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 중독성이 강합니다. 오죽하면 ‘산뽕’이라고 하겠어요” 신경과 전문의 정명근 원장은 속칭 ‘산악 오토바이’로 불리는 ‘엔듀로 바이크(enduro bike)’ 마니아다. 입문한 지 1년이 채 안 됐는데도 “한번 발을 들이면 헤어날 수 없다”며 연신 예찬론을 펼친다.
지난 5일 경기도 포천 오프밸리에서 엔듀로 바이크 기초 교육장이 열렸다. 코로나19 방역 완화 때문인지, 이날 행사장엔 정씨를 비롯한 엔듀로 바이크 동호인들이 잔뜩 모였다.
산길을 달리는 엔듀로 바이크는 바위 사이를 통과할 정도로 차체를 높고 가볍게 만든 게 특징이다. 경로 특성상 급경사와 돌부리 등 장애물이 많은 탓에 주행 난이도도 높다. 일반도로를 달리는 ‘온로드(on road) 바이크’를 5년이나 몰았다는 윤경선 씨는 “중심을 잃고 넘어지기 일쑤”라면서 “시동을 꺼트리는 초짜를 면하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엔듀로 바이크를 타려면 무릎 아래까지 올라오는 딱딱한 부츠부터 무릎ㆍ허리ㆍ골반ㆍ상채ㆍ팔꿈치 보호대와 장갑, 헬멧 등으로 온몸을 무장해야 한다. 그래야 만에 하나 100kg이 넘는 바이크와 함께 넘어져도 큰 부상을 피할 수 있다.
엔듀로 바이크를 운전하기 어려운 것은 아날로그적인 면만 있기 때문이다. 온로드 바이크와 달리 전자장비가 거의 없다. 날 것 그대로 온몸으로 몰아야 한다는 얘기다.
이날 교육에 나선 박노찬 오프밸리 대표는 “오로지 라이더(rider)가 끊임없이 몸을 움직이며 밸런스를 맞춰 조정해야 한다”며 “힘든 만큼 주행을 마쳤을 때 성취감도 크다”고 말했다.
걸어서 올라가기도 힘든 40도 경사의 오르막을 타 보면 그 말이 실감 난다. 온몸이 땀범벅이 되고 신음이 터져 나올 정도다. 그래도 코스를 정복한 마니아들 얼굴엔 미소가 가득했다. ‘산뽕’에 중독되면 약도 없다. 계속 달리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