"며 "세종시도 다른 예산을 절감해 버스 운영에 투입하면 요금 무료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후보는 "다만 광역버스 등은 다른 시·도와 연계돼 전면 무료화가 어려운 만큼 출퇴근 시간에만 요금을 할인해주는 시간대별 요금 차등화를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세종시티투어버스. 사진 세종시

세종시티투어버스. 사진 세종시

이와 함께 지난 4월에는 국민의힘 홍준표 대구시장 후보가 '어르신 시내버스 무료화'를 공약으로 발표했다. 홍 후보는 “현재 65세 이상 어르신이 무료로 이용하는 대중교통을 도시철도에서 시내버스로 확대하겠다”며 “올 하반기 70세 이상부터 시행한 뒤 예산 사정을 고려해 65세까지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기초단체장 후보도 '무료버스'를 공약했다. 민주당 허성무 경남 창원시장 후보는 70세 이상 시내버스 요금을 단계적으로 무료화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홍남표 창원시장 예비후보도 65세 이상 무료 버스 공약을 발표했다.

충남은 지난 4월부터 어린이·청소년 무료 이용 
이미 버스요금 무료화 방안을 시행 중인 지자체도 있다. 충남도는 지난 4월부터 만 18세 이하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버스 요금을 받지 않고 있다. 대상 인원은 도내 거주 만 6∼12세 어린이 14만 2682명과 만 13∼18세 청소년 11만 8108명 등 총 26만 790명이다.

 지난 4월부터 충남지역 어린이와 청소년은 버스를 무료로 탄다. 신진호 기자

지난 4월부터 충남지역 어린이와 청소년은 버스를 무료로 탄다. 신진호 기자

‘충남형 알뜰교통카드’를 이용해 먼저 버스비를 지불한 뒤 하루 3회 이용분에 한해 환급받는 방식으로 버스비를 받는다. 현재 도내 청소년 1인당 버스 이용 횟수는 연평균 301.9회이고 교통카드 기준 버스요금은 1180원이다. 도는 청소년이 1인당 연간 36만 원가량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한다.

올해 소요 예산은 9개월분에 총 192억 원이며 도와 시·군이 절반씩 부담한다. 도는 어린이·청소년 버스비 무료화를 통해 가계 교통비 부담 완화, 대중교통 활성화를 통한 탄소 중립 기여 등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육동일 충남대 자치행정학과 명예교수는 “자치단체 복지 정책이 각종 수당 제공 같은 현금 지급 방식에서 대중 교통요금까지 무료로 해주겠다는 식으로 변화하는 것 같다”며 “무료화한 버스요금 부담은 고스란히 주민 세금으로 부담할 수밖에 없어 포퓰리즘 논란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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