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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 교수님, 부엉이 대학원생…'딩대'가 'MZ 어른이' 사로잡은 비결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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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Note

‘딩동댕 대학교’는 EBS의 젊은 제작진이 주축이 돼 만드는 디지털 웹 예능 콘텐츠입니다. 코끼리 교수님 ‘낄희’, 대학원생 부엉이 ‘붱철’ 등이 등장하는 ‘캐릭터 토크쇼’죠. 처음 콘셉트는 교양에 가까왔지만, 예능으로 전환하면서 더 뚜렷한 정체성을 갖고 ‘찐’ 공감을 끌어냈습니다.

보수적 이미지의 EBS에서 이런 ‘새로운 장르’가 탄생할 수 있었던 배경은 뭘까요? 제작진은 어떤게 EBS란 ‘선’을 지키면서, ‘MZ세대 어른이’들이 열광하는 콘텐트를 만들 수 있었을까요? 제작진을 만나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어봤습니다.

※ 이 기사는 ‘성장의 경험을 나누는 콘텐트 구독 서비스’ 폴인(fol:in)의 “요즘 브랜드 된 올드 브랜드” 3화 중 일부입니다.

EBS라는 틀이 한계가 될 때도 있지만, 오히려 선을 지켰기 때문에 더 좋아해 주시는 분들도 있어요. 그 지점에서 캐릭터 토크쇼라는 전에 없던 포맷이 나오기도 한 것처럼요.

딩동댕대학교 제작팀. 좌측부터 안미라 PD, 황세연PD, 이슬예나PD, 박재영PD, 안혜진 작가. ⓒ최지훈

딩동댕대학교 제작팀. 좌측부터 안미라 PD, 황세연PD, 이슬예나PD, 박재영PD, 안혜진 작가. ⓒ최지훈

펭수 신드롬 이후 ‘딩대’ 탄생기

박재영 : 저희 대부분 ‘자이언트 펭TV(이하 펭TV)’ 소속이에요. 펭수 신드롬 이후 EBS 내부에서 2030 타깃의 IP를 개발해야 한다는 미션이 있었어요. 처음 이슬예나 PD가 제안한 3가지 기획안이 있었는데, 그 중에서 ‘어른이를 위한 딩동댕 유치원’을 맡아 개발했어요.

타깃 연령층에 맞게 콘셉트를 유치원이 아닌 대학교로 바꾸면서 ‘딩동댕대학교(이하 딩대)’가 탄생했습니다. 처음부터 펭TV와는 다른 방향으로 가고 싶었어요. 펭TV가 펭수와 펭클럽* 위주의 관계성이 두드러지는 채널이라면, 딩대는 누구나 구독만 하면 딩대생이 되어서 서로 소통하는 '커뮤니티'의 성격이 강하죠. 기회가 된다면 개강총회를 열거나 구독자끼리 동아리를 만들어서 활동하는 등 오프라인 이벤트도 활성화하고 싶어요. 서울대학교와 ‘딩서전’도 열고요.

*‘펭수’와 ‘팬클럽’을 합친 말. 유튜브 ‘자이언트 펭TV’ 구독자와 팬을 일컫는다.

박재영 PD는 ″딩동댕 대학교를 통해 추억 속으로 사라진 퍼펫쇼를 부활시키고 싶었다″고 말했다. ⓒ최지훈

박재영 PD는 ″딩동댕 대학교를 통해 추억 속으로 사라진 퍼펫쇼를 부활시키고 싶었다″고 말했다. ⓒ최지훈

포맷에 대한 고민도 많았어요. 고민상담·꽁트 등 여러 후보가 있었지만 무엇보다 펭수처럼 EBS 고유의 IP를 지키는 게 맞다고 생각했죠. 동시에 추억 속으로 사라진 퍼펫쇼를 부활시키고 싶다는 바람도 컸어요. 저는 뚝딱이를 보고 자란 90년대생이거든요. 오히려 요즘 아이들은 인형극을 유치하다고 할지 몰라도, 같은 2030 세대라면 공감하지 않을까 했죠.

