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행' 명령에도…그들이 31개월째 양육비 배째는 이유 있다

중앙일보

입력 2022.05.14 05:00

업데이트 2022.05.14 16:19

양육비해결총연합회 회원들이 2020년 5월 6일 서울 영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양육비 이행법 제정 촉구시위를 하고 있다. 독자 제공

양육비해결총연합회 회원들이 2020년 5월 6일 서울 영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양육비 이행법 제정 촉구시위를 하고 있다. 독자 제공

“아이들을 맡은 게 욕심이었나. 가끔 애들에게 죄책감이 든다”
이모(47)씨가 전 남편으로부터 받지 못한 양육비는 19개월간 3800만원에 달한다. 2019년에 이혼한 이씨는 초반 몇 개월을 제외하곤 그 이후론 양육비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이씨의 자녀는 고등학생 두 명과 중학생 한 명이다. 낮에는 공사현장에서 감리 업무를 하고 밤에는 때때로 식당 아르바이트까지 한다. 하지만 희귀 난치질환을 앓는 둘째 아이의 약값을 마주할 땐 부담감이 더 커진다.

이씨는 “전 남편이 자신의 지역에서 크게 사업을 하는 걸 다 알지만, 모든 재산을 다 타인 명의로 돌려놓아 법적으로 방법이 없다”며 “최근에는 고가의 SUV 차량을 구매했으면서 당연히 내야 할 양육비는 단 한 푼도 내놓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지난해 11월 가정법원에 양육비 이행 소송을 냈고, 반년만인 지난 10일 이행 명령을 끌어냈다.

부산에서 두 명의 아이를 키우는 조모(35)씨 역시 양육비 미지급 피해자다. 건강 문제로 일을 쉬고 있는 조씨는 100만원이 조금 넘는 한부모가정 지원금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고 한다. 조씨는 “올해 중학생이 된 큰 아이가 다니고 싶어하는 학원을 못 보냈을 때 가장 미안했다”며 “용돈은 고사하고 제대로 된 외식도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조씨가 받아야 할 양육비는 4140만원. 매달 140만원씩 받아야 할 양육비를 31개월간 받지 못했다.

2019년 이혼한 조씨는 약 2년 반에 걸친 법적 소송 끝에 지난 2월 양육비 미지급자에 대해 감치(監置) 명령까지 끌어냈다. 하지만 상대방은 ‘위장전입’을 해 숨어버렸고, 3개월째 감치 명령은 집행되지 않고 있다. 조씨는 “오랜 싸움 끝에 감치 명령을 받았지만, 어떤 기관에서도 적극적으로 집행하지 않는다. 결국 직접 찾아다니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혼 후 법적으로 할 수 있는 건 전부 다 했지만, 받을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2018년 7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운영됐던 배드파더스 사이트. [구본창 대표 제공]

2018년 7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운영됐던 배드파더스 사이트. [구본창 대표 제공]

“감치 명령까지 받아도 숨으면 그만”

이들은 양육비 미지급 문제는 오랜 기간 지속한 문제지만, 여전히 해결책은 요원하다고 입을 모았다. 양육비를 지급하라는 명령을 받고도 3개월 동안 지급하지 않는 이를 구치소 등에 가두는 감치는 가장 강력한 제재 방법의 하나인데 사실상 집행되는 경우는 드물다. 양육비이행관리원의 통계에 따르면 2020년 감치명령이 인용된 250건 중 집행된 건은 25건에 불과했다.

남성욱 변호사(법무법인 진성)는 "현재 ‘양육비 이행법’은 제약이 너무 많다. 감치 명령까지 가장 빨리 진행돼도 최소 7~8개월이 걸린다"면서 "무엇보다 위장전입 등으로 실거주지를 모르는 경우 송달이 되지 않아 재판이 수개월이 지연되는 사례가 대다수"라고 말했다. 남 변호사는 이어 "감치 결정 이후에도 양육비 못 받는 경우도 많다"며 "양육비 미지급이 실질적으로 아동학대와 같은 만큼 형사적인 처벌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배드파더스 구본창 대표가 지난 2월 10일 서울 관악구 한 스터디카페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했다. 우상조 기자

배드파더스 구본창 대표가 지난 2월 10일 서울 관악구 한 스터디카페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했다. 우상조 기자

양육비 미지급자의 신상을 공개하는 사이트를 운영하는 구본창(59)씨는 “힘들게 감치 명령까지 끌어내도 상대방이 실거주지를 당사자가 모르면 잡을 방법이 없고, 이마저도 감치 명령은 6개월이 지나면 실효된다”며 “지난해부터 시행된 여성가족부의 신상공개도 얼굴이나 구체적 정보가 나오지 않아 미지급자에게 부담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법적 양육비를 받지 못해 생계가 어려운 가정에 ‘양육비 선지급제’를 공약했지만, 국정과제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양육비 선지급제도는 연구해서 단계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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