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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운동권 권력’서 ‘검찰 권력’으로 변했다는 한탄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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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8호 30면

동성애 혐오 발언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비하 발언 등으로 논란을 빚다 자진 사퇴한 김성회 대통령비서실 종교다문화비서관. 뉴스1

동성애 혐오 발언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비하 발언 등으로 논란을 빚다 자진 사퇴한 김성회 대통령비서실 종교다문화비서관. 뉴스1

비서실 인선 논란, 김성회는 어제 사퇴

검찰 출신 과다, 법제처장에 개인변호인

문제 인사 정리하고 여성·청년 발탁해야

윤석열 대통령의 새 정부 인사에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1기 내각 인선에서 자질 시비가 일었는데, 후속 대통령비서실 인사에서도 논란이 불거졌다. 어제 자진 사퇴 형식으로 물러난 김성회 종교다문화비서관이 대표적이다. 김 비서관은 동성애 혐오 발언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비하 발언이 도마에 올랐다. 김 비서관은 2019년 페이스북에 “동성애를 지지하지 않을 뿐 아니라, 정신병의 일종으로 생각한다”는 글을 올렸다. 박근혜 정부의 한·일 위안부 합의와 관련해 “정부가 나서 밀린 화대라도 받아내란 말이냐”는 표현을 썼다. 비과학적인 주장으로 차별적 인식을 드러내고, 역사의식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는 비판이 쇄도했다.

김 비서관은 위안부 피해자 비하에 사과하면서도 “동성애는 흡연자가 금연치료를 받듯 일정한 치료에 의해 바뀔 수 있다”고 해 동성애를 환자로 취급하는 터무니없는 인식을 드러냈다. 김 비서관은 지난해 인터넷매체 기고문에서 “조선 시대 여성 절반이 성 노리개였다”고 했던 데 대한 비난이 일자 “여성 인구의 절반이 언제든 주인인 양반들의 성적 쾌락의 대상이었는데, 부끄러운 역사를 반성하자는 게 잘못된 것이냐”고 반응했다. 천박하고 비뚤어진 역사관을 가진 인사가 다양한 가치를 융화해야 할 종교다문화비서관직에 걸맞지 않은 건 당연하다. 이런 문제가 있는데도 어떻게 인사 검증을 통과했는지 의아하다.

윤 대통령이 자신과 공·사적으로 연고가 있는 이들을 요직에 발탁한 것을 두고도 뒷말이 무성하다. 윤 대통령은 서울대 법대, 사법연수원 동기인 검사 출신 이완규 변호사를 법제처장에 임명했다. 이 변호사는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 징계 청구를 받았을 때부터 도운 징계 취소 소송대리인이었다. 윤 대통령 장모 소송도 맡았다. 국가정보원 기조실장으로 거론되는 조상준 변호사는 부인 김건희 여사가 수사를 받고 있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의 변호인이었다. 이들이 공직자로서 자질을 갖췄다곤 하나 자신과 가족에 도움을 줬던 인사에게 중책을 맡기는 것은 이해충돌 시비를 낳고 보은 인사로 비칠 수 있어 부적절하다.

청와대 참모진을 과도하게 검찰 출신으로 채운 것도 문제다. 요직인 민정·인사·총무 비서관과 부속실 등 비서관급 이상만 6명이다. 대통령 내외를 보좌하는 강의구 부속실장은 전 검찰총장 비서관 출신으로, 윤 대통령이 대검 중수부 평검사 시절부터 20여년간 인연을 맺어왔다. 인사수석을 대신하는 복두규 인사기획관, 예산을 총괄하는 윤재순 총무비서관은 각각 대검 사무국장과 대검 운영지원과장을 지냈다. 윤 비서관은 검찰 재직 시절 성 비위로 2차례 내부 감찰을 받고 징계성 처분을 받기도 했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의 담당 검사였던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도 증거 조작 사안과 관련해 징계를 받은 전력이 있다. 이런 인사가 과연 공직자를 감찰하고 기강을 바로잡는 직책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겠나. 역대 정권에서 보듯, 지근거리에서 대통령을 보좌하는 핵심 비서관들의 ‘문고리 실세’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려 민심을 왜곡하거나 권력 운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런 자리를 비슷한 성향의 검찰 측근들로 채운 건 상식적이지 않다. 야당에서 “검찰 출신의 폐쇄적 이너서클에 정보와 권력이 집중하면 결국 고여 썩기 마련”이란 지적이 나오는 걸 정치 공세로만 볼 일은 아니다.

윤 대통령이 믿을 수 있는 사람에게 일을 맡기려다 보니 친정인 검찰 출신을 앉혔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동질한 사고와 배경을 가진 이들끼리 모인 ‘집단사고’로 의사결정을 하면 위기 때 결정적 오판을 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역사의 교훈이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 실패는 586과 운동권 인사 일색의 인사 실패에서 빚어졌다. ‘586 권력’에서 ‘검찰 권력’으로 바뀐 게 아니냐는 한탄이 벌써 나온다. 인사가 만사다. 이제라도 자격 시비가 이는 인사를 철회하고 여성과 청년 등 다양한 인재를 찾아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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