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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서영의 별별영어] 애플(apple)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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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8호 31면

채서영 서강대 영문학과 교수

채서영 서강대 영문학과 교수

곧 스승의 날입니다. 미국에는 기념일 대신 선생님께 사과를 드리는 풍속이 있어요. 개척시대에 선생님의 생계를 돕던 데서 시작되었다는데 지금은 거의 사라졌지만 선생님을 위한 카드나 컵에는 여전히 사과 문양이 들어가지요.

왜 하필 사과일까요? 성경에 나온 ‘금지된 과일(the forbidden fruit)’이 사과라고 믿기 때문이에요. 선악과가 과연 사과였는지는 알 길이 없지만, 그렇게 인식되면서 사과에 양면성이 생겼습니다.

긍정적으로는 인간이 자신의 위치를 깨닫고 분별력을 갖게 했다는 점에서 지혜와 연결됩니다. 바로 선생님의 사과로 배움과 교육을 상징하지요. 게다가 뉴턴이 중력의 원리를 깨닫는 데 사과가 등장해서 이 측면이 강해집니다.

부정적으로는 인간이 몰래 신의 뜻을 거스르게 한 유혹을 상징해요. 남자 목에 튀어나온 후두연골 부분을 ‘아담의 사과(Adam’s apple)’라고 부르는 것도 그 흔적이라는 뜻입니다.

사과는 건강에 이롭지만 죽음의 유혹이기도 해요. “매일 사과를 먹으면 의사를 멀리할 수 있다(An apple a day keeps the doctor away)”는 미국 속담이 있지요. 이때 ‘an’과 ‘a’로 굳이 하나라는 수를 표현하고 마을에 의사가 한 분 있던 시대라서 ‘the’를 사용해 서로 아는 바로 그 의사라고 나타낸 점이 흥미롭습니다. 한편 백설 공주를 죽일 뻔한 독이 든 사과와 앨런 튜링이 삼킨 사과는 죽음의 매개체죠. 컴퓨터의 아버지 튜링은 당시 영국서 불법이던 동성애로 화학적 거세를 받은 뒤 독을 주입한 사과를 먹고 자살했어요.

요즘은 사과하면 스티브 잡스가 세운 아이폰과 맥북 만드는 회사가 떠오르죠? 애플이라는 회사명은 짐작과 달리 튜링과 관련이 없답니다. 한 입 베어 먹은 무지개 사과 로고는 체리 같은 과일과 헷갈리지 않게 한 디자인 장치라네요. 다만 영어로 ‘한 입(bite)’과 ‘컴퓨터 메모리의 단위 바이트 (byte)’가 동음어라 재미있어요.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올지라도 나는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말도 있죠. 스피노자 혹은 루터가 거론되지만 누가 한 말인지는 분명치 않다고 해요. 여기서 사과의 긍정적인 의미는 더 깊어집니다.

가정의 달 5월에 어린이날, 어버이날에 이어 스승의 날이 있다는 것은 우리 문화의 특별한 점 같습니다. 훌륭한 선생님을 만나는 것은 가족만큼 큰 인연이며 삶에 전환점이 된다는 의미겠지요. 여러분의 기억에 남은 고마운 선생님은 누구신가요?

채서영 서강대 영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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