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도 더워지니 벗어도 될까, 그래도 두려우니 써야 할까. 코로나19의 시작부터 함께한 마스크 이야기다. 지난 2일부터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완화됐지만, 여전히 마스크를 벗는 것에 불안감을 호소하는 시민들이 많다. 지난달 취업 정보 업체 인크루트가 성인남녀 1217명을 대상으로 “실외 마스크 해제가 시행되면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물었더니 응답자의 51.8%는 안전함을 느낄 때까지 마스크를 계속 쓰고, 26.3%는 코로나와 관계없이 계속 마스크를 쓸 것이라고 답했다.
‘노마스크’의 불안감을 조금이나마 덜어줄 기술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기술 출자를 통해 창업한 바이오 벤처 기업 디알나노(D.R.NANO)는 비강(코 안)으로 침입하는 이물질을 제거하는 비강형 의료기기를 개발하고 시판에 나선다고 밝혔다.
콧속에 뿌린 뒤 LED 쬐면 소독효과
‘리노딜라이트’라는 이름이 붙은 이 제품의 사용 방법은 이렇다. 스프레이를 콧구멍 안으로 뿌리고 소독의 효과를 극대화해줄 LED 장치를 양 콧구멍에 넣어 3분 정도 빛을 쐬어주면 된다. 한 번 뿌릴 때마다 6시간 정도 효과가 지속된다. 디알나노는 스프레이 제품과 LED 기기를 묶어 판매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이르면 7월부터 기업을 상대로 판매에 나선다. 약국 등에서 일반 소비자들에게 직접 제품을 판매하는 것은 시간이 좀 더 걸릴 전망이다.
어떤 원리로 콧속 세균을 죽이게 되는 걸까. 스프레이 액체에 들어있는 메틸렌블루 나노입자(NanoMB)는 업체가 특허를 받은 물질이다. 이 물질은 LED 광원을 쏴주면 주변의 산소와 활발하게 반응한다. 소독 효과가 높아지는 셈이다. 디알나노측은 제품의 기대 효과에 대해 “코점막 상피세포에서 A형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와 황색 포도상구균을 95% 이상 사멸시키고,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의 복제를 막아 증식을 억제한다”고 설명했다. 소독을 마친 이후에는 물질 자체도 분해되어서 생체 자극 없이 안전성을 확보했다고 소개했다.
이런 비강 스프레이 형태의 호흡기 감염 방지 제품이 국내 처음 소개된 건 아니다. 앞서 한미약품은 지난해 1월 코에 뿌리는 바이러스 차단제 ‘콜드 마스크’를 출시했다. 두 제품의 작동 원리는 다르다. 콜드마스크는 비강 내에 뿌리면 비강 점막에 물리적인 막을 만들어 호흡기 감염 바이러스의 침투를 막고 점막 보호를 위해 사용하는 제품이다.
뿌리는 마스크 가능할까
이런 비강 스프레이 제품이 ‘뿌리는 마스크’가 되어 바로 마스크의 대체품이 되기엔 부족한 점도 많다. 먼저 작동 원리나 효과가 크게 다르다. 마스크가 외부로부터 호흡기를 통해 들어오는 바이러스를 막아 감염을 예방하는 목적이라면 디알나노의 비강 스프레이는 이미 침투한 바이러스를 소독해 없애주는 제품이기 때문이다.
마스크가 코와 입을 모두 가려줄 수 있다는 점에 비해 비강 스프레이는 코에만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실제 콜드마스크의 제품 사용 주의사항에는 스프레이를 먹지 말고 눈과 귀 등에 내용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하라는 당부가 담겨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비강 스프레이가 ‘뿌리는 마스크’라는 표현을 쓰는 것에 대해 오해를 낳을 수 있는 표현이라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