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제 교사도 정교사와 같은 임금달라"…법원의 판단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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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제 교사와 정규직 교사의 호봉과 정근수당에 차별을 두는 공무원 보수 규정은 위법이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오면서 기간제 교사 처우가 개선될지 주목된다.

기간제 교사에게도 정규 교사와 같은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12일 서울중앙지법 민사48부(재판장 이기선)는 기간제 교사 25명이 대한민국과 서울시·경기도 교육감을 상대로 제기한 임금 반환 및 정신적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지난해 12월 15일 전국기간제교사노조, 전국교직원노조 조합원들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교직원공제회관 앞에서 기간제교사의 한국교직원공제회 가입 보장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지난해 12월 15일 전국기간제교사노조, 전국교직원노조 조합원들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교직원공제회관 앞에서 기간제교사의 한국교직원공제회 가입 보장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호봉·정근수당 차별 안돼" 

재판부는 기간제 교사가 정규직 교사와 같은 일을 하면서도 호봉과 정근수당에서 차별을 받고 있다고 봤다. 정규교사는 1년마다 자동으로 호봉이 오르지만 기간제교사는 재계약을 맺거나 학교를 옮겨 새로 계약할 때만 임금을 올릴 수 있는데, 이는 불합리한 차별이라는 것이 판결 골자다.

재판부는 기간제 교사들이 정근수당을 받지 못하는 점도 부당하다고 봤다. 그동안 서울과 경기도의 기간제 교사들은 정규 교사가 매년 7월 받는 정근수당을 받지 못했다. 계약제 교원 운영지침이 '현재 임용학교의 계약 기간만 정근수당 지급대상'이라고 규정하고 있어  2월 말까지 근무하던 학교를 떠나 3월 초에 다른 학교에서 근무를 시작하면 이전 학교 근무 기간에 대해서는 정근수당을 받지 못하는 식이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호봉 승급 없이 고정급만을 받은 교사 6명에 대해 국가가 각 1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그동안 받지 못한 정근수당도 지급하라고 했다. 이번 판결로 25명의 기간제 교사(원고)가 60만원의 위자료와 1964만원의 정근수당 차액 및 정근 수당 인상에 따른 퇴직금 차액을 받게 됐다.

지난 2018년 9월 전국기간제교사노동조합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원들이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간제 교사의 호봉 승급 차별 폐지 진정 및 차별시정 권고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018년 9월 전국기간제교사노동조합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원들이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간제 교사의 호봉 승급 차별 폐지 진정 및 차별시정 권고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교육계 "잘못된 법 정비해야" 

교육계에서는 차별 시정 요구가 확산할 전망이다. 우선 재판부가 기간제 교원에게 호봉의 봉급을 '고정급'으로 지급하도록 한 공무원보수규정을 무효하다고 본 만큼 개정 작업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공무원 보수 규정은 대통령령이기 때문에 국회 동의를 구하지 않고 정부가 국무회의를 통해 개정할 수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기간제 교원에 대한 근거 없는 임금 차별을 바로잡은 법원 판결을 환영한다"며 오는 16일 기간제 교사 임금 차별 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겠다고 밝혔다. 전교조는 "재판부가 기간제 교원을 차별하는 보수규정은 위법함을 분명히 한 만큼 교육 당국은 잘못된 조항을 서둘러 폐지하고 기간제 교사 고용 안정을 위한 제도와 법 정비에 나서라"고 요구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도 이번 판결을 환영한다고 했다. 조성철 교총 대변인은 "그동안 기간제 교사들은 정규직 교사들이 기피하는 담임 업무와 행정 잡무를 도맡으면서도 임금 차별을 받았다"며 "이번 판결을 시작으로 기간제 교사 처우가 더 개선돼야 한다"고 했다.

교육 당국은 아직 항소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현재 판결문을 검토하는 중이라 입장을 내놓기 어렵다"며 "판결 취지를 살펴본 뒤 항소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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