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프리즘] 알고리즘의 장벽을 넘어

중앙선데이

입력 2022.05.14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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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8호 30면

박신홍 정치에디터

박신홍 정치에디터

페이스북을 열면 늘 자주 접하는 페친의 글이 화면 상단을 차지할 때가 많다. 가끔씩 ‘좋아요’를 누르거나 댓글을 달면 그들의 노출 빈도는 훨씬 더 높아지고, 이런 게 쌓이다 보면 어느새 수많은 페친 중 극히 소수하고만 소통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정작 읽고 싶은 페친의 글이나 특정 주제에 대한 견해는 따로 검색해 찾아봐야 할 정도다. 유튜브는 또 어떤가. 어느 분야의 영상을 클릭했다 치면 순식간에 관련 영상이 메인 화면을 가득 채우곤 한다. 내 생각과 취향을 귀신같이(?) 알고 뜨는 광고는 덤이다. 이 모든 게 갈수록 강력해지는 인공지능(AI) 알고리즘 탓이다.

소셜미디어에서 알고리즘은 AI가 사용자의 개인 정보와 이용 기록, 선호도 등 광범위한 정보를 분석해 개개인에게 ‘맞춤형’ 콘텐트나 광고를 보여 주는 일련의 시스템을 통칭한다. 물론 이용자 입장에선 궁금한 정보를 알아서 척척 제공하니 편리할 때도 있다. 하지만 이게 매일 반복되면 가랑비에 옷 젖듯 세뇌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특히 정치 이슈와 관련해 늘 같은 주장만 접하다 보면 세상이 온통 그런 생각으로 가득 차 있는 듯한 착각과 확신에 사로잡히기 십상이다. 일부의 극단적 주장이 다수 의견인 듯 과대 포장되고 이로 인해 확증 편향이 강화되면서 이게 진실이라고 철석같이 믿게 되는 악순환에 빠져드는 것이다.

편협된 정보로 눈과 귀 가리는 폐해
편견과 선입견 함께 극복해 나가야

알고리즘의 폐해는 내부자 목소리를 통해서도 증명되고 있다. 페이스북 고위 임원을 지낸 팀 켄들은 “SNS는 알고리즘을 활용해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트를 끊임없이 제공하며 당신을 중독시키는 게 목적”이라며 인간을 ‘광고를 보는 좀비’로 만드는 알고리즘의 악마적 위력을 폭로했다. “진실의 가장 큰 적은 거짓이 아니라 끈질기게 제기되는 비현실적인 통념”이란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의 지적은 20세기만의 얘기가 아닌 셈이다. 오죽하면 가장 경계해야 할 강아지는 편견과 선입견이란 웃픈 얘기가 SNS에서 회자됐겠는가.

미국의 정치학자 더글러스 아흘러가 2018년 발표한 논문도 마찬가지다. 조사 결과 실제 공화당원 중 65세 이상은 21%지만 민주당원들은 이를 44%로 인식하고 있었다. 반대로 노조원의 경우 전체 민주당원의 11%에 불과하지만 공화당원들은 46%나 된다고 믿고 있었다. 당파적 신념이 고착화되면 아무리 새로운 정보를 접해도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는 게 수치로 입증된 것이다. 버락 오바마 전 미 대통령이 2016년 퇴임을 앞두고 “차이와 다양성을 받아들이는 게 결코 쉽지 않지만 우리에겐 차이보다 공통점이 더 많음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것도 이 같은 미국 내 정치 상황과 무관치 않다.

알고리즘의 장벽은 비단 온라인에만 존재하는 게 아니다. 오프라인에서도 편협된 정보를 지속적으로 제공하며 상대의 눈과 귀를 가리는 자들이 적잖다. 그 대상이 국가 지도자라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새 정부도 당장 일주일 뒤 열릴 한·미 정상회담이 첫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 바라건대 유학 때 습득한 구시대 이론을 아직도 신줏단지처럼 붙들고 있는 일부 강경파 대신 급변하는 국제정세를 종합적으로 판단할 줄 아는 균형감 있는 참모들 의견이 적극 반영돼야 할 것이다. 그래야 국익을 최우선시하는 회담이 될 수 있다.

“우리가 겸허하면 기계의 도움으로 번영할 수 있을 것이고 우리가 오만하면 종말을 맞게 될 것이다.” 사이버네틱스(인공두뇌학) 창시자인 노버트 위너는 1949년 이렇게 예언했다. 73년 전 그의 경고는 말로만 통합을 외치고 눈앞의 갈등은 방치하거나 오히려 조장하기 일쑤인 오늘의 한국 정치에도 똑같이 유효하다. 이제 더 이상 편견 극복이란 과제를 정치권에만 맡겨 놓을 순 없다. 21세기는 국민의 집단 지성이 곧 시대정신이 되는 시대다. 알고리즘의 장벽을 넘어 SNS에서부터 우리들 스스로 하나씩 실천해 나갈 때 이 땅의 민주주의도 오염되지 않게, 온전히 지켜낼 수 있을 것이다.

박신홍 정치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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