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前 진짜 선거' 탓에 이재명 졌다? 돈 모으는 김어준 계획

중앙일보

입력 2022.05.14 05:00

업데이트 2022.05.14 09:47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진행자 김어준씨. 김씨는 자체 여론조사기관 설립을 추진 중이다. [뉴스1]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진행자 김어준씨. 김씨는 자체 여론조사기관 설립을 추진 중이다. [뉴스1]

6월 지방선거와 ‘미니 총선’이라 불리는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앞두고 여론조사가 쏟아지고 있다. 정치권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들에 따르면 주요 언론에 공개되는 조사는 ‘빙산의 일각’이라고 한다. 시·도지사부터 지역 기초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 선거까지 각 후보와 지지자가 퍼나르는 여론조사까지 더 하면 매일 수십 개의 결과들이 SNS를 떠돌고 있다.

문제는 그중 상당수가 기준에 미달하거나 왜곡된 ‘악성 조사’라는 점이다. 지난 11일 부산시 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한 구청장 선거구에서 특정 후보가 1위를 한 것처럼 왜곡해 5만 5000여명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낸 혐의로 예비 후보자 A씨와 자원봉사자 B씨를 고발했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 적발된 여론조사 위반 사례도 145건에 달한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가능한 모든 여론조사의 표본과 조사방식까지 살펴보고 있다”고 했다. 수도권은 그래도 좀 낫지만, 지방 선관위는 인력이 부족해 일일이 챙기기도 어려운 수준이다.

노리는 건 여론조사의 '밴드왜건 효과'

선거 전 악성 여론조사가 판치는 건 여론조사가 선거의 승패를 가르는 결정적 요소이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선 여론조사를 “선거 전 진짜 선거”“제2의 선거”라고까지 말한다. 우선 비중 자체가 높다. 전략 공천을 제외하곤 주요 정당은 후보를 선출하며 여론조사를 최소 50% 이상 반영한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서울시장 후보 경선을 여론조사 100% 방식으로 치렀다.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에게 인사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여론조사의 효과를 가장 톡톡히 본 대선 후보 중 한명으로 꼽힌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에게 인사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여론조사의 효과를 가장 톡톡히 본 대선 후보 중 한명으로 꼽힌다. [연합뉴스]

특히 1위 후보에게 관심이 쏠리는 ‘밴드왜건 효과’를 노리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윤석열 대통령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모두 여론조사에서 한번 1위를 한 뒤 그 탄력으로 올라선 측면이 있다”며 “밴드왜건 효과를 톡톡히 본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여론조사 왜곡 혐의로 검찰에 고발되는 사안 대부분도 앞선 부산시 선관위 고발 사례와 같이 특정 후보를 1위로 조작하다 적발되는 경우다. 혹은 여론조사의 표본과 방식을 특정 후보에게 유리하게 만든 뒤 ‘1위 결과’를 도출해 퍼나르기도 한다.

여론조사 기관 눈독 들이는 김어준 

이 밴드왜건 효과를 주장하는 가장 대표적인 사람이 방송인 김어준씨다. 그는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민주당 상임고문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패배한 이유로 ‘여론조사’를 꼽았다.

그는 이를 명분으로 자체 여론조사 기관 설립도 추진 중이다. 김씨는 지난달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서 “대선 기간에 여론조사로 가스라이팅을 했다. 그것이 선거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며 “여론조사가 폭포수처럼 쏟아졌는데 사람들은 오히려 고아처럼 떠돌았다”고 말했다. 실제 두 후보간 차이는 0.73%포인트에 불과했지만 선거 전 여론조사에서의 이른바 ‘윤석열 대세론’에 이 상임고문과 민주당의 지지자들이 휘둘렸다는 주장이다.

김씨는 현재 여론조사 기관 설립을 위해 지지자로부터 10만원에서 50만원 사이의 가입비를 받고 있다. 하지만 엄경영 소장은 “이미 특정 진영에 속한 김어준씨가 하는 여론조사의 신뢰성이 담보 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각에선 김씨도 후원금만 받으면 설립할 수 있을 만큼 여론조사기관의 등록 문턱이 낮은 것이 문제라는 지적도 나왔다.

12일 대법원 확정 판결로 의원직을 상실한 이상직 전 무소속 의원. 이사진은 지난 1월 전주지법 재판에 출석하던 모습. [연합뉴스]

12일 대법원 확정 판결로 의원직을 상실한 이상직 전 무소속 의원. 이사진은 지난 1월 전주지법 재판에 출석하던 모습. [연합뉴스]

여론조사 왜곡은 선거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그 유혹에 빠지기 쉽지만, 처벌의 강도는 상당히 세다. 선출직 공무원은 공직선거법상 벌금 100만원 이상 유죄 판결 시 당선 무효가 되는데 여론조사 왜곡 공표 혐의(제96조 1항)의 처벌 하한선이 ‘벌금 300만원’이다. 여론조사 왜곡으로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 당선 무효형 기준인 벌금 100만원은 무조건 넘을 수 밖에 없다는 뜻이다.

여론조사 왜곡으로 금배지 잃은 이상직

12일 대법원 확정판결로 의원직을 상실한 무소속 이상직 전 의원에게도 거짓 응답 유도 등 여론조사 왜곡 혐의가 적용됐다. 이 전 의원의 항소심 재판장은 올해 1월 판결 선고에서 “당선과 직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여론조사 왜곡은) 선거 결과에 미치는 폐단이 심각하다”며 이 전 의원을 질타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여론조사도 민심을 살펴본다는 측면에서 실제 선거와 크게 다르지 않다”며 “결국 여론조사 조작은 여론과 민심을 조작하는 것이라 엄히 처벌하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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