'대학교'라는 콘셉트 아래 탄생한 코끼리 교수님 '낄희'와 대학원생 부엉이 '붱철' 캐릭터. ⓒ딩동댕대학교

'대학교'라는 콘셉트 아래 탄생한 코끼리 교수님 '낄희'와 대학원생 부엉이 '붱철' 캐릭터. ⓒ딩동댕대학교

다음으로 캐릭터를 고민했죠. 특히 대학교에서 교수와 대학원생만큼 재밌는 관계성이 없더라고요. 이 부분을 살려보려고 했어요. '낄희'는 따뜻하고 귀여운 데다 귀가 커서 언제나 잘 들어주는 교수님이지만, 어두운 이면이 있는 캐릭터예요. 따뜻하고 착한 코끼리지만, 대학원생 조교에게는 차갑죠. 또 예비 오디션에서 뚝딱이와 붙었다가 떨어졌는데, 갑자기 대학교수로 들어온 그런 이상한 상황이 있죠.

그 아래서 영원히 고통받는 대학원생 캐릭터로 야행성 동물이 어울릴 것 같아 부엉이로 정했죠. 또 낄희가 친근한 한국식 이름이고, 펭수도 그랬듯이 붱철이도 정말 흔한 동네 남자애 같은 이름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붱철이 목소리를 내주시는 이재율 개그맨님께서 부엉이를 줄여서 '붱철이'어떠냐는 제안으로 '붱철'이가 됐어요.

어른이의 마음을 읽는 ‘찐’ 공감

이슬예나: 어렸을 때 봤던 딩동댕 유치원의 세계관을 많이 살리려고 했어요. 다만 양치질, 친구 관계 등 실생활에 와 닿는 소재를 다루면서 성인의 시선에 맞춰 반전을 줬죠. "이를 열심히 닦아요"라고 하는 대신 "살살 닦아요"라고 하거나 "친구와 사이좋게 지내요"라고 하지 않고 "나를 힘들게 하는 관계와는 멀어져요" 하는 식으로요.

온라인 커뮤니티 상 화제가 된 일명 'I got it 송' 챈트. ⓒ딩동댕대학교

온라인 커뮤니티 상 화제가 된 일명 'I got it 송' 챈트. ⓒ딩동댕대학교

서로 티키타카 하면서 공감되는 주제를 가지고 발전시키는 편이에요. 다양한 의견을 들어보려고 노력하기도 하고요. MZ세대라 하더라도 사실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가 느끼는 건 너무 다르잖아요.

안미라: '축의금 빌런이 되지 않아요' 편에서 이런 고민을 가장 많이 했던 거 같아요. 축의금의 기준에 대한 명쾌한 솔루션을 제시하면서 공감도 얻고 싶었죠. 때문에 굉장히 회의를 많이 했고, 수학과 출신 PD의 자문도 구하면서 다양한 접근을 시도해 봤어요.

이슬예나: 아무래도 제작진이 공감하지 못하면 재미있게 뽑아내기가 어렵다 보니 실제 경험에서 우러나올 수 있도록 대화도 많이 하고, 요즘 유행하는 콘텐트도 많이 들여다보려고 하죠.

박재영: 시즌 2에서 본격적으로 예능향 개편을 하면서 안혜진 작가님이 합류하셨어요. 쿠키 영상과 같은 콩트 분량이 늘어났는데, 생생하게 살아 있는 대사를 잘 표현해 주셨죠. 그 밖에 토크 중심 파트에서는 출연자분들의 애드립이 빛을 발하기도 하고요.

이슬예나: 특히 토크 콘텐트의 경우는 '찐' 상황, '찐' 멘트가 나오는 게 재밌다고 생각해요. 회의를 하다가 대본이 너무 빡빡해지면 오히려 덜기도 하죠. 정해진 대사가 빡빡할수록 출연자들이 그 멘트를 따라가야 하나 보다 하면서 좀 더 여유가 없어지거든요.

'딩동댕 대학교' 제작 과정을 설명하는 황세연 PD(왼쪽)와 안혜진 작가. ⓒ최지훈

'딩동댕 대학교' 제작 과정을 설명하는 황세연 PD(왼쪽)와 안혜진 작가. ⓒ최지훈

요즘 세대가 선호하는 콘텐트는 '찐' 리얼리티잖아요. 조금의 대본도 섞이지 않은 완벽한 리얼리티를 원하고 있어요.

안혜진:  유튜브에서 '머니게임'이나 '터키즈 온 더 블럭' 같은 콘텐트가 성공한 것도 그 이유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우리도 성인 눈높이에 맞춰서 웹 콘텐트에서 허용되는 범위만큼은 콩트의 표현 수위를 더 높이자고 제안하기도 했죠.

