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범적 소수민족? 차별과 혐오의 역사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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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8호 21면

아시아인이라는 이유

아시아인이라는 이유

아시아인이라는 이유
정회옥 지음
후마니타스

한인교포를 비롯해 미국에 사는 아시아인이 느닷없이 폭력적 공격을 받았다는 뉴스가 심심찮게 흘러나온다. 아시아인에 대한 혐오는 과연 중국발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뒤흔든 최근의 일일까.

정치학을 전공한 저자는 그 시원을 다양하게 짚는다. 서구 문명을 인류 문명의 정점으로 여기는 서구 중심주의, 동양을 타자화하는 오리엔탈리즘, 종교·과학·법을 동원하며 확산한 인종주의는 그 주요한 사상. 이어 19세기 중국인 노동자들로 시작된 아시아인의 미국 이주사를 되짚으며 구체적인 차별의 역사를 드러낸다. 미국은 필요에 따라 중국인의 이주를 법으로 금지한 대신 일본인, 한국인, 필리핀인 등의 노동 이주를 장려했다. 정작 시민권은 백인이 아니란 이유로 허용하지 않았다. 중국인은 1940년대, 다른 아시아인은 50년대에야 가능해졌다.

한데 60년대부터 아시아인의 성공 스토리가 미국 언론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다. 근면 성실하고 수학과 과학에 뛰어나다는 칭송과 함께다. 아시아인, 특히 세계대전 때 미국의 적국 출신이란 이유로 강제 수용당했던 일본인들의 사회경제적 성공을 두고 사회학자 윌리엄 피터슨은 ‘모범 소수민족’이란 용어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결코 반가운 칭찬만은 아니라는 게 저자의 설명. 모범 소수민족과 달리 흑인을 문제가 있는 소수민족으로 치부하면서 대립 구도를 조장했기 때문이다. ‘중간 소수민족’이란 표현도 있다. 아시아계가 다른 소수 인종보다 위에 있지만 백인을 앞지르는 것은 용납되지 않는다는 의미란다.

저자는 모범 소수민족 신화가 미국에서 아시아계에 대한 차별이 없다고 여기게 하고, 오히려 혐오를 심화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더구나 아시아인은 단일하지 않다. 2018년, 2016년 등의 조사에서 아시아계는 미국에서 경제적으로 가장 양극화된 집단, 소득 불평등 격차가 가장 큰 집단으로 나타났다.

책의 마지막 장은 중국교포를 비롯해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아시아인 혐오를 다룬다. 저자는 한인을 포함한 아시아인이 차별받은 역사에 대한 교육이 한국에서도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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