시즌 2 쿠키 영상. '딩동댕 대학교'는 성인 타깃이지만 교육방송으로서 '선'을 지킨다. ⓒ딩동댕대학교

시즌 2 쿠키 영상. '딩동댕 대학교'는 성인 타깃이지만 교육방송으로서 '선'을 지킨다. ⓒ딩동댕대학교

박재영: 자극적으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은 전혀 없지만, 펭수랑 다르게 딩동댕 대학교는 처음부터 성인을 타깃으로 만든 콘텐트예요. 애초에 낄희와 붱철이는 성인을 위한 캐릭터고요. 그렇다면 성인의 삶에서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흡연이나 연애, 성에 대한 이야기도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 있었으면 해요.

그런 점에서 EBS라는 틀이 한계가 될 때도 있지만, 오히려 그렇게 선을 지켰기 때문에 더 좋아해 주시는 분들도 있어요. 그 지점에서 캐릭터 토크쇼라는 전에 없던 포맷이 나오기도 한 것처럼요. 주어진 선을 오히려 힌트처럼 생각하려고 하는 편이에요.

지속 가능한 콘텐트를 위한 '시즌 2'

박재영: 초창기 딩대의 슬로건은 '커뮤로 세상을 배운 교수님의 짤방 탐구 토크쇼'였어요. 밈(Meme)의 이면을 파악해서 메시지를 전달하는 교양물에 가까웠죠. 유튜브 알고리즘의 수혜를 받아보자는 의도도 있었고요.(웃음) 하지만 막상 시작해보니 일주일에 한 편을 제작해야 하는 상황에서 유지하기에는 너무 무거운 기획이었어요.

'짤'에 적합한 주제를 추출하는 것부터 그에 맞는 게스트를 섭외하는 것까지 고려하면 계속 유지하기는 어려웠죠. 그런 면에서 안혜진 작가님이 조금 더 가볍게 예능으로 푸는 방향을 제안했고요.

시즌 1은 '짤'의 이면을 파악해 메시지를 전하는 교양 프로그램 콘셉트로 기획됐다. ⓒ딩동댕대학교

시즌 1은 '짤'의 이면을 파악해 메시지를 전하는 교양 프로그램 콘셉트로 기획됐다. ⓒ딩동댕대학교

이슬예나: 처음에 '대학교'에 포커스를 맞춰서 교재가 아닌 '짤'로 배우는 콘셉트가 참신했어요. 다만 프로그램이 현실적으로 지속 가능하기 위해서는 조금 더 속도감 있어야 했고, 빨리 알려져야 한다는 압박감도 있었죠.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오히려 '딩동댕'에 초점을 맞춘 기획으로 발전시키게 됐어요.

박재영: 지금의 2030 세대에게 익숙한 '딩동댕유치원'의 세계관을 가져오면서 정체성이 더 뚜렷해졌고, 그때 다뤘던 주제를 재해석한다는 설정이 확실해지면서 더 유기적인 콘텐트를 생산할 수 있게 됐죠.

안미라 PD는 ″딩동댕유치원에서 다룬 익숙한 주제를 가져오고자 했다″고 말했다. ⓒ최지훈

안미라 PD는 ″딩동댕유치원에서 다룬 익숙한 주제를 가져오고자 했다″고 말했다. ⓒ최지훈

안미라: 어떤 아이템을 하면 좋을까 고민하던 차에 우리가 어렸을 때 유치원에서 배웠던 것들을 AS 하는 개념이니까 딩동댕 유치원 때 했던 아이템을 한 번 모아봤어요. 거기서부터 아이디어를 발전시켜서 '하루 3번 양치질'처럼 익숙한 주제를 가져오게 됐죠. 챈트나 체조 같은 재미 요소도 살리고요.

박재영: 시즌2를 시작하면서 캐릭터 간의 관계성도 많이 달라졌어요. 광희 선배라는 새로운 캐릭터가 합류했고, 낄희 목소리도 바뀌었거든요. 기존 세계관에 이런 변화가 자연스럽게 잘 녹아들기를 바라면서 시즌 2부터 쿠키 영상도 만들게 됐어요. 붱철이가 오토바이 타는 장면을 찍기 위해서 밤에 탑차까지 사용할 만큼 진심이었죠.

'캐릭터 토크쇼'라는 도전

안미라: 인형이 등장하기 때문에 제한적인 부분도 있지만, 오히려 여기까지 가능하구나라고 생각할 때도 많아요. (후략)

※ 이 기사는 ‘성장의 경험을 나누는 콘텐트 구독 서비스’ 폴인(fol:in)의 “요즘 브랜드 된 올드 브랜드” 3화 중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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